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지켜지는 사회로] 계엄·의료대란·대형 참사 …‘위험 사회’ 치유 나서야
2025 어젠다
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 사고
내란 사태에 민주주의마저 위험
시민들 불안·초조…힘겨운 나날
세월호·이태원·제주항공 사고
내란 사태에 민주주의마저 위험
시민들 불안·초조…힘겨운 나날
![]() 1일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합동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서민의 일상이 위협 받고 있다. 매일 열심히 살고 내일의 꿈을 꾸며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는 우리의 지인, 이웃 등이 아무 잘못 없이 너무도 소중한 삶을 끝마치고 있다. 저렴한 선박편으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저가항공을 이용해 부모님과 효도관광에 나선 중년 부부와 생애 첫 여행에 나선 일가족,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 구경에 나섰던 20대 젊은이들, 모두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온 서민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느닷없는 계엄에 내일을 준비하거나 생업에 종사해야 할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며 추위와 맞서고 있다. 위헌적이며 반민주적인 권력자의 단죄를 외치며, 자신의 일상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선진국 대열에 섰고, 세계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문화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누려야 할 시민들은 정작 불안, 초조, 암울, 절망에 휩싸여 있다.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대형 참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후진국의 권력자나 상상할 수 있는 국정 농단, 비상 계엄 발동 등이 실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국민의 안전을 감안하지 못한 정부의 조치는 ‘의정(醫政) 갈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은 제때,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안전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고, 언제든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서는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그 피해를 키웠다. 이후 대형 참사를 정치·사회적 갈등·마찰의 소재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2016년 가을 수 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만 했다.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 혁명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을 이끌었고, 비로소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다.
그 후 8년이 지나 2022년 10월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을 구경하기 위해 찾았다가 좁은 골목길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하는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찰, 지자체, 정부의 대처 속에 시내 한복판에서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숨을 거뒀다.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진상 규명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참사 발생 1년 7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당의 소극적인 자세, 정부의 비협조 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의 시계는 45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7년간 정착되어왔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짓밟힐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시민들의 대대적인 항거,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등으로 고비를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범죄를 낱낱이 밝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26일 후인 12월 29일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 이어 2년여 만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주말을 이어 따스한 태국 방콕에서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과 즐기고 돌아오던 179명의 선한 이들이 차가운 활주로 아스팔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2025년이 밝았다. 그럴싸한 장밋빛 전망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며,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울 때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그들이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며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소수 특권층의 특혜가 아닌 국민 다수의 복리를 위한 정치, 일반 상식에 부합하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법·제도,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기반하여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리더 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극단적 세력에 대한 경계도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대개혁을 시작하여야 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서는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그 피해를 키웠다. 이후 대형 참사를 정치·사회적 갈등·마찰의 소재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2016년 가을 수 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만 했다.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 혁명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을 이끌었고, 비로소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다.
그 후 8년이 지나 2022년 10월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을 구경하기 위해 찾았다가 좁은 골목길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하는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찰, 지자체, 정부의 대처 속에 시내 한복판에서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숨을 거뒀다.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진상 규명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참사 발생 1년 7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당의 소극적인 자세, 정부의 비협조 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의 시계는 45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7년간 정착되어왔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짓밟힐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시민들의 대대적인 항거,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등으로 고비를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범죄를 낱낱이 밝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26일 후인 12월 29일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 이어 2년여 만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주말을 이어 따스한 태국 방콕에서 가족, 친지, 친구, 동료 등과 즐기고 돌아오던 179명의 선한 이들이 차가운 활주로 아스팔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2025년이 밝았다. 그럴싸한 장밋빛 전망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며,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울 때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그들이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며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소수 특권층의 특혜가 아닌 국민 다수의 복리를 위한 정치, 일반 상식에 부합하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법·제도,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기반하여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리더 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는 극단적 세력에 대한 경계도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대개혁을 시작하여야 한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