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장마 … 광주기상청 예보관 24시
“예보 적중 보람있지만 홍수땐 죄책감”
![]() 23일 광주지방기상청 직원들이 무선통신장비를 통해 기상정보를 내보내고 있다. 기상정보는 호우 등 기상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을 때 송출되며, 산악이나 해상 활동 등을 위해 무선통신장비를 갖춘 지역민에게 전달된다.
/위직량기자 jrwi@kwangju.co.kr |
“올 장마철에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호우주의보나, 예비 특보를 한 발 앞서 내렸습니다. 자칫 ‘타이밍’을 놓쳐다간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으니까요.”
23일 광주시 북구 운암동 산 1번지 광주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 이재병(52·기술 서기관) 과장은 “예비특보가 내려지면, 시·군·구청 방재담당 공무원들은 자다가도 사무실로 튀어나와야 합니다. 때문에 호우주의보나 예비 호우특보를 내릴 때 망설여지지만 올 장마철에는 ‘고민하지 않고’ 특보를 신속하게 내보냈어요. 그래서 빗나가기도 많이 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상예보관은 일기예보 업무말고는 달리 평가를 받을 게 없다. 평가는 점수로 순위가 매겨져 내부에 공개되고 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특보를 내리면, 공무원들이 ‘밤잠을 설칠’ 일도 없어 원성을 들을 이유가 없고, 평가도 ‘보통’이상은 받을 수 있다. 한발 앞선 특보가 자칫 인사고과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시작된 올 장마는 예년과 달랐다. 많지 않은 양의 비가 꾸준히 왔던 예년과 달리 ‘물 폭탄’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전남이 농촌지역이라는 점도 호우특보를 한 템포 빠르게 한 요인이 됐다. 지난 7일 오전 신안군 자은도에는 1시간에 무려 108㎜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농산물 수확이 곧 생계와 직결되는 농민에게 대비시간을 벌어주면서, 공무원도 미리 현장에 나와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빗나간 예보’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과장은 “조금씩 하루 종일 내리는 비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말 그대로 퍼붓는 ‘양동이 비’가 더 문제”라며 발빠른 예보를 강조했다.
광주·전남과 전북지역을 관할로 둔 광주지방기상청에 속한 방재 기상과는 호우주의보나 대설특보 등 방재에 필요한 기상특보를 내리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 과장 아래에는 4명의 방재 예보관이 있다.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는 예보관에게 발령 권한이 있다. 하지만, 방재 기상과장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 한 사람의 생각은 한가지 이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넷, 다섯으로 커진다는 게 예보관들의 설명이다. 이는 곧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예보관들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의 영역을 넘봐야 하기 때문에 ‘팀 플레이가 곧 생명’이라고도 했다.
기상 예보관들의 일상은 한마디로 고달프다. 예보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항의전화는 물론 피해가 클 땐 죄책감마저 든다. 이 과장은 장마철에 접어든 뒤 최소한 보름 이상을 사무실에서 잠을 잤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엔 군 막사에나 있을 법한 간이침대와 캐비닛 속에는 이불과 속옷, 양말, 여벌의 옷 등이 들어 있었다. 상당기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흔적’들이다.
이 과장은 “퇴근을 하더라도 마음은 온통 기상청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기상청 시스템과 연결된 컴퓨터 앞에서 밤을 보내는 게 편하다”면서 “장마가 끝난 뒤에는 게릴라성 폭우가 예상돼 아마도 올 여름은 휴가도 잊고 기상청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23일 광주시 북구 운암동 산 1번지 광주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 이재병(52·기술 서기관) 과장은 “예비특보가 내려지면, 시·군·구청 방재담당 공무원들은 자다가도 사무실로 튀어나와야 합니다. 때문에 호우주의보나 예비 호우특보를 내릴 때 망설여지지만 올 장마철에는 ‘고민하지 않고’ 특보를 신속하게 내보냈어요. 그래서 빗나가기도 많이 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과장은 “조금씩 하루 종일 내리는 비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말 그대로 퍼붓는 ‘양동이 비’가 더 문제”라며 발빠른 예보를 강조했다.
광주·전남과 전북지역을 관할로 둔 광주지방기상청에 속한 방재 기상과는 호우주의보나 대설특보 등 방재에 필요한 기상특보를 내리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 과장 아래에는 4명의 방재 예보관이 있다.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는 예보관에게 발령 권한이 있다. 하지만, 방재 기상과장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 한 사람의 생각은 한가지 이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넷, 다섯으로 커진다는 게 예보관들의 설명이다. 이는 곧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예보관들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의 영역을 넘봐야 하기 때문에 ‘팀 플레이가 곧 생명’이라고도 했다.
기상 예보관들의 일상은 한마디로 고달프다. 예보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항의전화는 물론 피해가 클 땐 죄책감마저 든다. 이 과장은 장마철에 접어든 뒤 최소한 보름 이상을 사무실에서 잠을 잤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엔 군 막사에나 있을 법한 간이침대와 캐비닛 속에는 이불과 속옷, 양말, 여벌의 옷 등이 들어 있었다. 상당기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흔적’들이다.
이 과장은 “퇴근을 하더라도 마음은 온통 기상청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기상청 시스템과 연결된 컴퓨터 앞에서 밤을 보내는 게 편하다”면서 “장마가 끝난 뒤에는 게릴라성 폭우가 예상돼 아마도 올 여름은 휴가도 잊고 기상청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