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8 45주년 기념 행사도 ‘반쪽’으로 치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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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8 45주년 기념 행사도 ‘반쪽’으로 치르나
시민단체 추천 상임위원장 선임 반발, 오월3단체·기념재단 행사위 탈퇴
“교차 주최 약속 시민단체가 어겨” …행사위 “추천위 합의 따라 선출한 것”
2025년 02월 17일(월) 19:20
북구 운정동 5·18 민주묘지에 위치한 5·18 기념탑. <광주일보 자료사진>
공법단체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이하 오월단체)와 5·18기념재단(재단)이 올해 제4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 행사위원장단에서 탈퇴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올해도 오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간 갈등으로 ‘반쪽짜리’ 5·18 기념행사를 치를 전망이 커졌다. 최근 광주도심에서 보수 측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열면서 5·18을 폄훼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광주지역 사회의 연대와 화합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려가 더 확산하고 있다.

오월단체와 재단은 지난 12일 열린 행사위 전반기 참가단체 대표자 회의에 불참하고 행사위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17일 밝혔다.

행사위는 정부 공식 5·18 기념행사와 별개로 전야제 등 기념 행사를 운영하는 민간 조직으로, 오월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돼 5·18 행사의 꽃인 ‘전야제’를 주관하며 민주평화대행진, 시민난장, 각종 시민공모사업 등을 추진해 온 기구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2023년 제43주년 행사 당시 탈퇴 이후로 지금까지 불참 중이었으며, 올해는 5·18유족회와 재단까지 행사위원장단에서 빠졌다. 오월단체와 재단까지 모든 오월 관계자들이 행사위에 불참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오월단체들은 행사위로부터 독립해, 보훈부에서 받은 예산 등을 활용해 자체 행사만 주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월단체 측은 행사위 탈퇴 이유로 “시민단체가 5·18행사 상임위원장을 오월단체, 시민단체 간 격년으로 번갈아가면서 맡자는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행사위가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오병윤 전 진보당 국회의원을 제45주년 상임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44주년 행사위 상임위원장을 시민단체가 추천한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맡았던 만큼, 올해는 오월단체 추천 인물이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했다는 것이 오월단체 주장이다.

앞서 행사위 상임위원장은 2018년 위인백 5·18교육관장(시민단체 추천), 2019년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오월단체 추천), 2020년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시민단체 추천), 2021년 원순석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고문(오월단체 추천), 2022년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시민단체 추천), 2023년 최철 민청학련동지회 공동회장(오월단체 추천) 등 순서로 선임돼 왔다.

오월단체는 “당적을 갖고 있는 정당인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오 상임위원장은 현재 진보당원으로 활동 중인데, 이처럼 당적을 가진 이가 상임위원장이 되면 대내외적으로 광주와 행사위를 보는 시선에 정치적 편견이 작용하면서 5·18의 전국화,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정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월단체 측에서는 지난해 10월 상임위원장을 공모 당시 5·18유족회 회원 A씨를 상임위원장으로 추천했는데, 행사위는 상임위원장 선출기구인 ‘추천위원회’에 이미 5·18유족회 회원이 있으므로 A씨는 공모 제척 대상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에 5·18유족회 측은 “애초 추천위원 추천을 요구할 때부터 제척사유에 대해 공지했어야 하는데, 상임위원장 공모가 시작되고 나서야 ‘당사자라 공모 불가’ 공지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시민단체 측에서 관례를 무시하고, 오월단체를 거수기 취급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오월 단체는 보훈부 예산을 받아 5·18 당사자들이 주관하는 추모제, 부활제 등을 기존대로 열 것이며, 나머지 행사는 이제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행사위 측은 “지난 2021년 제41주년 기념행사 이후부터 상임위원장을 ‘추천위원회’ 합의에 따라 선출하기로 하면서 기존 오월단체·시민단체가 위원장을 번갈아 추천한다는 구두 합의는 사문화됐다”고 반박했다.

행사위 측은 애초 5·18유족회가 상임위원장 후보자를 공개 추천받아 심사하기로 동의했으며, 공모 이전까지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추천위원을 5·18유족회 회원으로 앉혀 놓고도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는 것이 오히려 민주적 관례에 맞지 않다는 입장도 내놨다.

정당인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것과 관련, 행사위는 “상임위원장은 현재 정당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게 없고, 이후에 본인에 대해 어떤 것도 맡을 생각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뒤 선임됐다”며 “다른 후보자들도 정당인으로서 광주시의원을 하는 등 정치 경력이 있었으며, 과거에 가진 당적을 결격사유로 삼는 것은 과도하게 흠결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지난 2023년 5·18 가해자 단체인 특전사동지회와 화해하겠다며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가 시민사회와 갈등을 빚은 끝에 행사위원장단에서 제명돼 5·18유족회만 행사위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오월단체가 특전사 단체와의 화해 선언을 번복하면서 올해 다시 행사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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