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한무영 ‘빗물과 당신’ 〈알마 刊〉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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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좋다. 근심 없이 잠든 새벽녘, 경주마들이 달리는 듯 소란스런 빗소리에 깨어나 그 소리를 듣는다. 활엽수 숲속을 헤집고 다니는 빗줄기를 상상하다가 양철 지붕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를 떠올린다. 처음 내딛는 발자국처럼 조그맣게 들리는 수줍은 빗소리여도 좋다.
비를 맞는 것은 더욱 좋다. 아무도 밟지 않는 길을 혼자 걸으며 온몸이 젖도록 비를 맞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손사래를 친다. 산성비를 맞고 대머리가 될 거라고 겁을 준다.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산성비라니, 비를 맞을 때마다 찝찝했는데, 서울대 빗물연구소장 한무영 교수의 책을 읽고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낸다.
비가 산성이라는 말은 맞다. 깨끗한 대기상태에서 내리는 비라 해도 처음에는 산성이다. 오염된 대기에 내리는 비는 조금 더 강한 산성일 수도 있겠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중성이나 알카리성으로 변한다. 별다른 대기오염 사고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산성비가 내릴 확률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즐겨먹는 콜라나 맥주, 사과즙, 요구르트, 매일 쓰는 샴푸나 린스가 비보다 백배 천배나 강한 산성이다.
한 교수는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낙인에도 반박한다. 댐 건설이나 4대강 사업의 근거가 됐던 인식이 아니던가. 자신이 토목공학자이면서 그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반대한다. 큰돈이 들어가는 곳에는 정치적 갈등과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고 땅과 환경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빗물만 잘 관리해도 대규모 토목사업은 필요치 않다.
저자는 ‘의지가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인용하며 물 문제는 세상을 바꾸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내리는 비의 1∼2%만 받아두어도, 물은 차고 넘친다.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은 물의 사용량과 필요량을 부풀린 셈이며, 강을 중심으로 댐을 막고 물 관리를 잘못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 국가이다.
우리가 음용하는 지하수나 댐 저장수가 깨끗할 리 없다. 수돗물 페놀사고에서처럼 물을 콘크리트로 막아놓으면 오염되기 쉽다. 전기를 돌려 콘크리트 바닥에 물을 흐르게 한 청계천 같은 사업은 생태 환경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꼴이다.
대신, 고여 있지 않는 빗물은 깨끗하다. 천지사방에 내리는 빗물을 그대로 받아서 증류하면 된다. 시골농가나 전원주택에서는 간단한 여과장치로 빗물을 모아두어 생활용수로 쓰고 모든 건축물을 지을 때 홈통과 수로를 의무적으로 연결하게 하여 빗물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
필터로 거른 비싼 정수기물보다 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 호주의 ‘구름주스(Cloud Juice)’는 빗물로 만들어진 고급생수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딱 맞는, 빗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며 사람을 살린다.
빗물은 하늘이 내려준 가장 깨끗한 물이다. 작은 빗방울 하나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정강철 198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비를 맞는 것은 더욱 좋다. 아무도 밟지 않는 길을 혼자 걸으며 온몸이 젖도록 비를 맞고 싶을 때가 있다.
비가 산성이라는 말은 맞다. 깨끗한 대기상태에서 내리는 비라 해도 처음에는 산성이다. 오염된 대기에 내리는 비는 조금 더 강한 산성일 수도 있겠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중성이나 알카리성으로 변한다. 별다른 대기오염 사고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산성비가 내릴 확률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즐겨먹는 콜라나 맥주, 사과즙, 요구르트, 매일 쓰는 샴푸나 린스가 비보다 백배 천배나 강한 산성이다.
저자는 ‘의지가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인용하며 물 문제는 세상을 바꾸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내리는 비의 1∼2%만 받아두어도, 물은 차고 넘친다.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은 물의 사용량과 필요량을 부풀린 셈이며, 강을 중심으로 댐을 막고 물 관리를 잘못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 국가이다.
우리가 음용하는 지하수나 댐 저장수가 깨끗할 리 없다. 수돗물 페놀사고에서처럼 물을 콘크리트로 막아놓으면 오염되기 쉽다. 전기를 돌려 콘크리트 바닥에 물을 흐르게 한 청계천 같은 사업은 생태 환경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꼴이다.
대신, 고여 있지 않는 빗물은 깨끗하다. 천지사방에 내리는 빗물을 그대로 받아서 증류하면 된다. 시골농가나 전원주택에서는 간단한 여과장치로 빗물을 모아두어 생활용수로 쓰고 모든 건축물을 지을 때 홈통과 수로를 의무적으로 연결하게 하여 빗물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
필터로 거른 비싼 정수기물보다 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 호주의 ‘구름주스(Cloud Juice)’는 빗물로 만들어진 고급생수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딱 맞는, 빗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며 사람을 살린다.
빗물은 하늘이 내려준 가장 깨끗한 물이다. 작은 빗방울 하나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정강철 198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