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만난 리더십과 아이들 - 정경미 이태석재단 광주전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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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만난 리더십과 아이들 - 정경미 이태석재단 광주전남지부장
2025년 09월 18일(목) 00:00
3년 전 여름, ‘울지마 톤즈’와 ‘부활’로 이태석 신부님의 삶에 뭉클한 감동을 받은데 이어, ‘우리는 이태석입니다’ 북콘서트가 광주에서 열렸다. 그곳에서 영화와 책을 만든 구수환 피디를 만났다. 잘 나가던 언론인이 왜 소도시 고등학교에 저널리즘 스쿨을 열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20여년 동안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한 방향키를 잡고 다양한 시도를 해온 나는, 코로나 속에서도 뜻있는 시민, 일선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진심어린 교육 실천 사례인 신부님의 삶과 제도권 언론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구수환 피디와의 인연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갈수록 커지는 지역 교육 격차에 거름이 되는 단비처럼 광주 산수도서관 북토크와 교육청 초청 강연은 입시 위주 경쟁 교육 학교 현장에 인성교육의 중요한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정성을 다해 행사를 준비한 학교 현장을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신부님의 묘비 뒷편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성경의 글귀처럼 어려운 학생과 시절 인연이 되어 시의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태석재단은 경쟁 일변도로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청소년 리더십 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설정하고, 서울과 지역에서 3년째 리더십 스쿨을 열었고 180여명의 학생들을 배출했다. 작년 상반기 지역에서는 최초로 광주 리더십 스쿨까지 열게 되어 17명의 광주·전남 학생들이 뜻깊은 교육을 받았다. 이어 남수단 봉사활동과 최근 스웨덴 글로벌 리더십 스쿨에 참여한 학생 3명을 배출했다.

재단은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고 남수단과 연결된 다양한 후원 사업, 우크라이나 전쟁 고아 지원, 글로벌 리더십 스쿨 등의 실적을 쌓았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UN NGO로 지정되었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회복과 신뢰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스웨덴에서 글로벌 리더십 스쿨을 열었다. 사회민주당 올레 토렐 의원과의 인연으로 타협과 협상의 정치로 스웨덴을 복지사회로 이끈 최장기 총리 타게 엘란데르가 퇴직 후 살았던 봄메르스빅(Bommersvik) 사회민주당 정치연수원에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호수와 초록 정원의 넓고 높은 품에서 쉼과 사색을 경험하며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배움으로 얻었다. 품격 있는 국회의사당과 청정한 대자연 속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강연과 토론은 한국 학생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 시야를 넓혀주고, 권위 없이 진심으로 경청하는 정치인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으로 스웨덴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 5명이 참여해 팀을 이루었다. 강연 후 임팩트랩 토론을 활발히 진행했다. 그 결과 전쟁의 고통과 아픔을 위로하며 우정과 사랑 실천을 도모하는 국제교류의 장이 되었다.

15세부터 청년 정치활동을 하는 사회민주당 청년조직 SSU 대표단을 만나 다양한 활동과 교육 사례를 듣는 역동적 자리도 마련되었다. SSU 출신 최연소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인 아이다 의원은 방학에 청소년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피부로 와닿는 법안을 발의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진심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자 중 단연 인기를 끈 이는 34세 아만다 린드블라드 시장이었다. 솔직담백한 토크로 나 다움과 진심 소통의 힘을 보여주었다. 덴마크 자유학교 모흔스 교장의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활기를 찾고 좋은 수업 모델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스웨덴에서 본 풍경과 음식,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면 검이불루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이 생각난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이 자연과 사람 속에서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재단과 함께한 3년여는 30여년 행복한 교육을 찾아 나선 길에 보물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공정과 정의라는 사회적 큰 화두에 밀알이 되는 참교육 가치의 씨앗을 뿌리는 재단의 일원으로 변화와 혁신 속에서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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