[조귀임 전 초등학교 교사] 환경미화원들의 눈물을 닦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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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임 전 초등학교 교사] 환경미화원들의 눈물을 닦아주자
2017년 12월 07일(목) 00:00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인 새벽 5시. 어둠을 뚫고 커다란 트럭에 몸을 싣고 동네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는 환경미화원들. 쓰레기들이 봉투에 안 담겨 있고 흐트러져 있어도 일일이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 섞인 경우는 난감하여 경고장도 붙이지만 그만큼 일이 많아져 수거작업이 길어진다.

봉투 안에 든 유리나 못에 찔리는 일도 있고, 무게가 꽤 나가는 봉투들을 옮기다 보면 뼈나 근육이 다치기 십상이며,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은 도로를 달리는 차에 자주 치어서 숨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들만이 겪는 눈물이고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나 버겁고 힘들어 보인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 화실 앞 큰 도로 건너편 두 골목 입구에는 항상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봉투를 아끼려고 봉투에 제대로 넣지 않고 마구 갖다 버려서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그걸 매일 치우는 환경미화원은 얼마나 짜증나고 울분이 터지고 스트레스를 받을까. 얼마나 이기적이고 속보이는 짓인가. 자기들도 떳떳하지 못하고 수치스러울 텐데 말이다. 이들은 양심을 쓰레기더미에 버린 것이다.

오가는 행인들이 혀를 끌끌 찬다. 어른 보고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부끄럽다. 버리는 손 따로 있고 치우는 손 따로 있다니 불공평하다. 그분들의 고충과 노고를 안다면 쓰레기 버리는 일에 획기적인 변화가 요망된다.

벌금을 물리거나 쓰레기 수거를 안 하면 고질적인 악습이 고쳐질까. 자신이 아니면 가족이 환경미화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매주 수요일은 재활용품 분리 수거일이다. 신문지나 박스는 노끈으로 가지런히 묶어서 내놓고, 플라스틱이나 빈 병 속은 깨끗이 헹구고 쇠붙이는 비닐봉지 안에 따로 담아서 넣고 수거봉투를 묶어서 내놓는다. 길거리를 오가며 내놓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고물상에 팔아서 적은 돈이나마 생활에 보태는 노인들이 많다. 다는 그렇지 않지만 봉지를 풀면 좋을 텐데 찢어서 필요한 것만 쏙쏙 꺼내 가는 얌체족들도 있다. 행동거지가 얄밉고 괘씸하다.

초겨울은 창공도 푸르고 단풍도 꽃보다 아름답지만, 우수수 떨어져 뒹구는 낙엽은 도롯가에 수북이 쌓이고 바람에 날려서 지저분하다. 떨어진 은행 열매도 깨지고 뭉개져서 냄새 나고 지저분하다. 매일 낙엽을 쓸고 또 쓸어도 끝이 없다. 미세먼지를 그대로 흠뻑 들이마신다. 일 년 중 가장 일거리가 많아서 힘들어 보인다. 광고 전단, 담배꽁초, 연탄재, 김장철까지 가세해서 더욱더 힘들 수밖에 없다.

환경미화원들의 일은 부끄럽거나 감출 일이 아닌 당당하고 떳떳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취업문이 좁아져서 명문대 졸업자들도 선호하는 유망 직종이 됐다. 그래서 보수나 사회 인식이 달라져서 도리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임무에 임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일상 생활 중 생활주변부터 청결히 하고, 내 집 앞 쓸기와 쓰레기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분리 수거에 앞장서며 물자를 아껴 쓴다면 고마우신 환경미화원의 일손을 돕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아침에 마주하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환경미화원들의 값진 땀과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공공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려면 국가와 국민의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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