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1시간 20분→10분으로 단축…영·호남 새 관광벨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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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1시간 20분→10분으로 단축…영·호남 새 관광벨트로
10 여수∼남해 해저터널
연륙·연도교 추진 전남 섬지역 접근성 용이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전남 섬에 관심 높아져
전국 잇는 국도 77호선 확장으로 동서 화합
2021년 해저터널 예타 통과·건설계획 확정
길이 8.08㎞ 4차로 국비 6974억원 투입
전남~경남 하나로 연결…관광거점으로 조성
2024년 08월 07일(수) 08:30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전남과 경남이 10분이면 갈 수 있게 돼 목포부터 부산까지 남부권이 한층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여수 신덕항, 신덕해수욕장, 섭도 등 주변 전경.
우리나라 남해안은 지중해의 유럽 연안과 매우 유사하다. 유럽 남부 전체를 아우르며 남으로는 북아프리카, 동으로는 아랍까지 다양한 문화권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듯 남해안은 서로는 중국, 남으로는 일본, 동으로는 멀리 미국이라는 강대국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칠리아, 키프로스, 크레타, 코르시카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수놓고 있듯 흑산도, 거문도, 거제도 등이 제주도를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다양한 수산물들이 나와 요리 문화가 발달했으며, 섬과 해안이 가진 독특한 문화가 매력적이라는 점도 그렇다.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선 지중해는 전세계인의 휴양지, 관광·편의시설들의 보고이자 해양 스포츠·레저의 본고장이 됐다. 매력적인 자연 자원을 보존·유지하면서 전체적인 경관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건축물, 어디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구축된 교통 기반시설,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며 대대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등의 요소가 한 데 어울리면서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세계 주요 자본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냈다.

남해안은 우리나라의 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12년 여수엑스포,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신안군 퍼플섬(반월도박지도) 최우수관광마을 선정 등이 남해안 주요 관광지들의 수준을 높이는 국제 이벤트나 수상이 잇따랐다. 동시에 고립·낙후의 대명사였던 전남 섬이 주목을 받았고 연륙·연도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접근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남해안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민간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해 새로운 호텔, 리조트 등 편의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

전남도는 바다, 섬 등을 보며 해안선을 보다 신속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 개설에 무엇보다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도 77호선이다. 부산에서 남해안, 서해안을 거쳐 경기도 파주까지 잇는 1239.4㎞의 우리나라 최장 국도로, 부산~경남~전남~전북~충남~경기~인천~서울~경기 등 모두 8개의 광역자치단체를 지난다. 이 국도의 미개설 구간은 전남에 집중되어 있다. 전남은 국토 전체를 순환할 수 있는 멋진 도로를 설치해 그 주변 자연과 어울리는 숙박·편의시설, 각종 수산물과 지역 특산물 그리고 전통이 어우러진 음식, 지역이 가진 축제나 프로그램 등이 어우러져 관광권을 구성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해저터널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앞으로 8년간 바다 밑 터파기와 물막이 공사를 하게 된다. 여수 섭도의 전경.
전남도가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한 신안 압해~해남 화원(13.49㎞), 여수 화태~개도~제도~백야도(12.96㎞) 구간도 국도 77호선에 해당한다. 신안에서 진도, 해남, 강진, 장흥, 보성을 거쳐 고흥 영남면에서 시작되는 백리섬섬길로 여수 돌산도까지 갈 수 있는 전남의 남해안은 오는 2027년 말이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여수 돌산도에서 경남 남해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여수 돌산에서 경남 남해는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다. 5.75㎞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여수 돌산도에서 남해를 가려면 여수신항, 묘도, 광양, 하동 등을 북쪽으로 이동해야 해 1시간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 구간에서 사실상 국도 77호선이 단절되는 것이다. 전남과 경남은 각각의 대표 관광지인 이 두 곳을 하나로 잇는 해저터널을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남해안 광역해양관광 시스템을 구축해 동서 통합과 상생을 도모하면서 지역경제 성장의 새로운 토대도 마련할 수 있다.

전남과 경남은 제5차 국도건설 5개년 계획 수립을 앞두고 2018년 12월, 2019년 4월 조기 착수 토론회를 개최하고, 계획 반영을 정부에 촉구하기 시작했다. 전남과 경남의 지속적인 요구에 이 사업은 비교적 이른 2021년 8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1년 9월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포함되면서 최종 확정됐다.

여수 상암과 남해 서면을 잇는 8.08㎞(해저터널 5.75㎞)는 4차로는 국비 697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구간이 완공되면 여수~남해는 10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전남도가 경남도, 부산시 등과 공동으로 오는 2030년까지 96개 사업에 2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을 위해서도 이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해안권 연계에 의한 광역관광벨트 형성을 비롯 미래형 산업 육성을 통한 광역경제권 조성, 산업 및 관광거점 연계 인프라 구축, 동서 간 상생협력벨트 조성 등의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남과 경남의 해안 접근성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여수~남해 간 해저터널 건설 사업 실시설계 적격자로 2023년 5월 DL(대림)이앤씨 컨소시엄을 선정한 바 있다. DL이앤씨는 ‘하나에 하나를 더한 완전한 연결 : 1+1’을 제안하면서 당초 서상쪽 노선은 그대로 두고, 서북쪽에 위치한 남상리를 연결하는 길 하나를 더 추가했다. 또 연결로 접속을 통한 8막장 동시 굴착계획을 세워 조기 개통 방안(13개월)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내진 성능을 특등급으로 올려 설계수명을 2400년 이상으로 단단한 해저터널 구조를 계획하고, 인공지능 암반분석과 BIM(빌딩정보모델링) 선형검토 기술을 접목했으며, 터널 굴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발파식(NATM) 공법을 선정했다.

2023년 12월 실시설계를 마치고 지난 2월 공사에 들어간 DL이앤씨는 앞으로 8년 간 바다 밑 터파기와 물막이 공사를 거쳐 2031년 해저터널을 완공할 예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해저에 4차로의 도로를 설치하는 것이 쉬운 공정은 아니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오랜 기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 도로가 전남과 경남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기반시설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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