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 박성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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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 박성천 문화부장
2026년 02월 02일(월) 00:20
며칠째 강추위를 동반한 동장군 기세가 만만치 않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시기가 대한(大寒)과 입춘(立春) 사이로, 1년 중 가장 기온이 낮은 무렵이 요즘이다. 마지막 절기이자 큰 추위를 뜻하는 대한 추위가 올해는 톡톡히 이름값을 한 걸 보면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절기 과학’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길을 황도라 한다. 15도씩 돌 때마다 하나의 절기와 조우하게끔 돼 있다. 봄의 시작은 입춘, 여름은 입하, 가을은 입추, 겨울은 입동이라 하는데 계절의 사립일(四立日)은 여느 절기와 달리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사계절 관문 가운데 입춘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이 움트는 절기로 알려져 있다.

올해 입춘은 모레인 4일이다. 음력으로 섣달에 들거나 정월에 들기도 하는데 올해는 음력으로 섣달(12월) 열이레(17일)가 입춘이다. 절기상 봄에 들어섰지만 음력으론 아직 12월이라 날씨가 추울 수밖에 없다. 입춘이 다가오면 우리 조상들은 입춘첩(立春帖)을 붙이며 봄 맞을 준비를 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모든 운이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24절기는 명절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의미있는 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사형 집행을 금할 정도로 24절기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특히 봄의 시작인 입춘을 ‘진정한 새해’의 기점으로 봤는데 그날의 기운이 한 해의 모든 운을 좌우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해 입춘은 여느 해보다 특별하다. 지난해 입춘 무렵만 해도 윤석열 내란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웠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절이었다. 윤석열의 무도와 무법, 무지와 무모함이 잉태한 12·3 내란을 극복하기까지 지난한 시간과 인고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끝내 봄은 도래했고 우리는 다시 입춘을 기다리고 있다.

이맘때면 조선시대 문인 신흠이 노래했던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그 뜻이 다함없이 다가오는 것은 입춘을 코 앞에 둔 때문인 듯하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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