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에 빛난 민주화의 길…DJ 정신을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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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속에 빛난 민주화의 길…DJ 정신을 되새기다
문화로 만나는 ‘오월’ <2> 연극 ‘사형수 김대중’
푸른연극마을, 14~15일 빛고을 시민문화관
12·3 비상계엄 맞물려 인동초 김대중 삶 주목
2025년 05월 07일(수) 19:25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오는 14~15일 오후 7시 30분 연극 ‘사형수 김대중’이 펼쳐진다. 배우들이 연극의 한 장면을 선보이는 모습. <푸른연극마을 제공>
“나의 일생은 참으로 가시밭길의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일생의 고난과 괴로움을 다 합쳐도 지난 1년의 그것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1년 5월 17일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이렇게 적었다.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비극을 떠올리며 참담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민주주의와 조국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는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꺾이지 않았다. ‘인동초’라 불린 김대중의 삶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낸 의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지나온 우리 사회에서 그 정신은 더 각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대를 건너 여전히 유효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마련됐다.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김 전 대통령의 삶과 고뇌를 그린 연극이,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 무대에 오른다.

푸른연극마을은 오는 14~15일 오후 7시 30분 2차례에 걸쳐 광주 남구 구동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연극 ‘사형수 김대중’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의 굴곡의 삶을 다룬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한 전두환 신군부는 김대중을 긴급 체포해 군사재판에 넘겼다. 이후 그는 계엄령 하에서 군사재판에 회부됐고, 끝내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80년 5월, 광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김대중 석방!”, “계엄 철폐!”, “군사독재 타도!”, “민주주의 쟁취!”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거세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외침은 계엄군의 총칼 아래 처참히 짓밟혔다.

작품은 1980년 5월 17일부터 1982년 12월 23일, 미국 망명에 이르기까지 김대중의 삶과 역사적 고뇌를 무대 위에 되살린다. 단순한 전기적 재현을 넘어, 한 사람의 개인이 거대한 역사적 흐름과 얽히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묻는다.

특히 군사법정에서의 최후 진술 장면은 한 시대의 절규이자, 오늘날까지 반복되는 비극적 역사를 성찰하게 만드는 강렬한 순간으로 그려진다.

연출과 김대중 역을 담당한 오성완 배우는 “김대중 하면 전직 대통령, 민주투사,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이번 작품은 그중에서도 ‘인간 김대중’에 주목했다”며 “죽음을 앞둔 가장 두려운 순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김대중이 어떤 고뇌와 선택을 했는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당금 푸른연극마을 대표는 지난해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념을 기념해 제작된 이 작품을 최근의 무대에 올리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12·3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선거국면까지 이어지면서 제작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마음을 모아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지금, 여기’의 광주에 이 공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만약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또다시 국민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았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이 선고된 날, 안양에서 열린 공연 현장에서는 고무된 관객들이 만세를 외치며 공연 전부터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 역시 대사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진심을 전했다.

작품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독방에 갇힌 김 전 대통령은 “하느님은 전지전능하고 선한데, 왜 이 땅에 악이 존재를 하는가요. 왜 박정희, 전두환 같은 못된 이들은 득세하고, 선하게 살려는 평범한 서민들은 박해를 받아야 합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고 울부짖는다. 그러면서도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정치 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인간 김대중의 모습은, 우리에게 묵직한 여운과 질문을 던진다.

전석 2만원, 인터파크·씨어터연바람 네이버블로그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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