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작은 아씨들…25편 작품 속 장면들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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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작은 아씨들…25편 작품 속 장면들 펼쳐진다
문학 속의 풍경들-누리아 솔소나 그림 리카르도 랜돈 글, 남진희 옮김
2024년 12월 20일(금) 00:00
찬찬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등장할 것만 같다. 증기선이 유유히 움직이는 미시시피강의 풍경 속엔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숨어 있는듯하고, 나무가 휘어질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부는 요크셔의 황량한 들판에선 히드클리프와 캐서린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소설을 읽으며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상상해 본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듯하다. 그림책 ‘문학 속의 풍경들’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문학작품의 주요 무대가 된 장소를 한 컷의 그림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스페인 출신 누리아 솔소나가 그림을 그리고 리카르도 랜돈이 글을 쓴 책은 ‘2023, 2024 dPICTUS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100’에 2년 연속 선정됐다.

책을 넘기면, 대형 세계 지도가 펼쳐진다. ‘보물섬’, ‘안나 카레니나’, ‘콜레라 시대의 사랑’, ‘빨강머리 앤’ 등 25편의 작품이 탄생한 풍경 속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다. 프롤로그를 쓴 아나 가랄론은 책에 대해 “사랑과 미움, 의심과 변화, 기쁨과 슬픔, 비밀과 거짓, 우연한 만남과 모험 같이 세상을 살아가며 한번쯤 마주하게 될 삶의 다양하고도 특별한 순간들을 깊고도 눈부시게 펼쳐보인다”고 소개했다.

'작은 아씨들'
짧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지만, 어떤 책보다 ‘오래’ 눈길을 주게된다. 즐기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책 속에서 뽑아낸 ‘한 문장’, 작품의 무대가 된 장소들, 소설의 탄생 배경과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처럼,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글을 읽고 그림을 살피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무엇보다 따스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전해주는 위로가 크다.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의 배경이 된 메사추세츠의 눈 오는 날 풍경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네 자매가 재잘대며 눈길을 걸어 로런스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고, 1909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셀마 라겔뢰프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을 탄생시킨 스웨덴의 스몰란드는 마음의 평안을 선사한다.

화가로만 알고 있었던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도 마음에 남는다. 여름방학 동안 고즈넉한 섬에서 함께 한 할머니와 손녀의 애틋한 기억들을 담은 소설의 배경이 된 핀란드만의 풍경은 아름답고 따뜻하다.

책은 그밖에 ‘정글북’이 탄생한 인도 마디아 프라데시의 울창한 정글,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성이 있는 루마니아의 고갯길 등을 펼쳐보인다.

쏟아지는 빗 속에 모습을 드러낸 ‘하늘긴꼬리닭산’과 낡은 집이 인상적인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이탈리아 나폴리만 포르치다섬의 풍광을 묘사한 엘사 모란테의 ‘아서의 섬’ 등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로즈윙클 프레스·2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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