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택시’ 탄 승객들에게 낭만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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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택시’ 탄 승객들에게 낭만 선물합니다”
광주 유일 ‘헬로키티 택시’ 운행 정기선씨
외관부터 내부까지 키티 세상…일요일 제하고 곳곳 누벼
울던 아이 ‘꺄르르’ 행복 선물… 적응 못해 내리는 손님도
2026년 01월 20일(화) 19:50
광주에는 단 한 대뿐인 이색적인 헬로키티 택시가 있다. 차량의 외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온통 헬로키티 캐릭터로 꾸며진 택시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광주 곳곳을 달린다.

차량의 외관은 멀리서도 한눈에 띌 만큼 독보적이다. 보닛에는 커다란 헬로키티 스티커가 붙어 있고 차량 덮개와 사이드미러에는 앙증맞은 키티 귀 장식이 달려 있다. 주유구와 차량 손잡이 등 세밀한 부분까지 키티 스티커가 빼곡하다.

실내 역시 키티의 세상이다. 내부에 비치된 피규어부터 방향제, 햇빛가리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품이 헬로키티 캐릭터로 꾸며져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차량 앞과 뒤에는 헬로키티 인형, 스티커로 도배돼 있다.

‘헬로키티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정기선(56·사진)씨는 27년 경력의 택시 기사다. 그는 아내, 세 명의 딸과 함께 페르시안 고양이 ‘키티’를 키우고 있는 집사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헬로키티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어요. 12년 전 차량 곳곳에 키티 인형을 두는 걸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죠. 물품이 닳으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도록 집 창고에 키티 물품이 가득 쌓여있어요. 대형 키티 스티커를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도 했죠. 가족들도 생일선물로 한정판 키티 인형을 줄 만큼 키티에 진심입니다.”

정 씨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 시작된다. 1시간 동안 차 내부에 있는 인형을 깨끗하게 닦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키티 택시가 입소문을 타고 퍼진 덕분에 정 씨는 동이 채 밝기 전부터 예약 손님으로 분주하다. 출근 시간대가 되면 30분 간격으로 잡혀있는 예약 손님을 만나기 위해 도로로 나선다.

가끔 정 씨가 아끼는 마음으로 붙인 스티커나 뒷좌석에 놓아둔 인형 등을 훔쳐 가는 일부 승객들도 있다. 한번은 취객이 키티 인형을 발로 밟아 망가뜨리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정 씨는 행복해하는 승객들이 있기에 운영의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울던 아이도 택시를 타자마자 두리번거리며 꺄르륵 웃고, 가방에 달린 키티 키링을 보여주며 자신을 ‘키티 덕후’라고 소개하는 승객도 있다.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등 호응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승객 10명 중 9명은 키티 택시를 좋아해주세요. 가끔 낯설어 못 타겠다며 도중 하차하는 승객도 계시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괜찮습니다. 덕분에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한다며 흔쾌히 팁을 건네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며 기뻐하기도 하죠. 목적지에 모셔다 드리는데 그치지 않고 즐거운 감정까지 선물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정 씨는 “키티 택시를 시작한 이후로 매일이 행복하다”며 “삭막해진 세상이지만 키티 택시에서 승객들이 작은 낭만을 채워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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