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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시즌2] 곡성 ‘품안의숲’…‘도깨비마을’에 자리한 펜션같은 서점
책장 앞 통유리창 천혜 자연 시선 압도
입장료 5000원…책·음료·굿즈 구입
주방·침실 갖추고 하루 한팀 ‘북스테이’
수동 타자기로 제작하는 책갈피 눈길
읍내에 ‘품안의밤’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2024년 05월 20일(월) 20:10
곡성군 도깨미바을 안에 자리한 ‘품 안의 숲’은 탁 트인 통창 밖으로 천마산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책방.
“이런 곳에 정말 서점이 있기는 한 걸까.”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우연히 알게 된 책방을 찾아가며 내내 중얼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곡성으로 나들이를 떠난 참이었는데, 늘 가던 곳 대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간다는 사실에 들뜬 마음이었다. 네비게이션을 길잡이 삼아 곡성 도깨비 마을 안쪽으로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올라가니 거짓말처럼 서점이 있었다. 숲 속의 펜션처럼.

숲속의 팬션 같은 서점 ‘품 안의 숲’ 전경. 이 곳에서는 북스테이도 진행한다.
서점 ‘품안의숲’은 딱 이름 같은 공간이다. 처음 찾았을 때는 초겨울의 정취가 가득했는데, 이번에는 멀리 보이는 산도, 서점 마당의 나무도 온통 초록이었다. ‘Hug, Love, Forest’라 쓰인 초록색 간판을 눈에 담고 책방으로 들어섰다. 어쩌면 ‘품 안의 숲’은 책보다도 공간이 주인공일지 모른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벗어놓은 신발을 챙기려 고개를 돌리면 유리문 너머로 푸른 하늘과 천마산이, 마치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펼쳐진다. 멋진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지는 아치를 지나면 노란 탁자, 나무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과 함께 통유리창으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책방지기 김참들씨는 지난 2020년 4월 책방 문을 열었다. 현재 서점 자리는 당초 가정집이었다. 처음에 구상한 것은 도서관이었지만, 오히려 힘들어도 서점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에 서점을 여는 데 망설임은 없었을까.

“제가 뭔가를 시작할 때 그렇게 고민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도서관과 달리 서점은 책을 팔아야 하는 곳이라 너무 외진 장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죠. 하지만 시작할 때부터 근거없이 어느 정도는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공간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갖게 된다면 말이죠. 그래서 제 역량껏 멋지게 꾸미려했어요. 공간에 스토리가 있고, 읽을 만한 책이 있고,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도록요. 개점 초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잘 돼 놀랐죠.”

산 속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 보니 코로나 시기에는 오히려 덕을 보기도 했다. 김 씨는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넓은 통창을 냈다. 자연 그대로를 다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점 내부도 자연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무를 주 소재로 사용했다. 간판에 쓰인 것처럼 누구나 따듯하게 안아주고(hug),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을 이야기하며(love),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간(forest)으로 꾸미려 했다.

서점은 아담해 책이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인데, 앞으로 점차 늘려가려 한다. 그래서 방문객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을 들여놓는다. 서점이 이 봄날 추천한 이제니의 ‘새벽과 음악’, 김선남의 ‘다 같은 나무인줄 알았어’(김선남)와 함께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 휴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더우면’ 등이 놓인 ‘여름 섹션’에 눈길이 갔다. 서점 운영을 도와주는 엄마가 추천한 책 ‘가재가 노래하는’과 책방지기가 가장 많이 선물했다는 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내용도 궁금했다.

예전에는 소설책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요즘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많이 가져다 놓는다. 책방지기가 좋아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으로 치유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서점에 자리한 도깨비 마을은 김성범 동화작가가 수년간 조성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참들씨는 김 작가의 딸이다. 대학에서 문화와 경영을 공부한 그는 짧게 다닌 회사에서 공간 기획 일도 했다. 아무래도 글 쓰는 아빠 덕에 책과 익숙했던 그는 출판사 ‘품’을 운영하며 책과 인연을 맺었다

서점에 도착하면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판사 ‘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름으로 처음에는 ‘품 속의 숲’을 떠올렸는데, 서점을 찾는 이들에게 ‘숲에 안겨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품안의숲’으로 이름을 정했다.

서점 한켠에 놓인 타자기.
책방지기 책상에 놓인 수동 타자기는 서점의 시그니처다. 책 이름과 간단한 사연을 적으면 갈색 종이 책갈피에 그가 직접 타이핑을 해준다. 나는 정해윤의 책 ‘삶의 발명’을 골라 책갈피를 만들었다. ‘엄마를 삼켜버린 도깨비’ 등 ‘품’ 출판사가 출간한 책을 비롯해 김성범 작가의 책을 만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품안의숲’은 입장료(5000원)가 있다. 커피나 간단한 차를 마시거나 책과 굿즈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책방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시행했다.

“처음에는 보통 서점처럼 운영했어요. 그런데 방문객들이 어려워하시더라구요. 꼭 책을 사가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고, 사진만 그냥 찍고 가기는 것도 민망해 하셨어요. 어렵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공간이 마음에 들어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방문객들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곡성에 거주하고 있는 소설가 김탁환의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었고, 올해는 유아 대상 책방 체험학습과 그림책 수업 등을 위해 본격적으로 그림책 활동가, 독서교육지도사 등 그림책 관련 공부도 하고 있다.,

‘품안의숲’에는 비밀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서점에 머물며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 공간이다. 서점 옆 1층과 2층에 침실과 주방, 필사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 등이 마련돼 있다. 하루 한팀만 이용할 수 있는데, 오후 4시에 체크인을 하고 나면 다음날 서점 문을 열 때가지 오롯이 ‘품안의 숲’이 주인이 된다. 자연을 좋아하고, 책에 둘러싸여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데, 가족 단위 투숙객도 많다고 한다. 청소 등 숙박객을 받는 게 보통일은 아니지만 서점을 찾은 이들이 공간이 아름답다며 칭찬하고 방명록에 감사의 인사를 남겨 놓고 가면 마음이 좋아진다.

그는 곡성읍에 게스트 하우스 ‘품안의밤’도 함께 운영중이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세입자를 받을까 고민하다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은 자연스레 책방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투숙객들이 함께 모여 그림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도 갖는다. 얼마 전에는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각자가 ‘기다리는 것’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서점 마당 평상에 앉아 맞은 편 천마산을 한없이 바라봤다. 책방지기는 ‘품안의숲’이 “다시 오고 싶은 공간, 힘들 때 생각나는 공간, 이런 저런 위로를 받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이 곳을 방문한 이들은 위안이 되는 ‘나만의 공간’을 찾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책방지기는 사계절 다 좋지만 연둣빛 새잎이 날 때, 눈 내릴 때가 가장 좋다고도 했다. 이제 어느 겨울 다시 ‘품안의숲’에 안길지도 모르겠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