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하나마나’ 인권실태조사…학생들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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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하나마나’ 인권실태조사…학생들은 답답하다
내달 17일까지 대학생·대학원생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진행
결과 비공개·정책 반영 여부도 ‘깜깜’…‘갑질’ 방지 의지 있나
2025년 09월 24일(수) 20:40
/클립아트코리아
전남대가 재학 중인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원생 사건<광주일보 7월 17일 6면>을 계기로 진행되는 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실태조사를 학생 및 학교·교직원 인권 향상을 위해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으면서 조사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24일 전남대에 따르면 전남대 인권센터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전남대 학부 재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2025 대학생·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문조사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인권 침해 및 차별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대학 내 인권 관련 지침과 정책 수립, 정책 효과와 인권 개선을 위한 우선순위 파악 등을 위한 기초 자료 제공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설문 내용에는 ▲학업 관련 부당한 대우 ▲통상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에 대한 지시 ▲적절한 보상이 없는 노동 강요 ▲사적 모임 참석 요구 등 질문이 포함됐다. 설문조사는 웹사이트를 이용해 진행되며 조사 사실은 전교생에게 문자로 안내됐다. 최근 발생한 대학원생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설문 결과가 학교측의 향후 정책 방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전남대는 지난 2017년부터 대학생, 대학원생을 나눠 격년으로 설문조사를 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관련 예산을 확보해 전 학생 대상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종료된 2024년도 인권실태조사 결과는 별다른 이유 없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과거 실태조사도 비공개 상태나 마찬가지라 깜깜이 조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권센터는 홈페이지에 ‘2022년 인권센터 결과 보고서’ 글만 올렸을 뿐 파일은 오류로 열람할 수 없는 상태다.

대학 측은 열람을 위한 오류 시정을 요청하자 홈페이지에서 아예 글 자체를 삭제했다.

인권센터 측은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자료로, 1년 동안 예산을 들여서 한 연구 결과를 다른 곳에서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어서 공개하지 않는다”며 “조사 결과를 보고 싶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측은 또 지난해 설문조사의 경우 “설문조사 결과를 국립중앙도서관측에 소장하겠다며 ISBN(고유 도서번호)을 신청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아 외부 공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민들이나 학생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생,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도 않고 효용성도 안 느껴지는 설문조사에 누가 제대로 응답하겠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장은 “서울 지역 대학에서도 유사한 실태조사가 여러 차례 이어졌으나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다. 이는 학생의 문제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대학 측에서 적극적으로 조사 결과를 활용해 정책 변화를 만드려는 의지를 보여야 반복되는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지도 교수에 대한 지침 등을 만드는 등 반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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