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건축·공간과 예술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빛나는 형태들의 노래, 김종진 지음
![]() |
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인류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인류는 다양한 자연 현상을 보며 거기에 맞춤한 언어를 개발했다. 그것의 언어는 점점 정교해졌고 추상화되었다. 정교함과 추상화는 결국 개념이라는 ‘틀’로 볼 수 있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땅과 물이 평평해지는 부분을 일컬어 지평선, 수평선이라 한다. 고대 인류는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드넓은 바다를 보며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감흥을 떠올렸을 것이다. 느낌, 감흥은 감정과 연계되는 것이고 이 같은 내용은 자연스럽게 추상적인 개념을 떠올리는 단초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수평 면을 만들어나갔다. 이것과 맞물려 인간의 동작은 물론 행위, 생활 등도 점차 정교해져갔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공간의 수평성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대 문화가 시작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꽃피운 이면에는 다양한 형태가 자리했다. 김종진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열 가지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미지의 문’, ‘그림자의 위로’, ‘공간의 진정성’ 등 책을 통해 공간 설계와 공간 미학을 가르쳐왔다. 최근 펴낸 ‘빛나는 형태들의 노래’는 열 가지 형태와 함께한 여정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평 판의 공간 문화’는 건축의 핵심 요소다. 인간이 직립을 하는 이상 평평한 대지와 건물은 가장 본질적인 형태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스위스 전원 마을 리헨에 있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을 말한다.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으며 단층 건물이다. “겸손한 건축 형태 외에도, 부드러운 자연 채광, 수련 연못 옆 모네의 ‘수련’ 전시실”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이곳은 전시 공간을 하나의 평평한 판으로 구조화했다. 125m에 달하는 수평 바닥이 모든 공간 배경으로 설립자는 어린이는 물론 노약자, 장애인 모두 불편함 없게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과 사람을 위한 미술관을 상정한 것이다.
수평 판이 입체판으로 쌓인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아메리칸스 컵 빌딩도 이색적이다. 외부 테라스에서 발렌시아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수직 판의 공간문화’에서는 사람과 수직 판이 만나는 유형들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수직 판 형태는 문, 창, 벽이다. 인류를 보호하고 삶을 담아왔던 양식이다.
네덜란드 오털로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있다. 이곳 조각 정원에는 수직 벽을 활용한 디자인이 있다. 건축가 알도 반 에이크가 설계한 파빌론이 대표적이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수직 벽(6개)이 나열됐는데 안쪽은 크기가 다른 반원으로 휘어져 이색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놀이터를 떠올릴 수 있는데, 설계자는 즐거운 경험을 하는 공간으로 상정했다.
기욺은 ‘경사 판의 공간 문화’를 대변한다. 고대 인류가 만든 경사 형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다. 제4왕국 쿠푸왕 무덤은 막강한 권력, 사후 세계를 대변한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 경사건축”은 신비롭기 그지없는데 인류 공간 문화의 빛나는 일면을 보여준다.
그리스 해안 소스티스에 소재하는 몰드 건축은 경사지를 활용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경사지에 묻는 방식으로 주택을 건립했다. 땅 기울기를 매개로 거주 기능을 배열한 건축가 의도가 돋보인다.
부드러운 포용을 지지하는 ‘곡면 판의 공간 문화’는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곡선의 세계를 초점화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산세를 이용해 구불거리며 뻗어가는 형상을 이룬다. 벽을 형성한 수직곡면과 바닥을 만드는 수평 곡면이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저자는 ‘기둥의 공간 문화’를 비롯해 ‘그리드의 공간 문화’, ‘구의 공간 문화’, ‘원의 공간 문화’, ‘정육면체의 공간 문화’, ‘비정형의 공간 문화’의 미학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낸다.
<효형출판·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일테면 이런 것이다. 땅과 물이 평평해지는 부분을 일컬어 지평선, 수평선이라 한다. 고대 인류는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드넓은 바다를 보며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감흥을 떠올렸을 것이다. 느낌, 감흥은 감정과 연계되는 것이고 이 같은 내용은 자연스럽게 추상적인 개념을 떠올리는 단초로 작용했을 것이다.
고대 문화가 시작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꽃피운 이면에는 다양한 형태가 자리했다. 김종진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열 가지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미지의 문’, ‘그림자의 위로’, ‘공간의 진정성’ 등 책을 통해 공간 설계와 공간 미학을 가르쳐왔다. 최근 펴낸 ‘빛나는 형태들의 노래’는 열 가지 형태와 함께한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스위스 전원 마을 리헨에 있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을 말한다.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으며 단층 건물이다. “겸손한 건축 형태 외에도, 부드러운 자연 채광, 수련 연못 옆 모네의 ‘수련’ 전시실”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이곳은 전시 공간을 하나의 평평한 판으로 구조화했다. 125m에 달하는 수평 바닥이 모든 공간 배경으로 설립자는 어린이는 물론 노약자, 장애인 모두 불편함 없게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과 사람을 위한 미술관을 상정한 것이다.
![]() 수평 판의 공간 문화를 대변하는 스페인 아케리카스컵 빌딩. |
‘수직 판의 공간문화’에서는 사람과 수직 판이 만나는 유형들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수직 판 형태는 문, 창, 벽이다. 인류를 보호하고 삶을 담아왔던 양식이다.
![]() 수직 공간 문화를 보여주는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파빌리온. |
기욺은 ‘경사 판의 공간 문화’를 대변한다. 고대 인류가 만든 경사 형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다. 제4왕국 쿠푸왕 무덤은 막강한 권력, 사후 세계를 대변한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 경사건축”은 신비롭기 그지없는데 인류 공간 문화의 빛나는 일면을 보여준다.
그리스 해안 소스티스에 소재하는 몰드 건축은 경사지를 활용했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경사지에 묻는 방식으로 주택을 건립했다. 땅 기울기를 매개로 거주 기능을 배열한 건축가 의도가 돋보인다.
부드러운 포용을 지지하는 ‘곡면 판의 공간 문화’는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곡선의 세계를 초점화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산세를 이용해 구불거리며 뻗어가는 형상을 이룬다. 벽을 형성한 수직곡면과 바닥을 만드는 수평 곡면이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저자는 ‘기둥의 공간 문화’를 비롯해 ‘그리드의 공간 문화’, ‘구의 공간 문화’, ‘원의 공간 문화’, ‘정육면체의 공간 문화’, ‘비정형의 공간 문화’의 미학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낸다.
<효형출판·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