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담긴 메시지- 옥영석 ㈜농협홍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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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담긴 메시지- 옥영석 ㈜농협홍삼 대표
2025년 09월 03일(수) 00:00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 뒷얘기들이 많았지만 그중 백미는 양측이 주고받은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선물이란 게 값비싸고 진귀한 것이면 좋을 것 같지만 받는 사람의 처지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의례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의 조선기술과 ‘MASGA’ 협력을 상징하는 금속 거북선과 카우보이 모자, 트럼프의 신장과 체형을 감안한 퍼터를 선물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광으로 간직하겠다며 이 대통령과 참모진까지 기프트룸에 초대하여 골프공과 와이셔츠 등 선물을 고르게 하고 모자와 메뉴판에 사인을 해주었다니 내심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사인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던 만년필이 외국산 명품이 아닌 우리나라의 펜 전문공방에서 만든 수제품이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2019년 트럼프가 첫 임기를 맞아 방한했을 때 서명한 펜도 이 공방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많은 펜이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서명식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몽*랑 만년필로 사인을 하였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수수하게 평소 즐겨 쓰던 모*미 네임펜으로 서명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의전에 맞지 않는다거나 국격을 운운하며 갑론을박했고 청와대에서는 급기야 대통령 서명용 펜을 따로 제작하였다고 설명했다.

호두나무나 로즈우드 등 원목의 결을 살려 제작하는 이 펜의 가격이 8만원에서 18만원 정도라니 그 또한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대통령이 그것보다 스무 배는 비쌀 워*맨이나 파*로 서명하고 있었다면 트럼프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모르긴 해도 세계적인 갑부 트럼프의 눈에는 익히 아는 명품이 흔할테니 그저 그런 물건, 돈만 내면 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듯 국가 정상외교에서 선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각국의 문화를 상징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을 신중하게 고른다. 정상외교에서 등장하는 소품은 하나하나 모두 의미를 담고 있다. 옷과 넥타이 색상, 브로치, 머리핀 등으로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2014년 여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에서 준비한 선물은 홍삼중의 홍삼이라고 불리는 천삼이었다. 이는 홍삼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으로 한해 생산되는 전체 홍삼 중에서 약 0.5%에 불과한 진귀한 것이다. 대대로 중국의 황제들이 천수를 누리기 위해 찾던 인삼을 시진핑에게 선물한 것은 그만큼 귀한 것을 준비했다는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인삼은 오래전부터 국빈외교의 단골선물로 한국을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여왕의 방문을 통보받은 한 대학에서는 여왕과 영국왕실이 한국의 고려인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고 약학대학에서 인삼 성분과 효능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자기로 만든 다기세트와 인삼차를 선물하여 호평을 받았다.

재위기간동안 우리나라를 두 번이나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우리나라와 고려인삼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는 한국 천주교 창설 200주년을 맞아 여의도광장을 방문하여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라는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구절로 인사를 하여 100만 신도들과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주교황청 대사를 지냈던 분들에 의하면 교황이 홍삼차 이외에도 홍삼엑기스를 즐겨 드셔서 바티칸의 주교들과 다른 나라 대사들에게도 고려인삼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당시 바티칸 한국대사관에는 항상 인삼차를 가득 보관하였고 주요 인사와의 만남에서 인삼차보다 좋은 선물이 없을 정도였다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선물의 진정한 가치는 브랜드와 가격표가 아니라 받는 분에 대한 관심과 배려, 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정치와 외교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닐 터, 얇은 월급봉투에 우울해하고 차례상 물가 걱정에 애태우는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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