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철새 - 김한호 수필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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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철새 - 김한호 수필가·문학평론가
2025년 12월 24일(수) 00:20
가을빛이 물들면 순천만의 드넓은 갯벌에는 갈대가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인 이곳에는 희귀한 철새를 비롯하여 250여 종의 철새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머나먼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같은 북쪽 땅에서 수천 ㎞를 날아온다.

철새들의 이동은 수백만 년에 걸쳐 유전적으로 진화해온 생존 방식이다. 철새들은 자기장과 해와 별자리를 길잡이로 삼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무리 지어 날아가며, 지형지물을 정확하게 기억하여 순천만 습지를 찾아온다.

순천만의 상징인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이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1000 마리가 늘어난 역대 가장 많은 8600마리의 흑두루미가 날아왔다는 소식에 무척 반가웠다. 순천만이 흑두루미의 월동지가 된 것은 1989년 흑두루미 한 마리가 다친 채 발견되어 사육장에서 13년간이나 돌보며 기른 것이 계기가 됐다. 2002년에 고향으로 돌려보냈더니 그해 겨울에 더 많은 동무들을 데리고 왔다. 정성 어린 보살핌이 해마다 전 세계 절반가량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순천만은 2006년 람사르 습지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로 등재되었다. 순천만 갯벌은 동천과 이사천 두 물줄기가 만나 남해로 흘러드는 어귀에 22.6㎢의 드넓은 갯벌과 국내에서 가장 넓은 5.4㎢의 갈대숲이 아름다운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로 이루어진 자연적인 퇴적 지형으로 무성한 갈대숲이 있어 철새들의 은신처이며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또한 갯벌은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유기물과 플랑크톤을 공급하여 철새들의 먹이인 갯지렁이, 짱뚱어, 칠게, 농게, 조개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이 사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지난주, 나는 겨울 철새와 흑두루미를 만나러 순천만을 찾아갔다. 순천만 습지 정문 맞은편 산자락에 있는 ‘○○ 갤러리’ 카페는 철새들이 노니는 들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벼를 수확한 들판에 수천 마리의 철새들이 떼 지어 우짖는 소리가 자연 교향곡처럼 들렸다. 그곳에서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일제히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펼치는 군무는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새는 텃새와 철새, 나그네새가 있으며, 현재 지구상에는 1만 1000여 종 500억 마리의 새들이 살고 있다. 순천만을 찾아오는 천연기념물 철새는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가 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황새, 노랑부리백로와 Ⅱ급인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매가 살고 있다.

흑두루미는 10월 중순경에 시베리아 동부에서 2300㎞를 28일간 날아와 순천만 습지에서 월동하다 이듬해 3월에 번식지로 떠나간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 철새 중 민물가마우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뿔논병아리 등은 떠나지 않고 텃새처럼 살고 있다.

조류는 동물 천연기념물 가운데 47종으로 가장 많다. 해충을 잡아먹거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고 씨앗을 다른 지역으로 퍼뜨리는 자연 생태계의 이로운 존재다. 그러므로 새를 보호하는 일은 지구 환경을 보전하여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다.

순천시는 철새들을 위해 전봇대를 뽑고 철새 월동 농경지를 친환경 농법으로 가꾸어 오염되지 않은 먹이를 공급하는 등 적극적인 보호 활동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순천만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 자원이며 철새를 관찰하며 생태계 보전 인식을 일깨우는 천혜의 자연학습장이다. 이 아름다운 갯벌이 영원히 철새의 안식처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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