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함께한 하모니…‘기쁨의 노래’ 울려 퍼졌다
리뷰 -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 ‘Melody of Bliss’
장애인의 날 기념 정기연주회 성료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 콜라보
비올리스트 김유영 음악감독
“서로 호흡하며 어우러지는 예술
기적 같은 기쁨의 순간이었다”
장애인의 날 기념 정기연주회 성료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 콜라보
비올리스트 김유영 음악감독
“서로 호흡하며 어우러지는 예술
기적 같은 기쁨의 순간이었다”
![]()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가 지난 20일 제5회 정기연주회 ‘Melody of Bliss: 기쁨의 노래’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했다. <가온 솔로이스츠 제공> |
둥~ 북소리가 울리자 현악기의 활이 일제히 움직인다. 경쾌한 울림에 피아노와 관악기가 차례차례 얹어진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함께 호흡을 맞추는데 문제는 없다. 그 자체로 봄날의 교향곡이자, 따스한 공존의 언어.
제45회 장애인의날(4월 20일),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쁨의 노래’가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 울려 퍼졌다.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가 다섯 번째 정기연주회 ‘Melody of Bliss: 기쁨의 노래’를 선보인 자리였다. 공연은 HS효성의 협찬으로 이뤄졌다.
가온 솔로이스츠는 장애·비장애 음악가가 함께하는 실내악 연주단체로, 지난 2021년 창단 이후 음악감독인 비올리스트 김유영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지정 전문예술단체로 선정됐으며, 2년 연속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음악적으로도 결실을 맺고 있다.
김유영 음악감독은 “우리에게 이 무대는 기적과도 같은 기쁨의 순간이다. 준비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맞춰가며 하나의 음악으로 어우러지는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연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공연은 ‘기쁨의 노래’라는 주제처럼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채워졌다. 장애 연주자 15명과 비장애 연주자 7명이 어우러져 코렐리, 베토벤, 드보르작, 차이코프스키의 명곡들을 선보였다.
우선 코렐리의 ‘라 폴리아(La Folia)’와 바흐의 ‘샤콘(Chaconne)’으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의 화려한 연주가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이어서 파라디 ‘시실리안느(Sicilienne)’, 드보르작 ‘바가텔 작품번호 47번’, 아렌스키 ‘피아노 3중주 1번 Op.32’ 등이 연주됐다. 피날레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Ode to Joy)’까지 무대는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채워졌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공연은 장애 연주자들이 직접 곡을 소개하며 관객과의 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성은 드보르작의 ‘바가텔 작품번호 47번’을 두고 “덜컹이는 열차와도 같은 드보르작의 음악이 감정기복이 심할 때의 저와 닮았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다. 첼리스트 이재영은 “어머니가 아침마다 들려주시던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Morning Mood)’을 함께 듣고 상쾌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의 백미는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와의 콜라보 무대. 볼컴의 ‘우아한 유령(Graceful Ghost Rag)’에서는 유령처럼 부유하는 듯한 움직임을, 차이콥스키의 ‘설탕 요정의 춤(Dance of the Sugar-Plum Fairy)’에서는 유려하고 경쾌한 발레를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고아라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성 파형을 분석하며 안무를 짰다. 그는 “저는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본다”며 “이렇게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해 연주회 의미를 환기했다.
공연 직전 기자가 만난 가온의 비올라 연주자 백승희(32) 씨와 클라리넷 연주자 한만재(26) 씨의 얼굴에는 긴장 대신 설렘이 가득했다. 연미복을 차려입은 백 씨를 바라보던 어머니 정향미씨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아들은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적이 없다”며 “어제도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의 어머니 김명숙씨 역시 “아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음악 자체를 즐기는 순수한 마음이 크다”며 웃었다.
두 연주자 모두 발달장애가 있다. 일상적인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도 능숙한 비올리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로 변모한다.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말로 전달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음악으로 함께 호흡하고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그 모습은 때론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보호자들의 말처럼 이날의 무대는 서로의 다름이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지는 ‘따뜻한 기적’의 현장이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아영(31)씨는 “공연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연주자들 모두 너무 멋있고 대단하더라”며 “마치 따뜻하고 유쾌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제45회 장애인의날(4월 20일),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쁨의 노래’가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 울려 퍼졌다.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체 ‘가온 솔로이스츠’가 다섯 번째 정기연주회 ‘Melody of Bliss: 기쁨의 노래’를 선보인 자리였다. 공연은 HS효성의 협찬으로 이뤄졌다.
김유영 음악감독은 “우리에게 이 무대는 기적과도 같은 기쁨의 순간이다. 준비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맞춰가며 하나의 음악으로 어우러지는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연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우선 코렐리의 ‘라 폴리아(La Folia)’와 바흐의 ‘샤콘(Chaconne)’으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의 화려한 연주가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이어서 파라디 ‘시실리안느(Sicilienne)’, 드보르작 ‘바가텔 작품번호 47번’, 아렌스키 ‘피아노 3중주 1번 Op.32’ 등이 연주됐다. 피날레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Ode to Joy)’까지 무대는 밝고 경쾌한 에너지로 채워졌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 가온 솔로이스츠의 장애·비장애 연주자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가온 솔로이스츠 제공> |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성은 드보르작의 ‘바가텔 작품번호 47번’을 두고 “덜컹이는 열차와도 같은 드보르작의 음악이 감정기복이 심할 때의 저와 닮았다”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자아냈다. 첼리스트 이재영은 “어머니가 아침마다 들려주시던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Morning Mood)’을 함께 듣고 상쾌함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공연의 백미는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고아라와의 콜라보 무대. 볼컴의 ‘우아한 유령(Graceful Ghost Rag)’에서는 유령처럼 부유하는 듯한 움직임을, 차이콥스키의 ‘설탕 요정의 춤(Dance of the Sugar-Plum Fairy)’에서는 유려하고 경쾌한 발레를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고아라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성 파형을 분석하며 안무를 짰다. 그는 “저는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본다”며 “이렇게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해 연주회 의미를 환기했다.
공연 직전 기자가 만난 가온의 비올라 연주자 백승희(32) 씨와 클라리넷 연주자 한만재(26) 씨의 얼굴에는 긴장 대신 설렘이 가득했다. 연미복을 차려입은 백 씨를 바라보던 어머니 정향미씨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아들은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적이 없다”며 “어제도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의 어머니 김명숙씨 역시 “아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음악 자체를 즐기는 순수한 마음이 크다”며 웃었다.
두 연주자 모두 발달장애가 있다. 일상적인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도 능숙한 비올리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로 변모한다.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말로 전달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음악으로 함께 호흡하고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그 모습은 때론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보호자들의 말처럼 이날의 무대는 서로의 다름이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지는 ‘따뜻한 기적’의 현장이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아영(31)씨는 “공연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연주자들 모두 너무 멋있고 대단하더라”며 “마치 따뜻하고 유쾌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