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고 기억하라”…여순사건 다룬 오페라 ‘침묵 1948’
12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18·19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18·19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 ‘침묵 1948’ 출연진들이 공연 연습을 하는 모습.<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
1948년 가을, 여수·순천에서 일어난 여순사건은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며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극심한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됐지만, 생존자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다. ‘빨갱이’라는 낙인과 감시의 눈초리 속에서 그날의 진실은 말할 수 없는 기억으로 봉인돼야 했다.
그러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77년 전의 비극이 음악과 노래로 되살아나며 잊힌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무대가 마련된다.
여순사건 73주년을 추모하고 ‘여순 10·19 특별법 개정안’을 기념하는 창작오페라 ‘침묵 1948’이 광주와 여수에서 관객과 만난다. 공연은 오는 12일 오후 6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18일 오후 5시와 19일 오후 7시에는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여수시·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주관.
‘침묵 1948’은 여순사건을 단순한 기록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페라라는 예술 형식으로 인간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새롭게 비춘다. 작품은 여수의 평범한 어부 집안인 정국이네 가족과 이웃 영수네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고구마 하나를 나눠 먹으며 살아가던 이웃이자 친구였던 두 가족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무자비한 폭력에 휘말리며 죽음으로 내몰린다.
1막은 1948년 10월 여수 14연대의 봉기로 막을 연다. 경찰을 제압하고 시내로 진격한 봉기군은 인민대회를 조직한다. 쌀과 돈을 나눠 준다는 말에 민중은 생계를 위해 모여들지만, 훗날 이 장면은 그들에게 ‘부역자’라는 굴레를 씌운다.
2막은 피와 불길로 물든다. 진압군의 대규모 작전이 시작되며 마을은 폐허로 변한다. 피난조차 준비하지 못한 정국의 집은 방화로 무너지고, 누나 정희는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 손가락 하나에 의해 생사가 갈리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한다.
3막은 진압 이후의 시대를 그린다. 반공 체제가 강화되며 ‘침묵하라’는 명령이 삶을 지배한다. 살아남은 어린 정국은 가족을 잃고 홀로 남아 ‘빨갱이 자식’이라는 낙인을 짊어진다. 차별과 가난 속에서 성장하지만 부모의 사랑과 희생은 그를 붙잡는 기억으로 남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며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합창이 울려 퍼지고 무대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번 작품은 2018년 여순사건 70주년을 기념해 초연된 뒤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그 비극의 기억을 전해왔다. 당시 시민합창단과 전문 성악가,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대규모 제작으로 큰 울림을 주었으며 이번 공연은 그 성과를 이어받아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로 준비되고 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닌 비극을 기억하고 화해와 인권의 가치를 새기는 장으로서 의미를 더한다.
연출은 윤상호, 대본은 김은경, 작곡은 김주원이 맡았다. 지휘는 조정현 한국국제예술학교 이사장이 맡아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이끈다. 성악가 김신혜·윤한나·이범주·장서연 등이 무대에 올라 절절한 아리아로 비극을 노래한다. 위너오페라합창단과 안다미로아트컴퍼니 무용단도 함께해 오페라의 울림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완성한다.
강해수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및 예술감독은 “역사는 기록되지만 예술은 기억된다”며 “이번 무대가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음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 전석 초대, 여수 전석 5만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여순사건 73주년을 추모하고 ‘여순 10·19 특별법 개정안’을 기념하는 창작오페라 ‘침묵 1948’이 광주와 여수에서 관객과 만난다. 공연은 오는 12일 오후 6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18일 오후 5시와 19일 오후 7시에는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여수시·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주관.
‘침묵 1948’은 여순사건을 단순한 기록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페라라는 예술 형식으로 인간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새롭게 비춘다. 작품은 여수의 평범한 어부 집안인 정국이네 가족과 이웃 영수네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고구마 하나를 나눠 먹으며 살아가던 이웃이자 친구였던 두 가족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무자비한 폭력에 휘말리며 죽음으로 내몰린다.
2막은 피와 불길로 물든다. 진압군의 대규모 작전이 시작되며 마을은 폐허로 변한다. 피난조차 준비하지 못한 정국의 집은 방화로 무너지고, 누나 정희는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 손가락 하나에 의해 생사가 갈리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한다.
3막은 진압 이후의 시대를 그린다. 반공 체제가 강화되며 ‘침묵하라’는 명령이 삶을 지배한다. 살아남은 어린 정국은 가족을 잃고 홀로 남아 ‘빨갱이 자식’이라는 낙인을 짊어진다. 차별과 가난 속에서 성장하지만 부모의 사랑과 희생은 그를 붙잡는 기억으로 남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며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합창이 울려 퍼지고 무대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 ‘침묵 1948’ 출연진들이 공연 연습을 하는 모습.<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
연출은 윤상호, 대본은 김은경, 작곡은 김주원이 맡았다. 지휘는 조정현 한국국제예술학교 이사장이 맡아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이끈다. 성악가 김신혜·윤한나·이범주·장서연 등이 무대에 올라 절절한 아리아로 비극을 노래한다. 위너오페라합창단과 안다미로아트컴퍼니 무용단도 함께해 오페라의 울림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완성한다.
강해수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 및 예술감독은 “역사는 기록되지만 예술은 기억된다”며 “이번 무대가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음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주 전석 초대, 여수 전석 5만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