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 한 달…아직도 집에 못 돌아가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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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호우 한 달…아직도 집에 못 돌아가는 시민들
광주 16명 수해 복구 안돼
경로당·모텔 등에서 숙식 해결
“비 올 때마다 피난 생활” 탄식
엉망된 집 청소하며 답답한 나날
“생필품도 좋지만 침수 대비 먼저”
2025년 08월 17일(일) 20:50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지 꼭 한 달째인 17일 오후 광주시 북구 문흥동의 한 가옥에서 집주인이 물살에 파손된 시멘트 바닥을 모래주머니로 덮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한 달 전부터 우리 가족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져버렸어요.”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거주하는 안수경(여·62)씨는 17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씨는 지난달 17일 광주에 ‘하루 426㎜’에 달하는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고 동구 징검다리하우스로 피신했으나, 한 달 째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안씨의 집은 목재로 지은 한옥집인 만큼, 수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안씨의 집은 빗물이 대문을 부수고 들어와 5분만에 발목에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장판, 벽지를 넘어 집을 통째로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안씨는 “목재로 지은 한옥집이라 징검다리하우스에서 보장해 주는 3개월 숙박 기간 동안 집 수리가 마무리될 수가 없다”며 “물, 휴지, 라면, 즉석밥 등 생필품을 지원받고 선풍기와 에어컨도 설치해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우스에서 나가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날 광주시 북구 두암동 평교경로당에서도 가족 4명이 임시 거주하고 있었다.

김모(여·76)씨네 가족 4명은 한 달 째 경로당에서 잠을 자고 누룽지로 아침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 종일 청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경로당 구석에 이불, 방석을 펴고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며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 가족은 동사무소에서 지원해 주는 식비로 인근 식당을 돌아다니며 점심,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냉장고가 엎어져서 반찬도 양념류도 다 버리고, 겨우 김치냉장고 반 칸만 살아남은 상황이다. 된장 하나에만 먹어도 자기 집에서 밥 먹고 싶은데 당장 해 먹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김씨의 집은 여전히 복구가 되지 않아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장판도 없이 임시로 깔아놓은 종이상자가 곳곳에 보였고 한쪽에는 쌓아올린 짐, 비닐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장판도 도배도 다시 해야 하는데 흙먼지도 다 털어지지 않아 청소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엌과 방 바닥 곳곳에는 금이 가 있어서 비가 내리면 빗물이 또 역류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집안 곳곳에는 수십개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기도 했다.

김씨는 “물에 떠내려가면 아무것도 없다더니 물이 차버리니까 흙이 안 묻은 데가 없어서 물건을 정리하고 흙을 씻어내도 계속 나온다. 청소하면서 독한 시멘트 가루도 많이 나와 병원 다녔다”며 “아무래도 경로당에 다른 노인들도 이용하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보니 눈칫밥만 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이날 현재 지금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경로당과 호텔, 모텔 등지에서 한 달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이들은 총 16명이다. 동구 징검다리하우스에 3명, 북구 평교 경로당 1세대 4명 등이다.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수년 전에도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매번 비 올 때마다 피난 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탄식하고 있다.

단순히 대피 주민에게 생필품을 지원해 주는 데 멈추지 말고, 집을 고친 뒤에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상습 침수 피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침수 피해 대비책을 세워 달라고 입을 모았다.

안씨 가족은 “당장 빗물을 막을 수 있는 옹벽을 시공해 주거나, 배수로를 정립하고 하수구가 역류하지 않도록 해 줘야 반복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을이 물에 잠기지 않게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제대로 세워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호소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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