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 김치로 살맛 나는 세상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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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 김치로 살맛 나는 세상 꿈꿉니다”
[22년째 ‘김치 나눔’ 문제율 전 ㈜물마루 대표] 독거노인·장애인·소년소녀 가장 등에 매년 1만 포기 넘게 전달
물량 감당 위해 배추·속재료 직접 재배…종자·물류비 전액 부담
2026년 01월 04일(일) 18:55
문제율(오른쪽) 전 대표가 봉사자들과 김장을 위해 배추를 자르고 있다. <문제율 전 대표 제공>
매년 연말 나주시 노안면에서는 100여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김장행사가 열린다. 지난 12월 노안면 한 공터에는 싱싱한 당근, 고추, 파를 비롯해 깨끗하게 씻겨 소금에 절여진 배추 1만여 포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위생모를 쓰고 대야에 가득 찬 양념으로 김치를 버무리는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13일간 이어진 김장 대장정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끝이 났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구청과 단체 트럭에 실린 김치 박스는 광주에 사는 독거노인 등에게 전달됐다.

김장 나눔을 진행한 사람은 문제율(70) 전 (주) 물마루 대표다. 그는 2003년을 시작으로 22년간 매년 1만 포기가 넘는 김치를 담가 소외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김장 나눔 이전에는 쌀 등을 나누며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 나눔의 대상은 주로 홀로 살며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신체적 제약이 있는 장애인,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년소녀 가장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 수칙으로 대규모 인원 집합이 어려울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김장을 강행했어요. 그 해 김장을 멈추면 수혜자들이 일년 동안 김치 없이 식사해야 하기에 책임감이 컸죠. 연례 행사처럼 김장을 잘 마쳐야 마음이 편합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복지 시스템은 지금처럼 촘촘하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연말 강추위 속에 생계 곤란을 겪는 이웃들을 목격하며 실질적인 도움 방안을 고민했다. 단순한 일회성 금전 지원보다는 매일 식탁에 오르는 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에는 누구나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1년 내내 정성으로 지은 농산물로 만든 맛있는 김치를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뿌듯하죠.똑같은 음식도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음식에 담긴 에너지가 달라진다고 생각해 더 정성을 들입니다. 잘 먹어야 잘 살아갈 힘도 나는 법이니까요.”

초기 3000포기로 시작한 김장은 2005년 1만 포기를 거쳐 현재 연간 1만 5000포기로 확대됐다. 대규모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효율적인 자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주시 노안면 7500여 평의 밭에서 배추, 고추, 파, 당근 등 주요 식자재를 직접 재배한다.

김치의 맛을 결정하는 속 재료는 전남산 젓갈, 다시마, 북어 외에도 자연스러운 단맛과 풍미를 위해 감과 배 각각 40박스씩을 사용한다. 커다란 솥 7개에 재료를 넣고 팔팔 끓이는데 미원과 같은 화학조미료 없이도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비결이다.

20여 년간 지속된 김장 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300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종자비, 물류비 등 모든 비용을 문 전 대표가 전액 부담해왔다.

문 전 대표는 “김장이 끝나면 구청과 각종 단체에서 곧바로 김치박스를 싣고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새해에는 더 많은 이들이 서로를 돕고 사는 따뜻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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