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내란…여객기 참사…지역민 정신건강 ‘빨간불’
지난해 1~9월 ‘극단적 선택’ 광주 329명·전남 444명 달해
‘2023 정신건강’ 응답자 65% “문제 경험”…2030이 70%대
‘2023 정신건강’ 응답자 65% “문제 경험”…2030이 7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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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민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침체로 인한 극단 선택이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말 12·3비상계엄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비보가 이어지면서 지역민의 우울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773명(광주 329명, 전남 444명)에 달한다. 한 달에 40여명 꼴이다.
같은 기간(1~9월) 고의적 자해로 인한 광주·전남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세다. 지난 2022년 665명, 2023년 7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16% 넘게 증가했다.
정신 건강 상담 건수도 상승세다. 광주·전남 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에는 지난해 2만1421건(광주 1만5168건·전남 6253건)의 정신건강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정신건강 상담 신청 건수는 2021년 1만 6860건→ 2022년 1만 6153건→2023년 1만 6246건→2024년 2만142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타해 위험이 높은 긴급 상황이라 판단돼 정신건강 전문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건수 역시 2020년 684건에서 2021년 874건, 2022년 845건, 2023년 1126건, 2024년 1184건으로 증가 추세다.
센터 실무자들은 “경기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특히 지난해 상반기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난 12월부터 지역에 12·3 비상계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이 영향을 미칠까 주시하고 있다.
실제 1980년 5·18 당시 고문 피해를 당했던 친구를 지켜봤다는 광주 시민 김모(여·68)씨는 “비상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더 커졌다”며 “최근에는 뉴스와 과거 기억이 자꾸만 머리에 맴돌아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광주·전남은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데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지역민이었다는 점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023 광주시민 정신건강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455명)의 응답자가 지난 1년간 1개 이상의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72.9%, 30대 응답자의 72.3%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감, 불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구 전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장은 “센터 상담의 경우 정신과적 문제가 3분의 2로 가장 많고, 경제 문제 가정 불화 등 일상적 갈등에 대한 상담이 3분의 1수준이다”며 “물론 현장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정신과적 문제의 경우 적극적인 외부 개입이 있으면 자·타해 등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연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은 “비상계엄이나 제주항공참사, 유명인의 극단 선택 등으로 인한 암울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사안과 직접 관계없는 지역민들 역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상담을 받는 등 외부 조력을 받는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지역민들은 바우처 지원을 통해 전문 심리상담을 받음으로써 만성 정신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목격자, 시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경기침체로 인한 극단 선택이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말 12·3비상계엄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비보가 이어지면서 지역민의 우울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같은 기간(1~9월) 고의적 자해로 인한 광주·전남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세다. 지난 2022년 665명, 2023년 7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16% 넘게 증가했다.
정신 건강 상담 건수도 상승세다. 광주·전남 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에는 지난해 2만1421건(광주 1만5168건·전남 6253건)의 정신건강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정신건강 상담 신청 건수는 2021년 1만 6860건→ 2022년 1만 6153건→2023년 1만 6246건→2024년 2만142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센터 실무자들은 “경기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특히 지난해 상반기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난 12월부터 지역에 12·3 비상계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이 영향을 미칠까 주시하고 있다.
실제 1980년 5·18 당시 고문 피해를 당했던 친구를 지켜봤다는 광주 시민 김모(여·68)씨는 “비상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더 커졌다”며 “최근에는 뉴스와 과거 기억이 자꾸만 머리에 맴돌아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광주·전남은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데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지역민이었다는 점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023 광주시민 정신건강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455명)의 응답자가 지난 1년간 1개 이상의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72.9%, 30대 응답자의 72.3%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감, 불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구 전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장은 “센터 상담의 경우 정신과적 문제가 3분의 2로 가장 많고, 경제 문제 가정 불화 등 일상적 갈등에 대한 상담이 3분의 1수준이다”며 “물론 현장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정신과적 문제의 경우 적극적인 외부 개입이 있으면 자·타해 등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연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은 “비상계엄이나 제주항공참사, 유명인의 극단 선택 등으로 인한 암울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사안과 직접 관계없는 지역민들 역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상담을 받는 등 외부 조력을 받는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지역민들은 바우처 지원을 통해 전문 심리상담을 받음으로써 만성 정신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광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목격자, 시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