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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최선 대안-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4년 05월 20일(월) 00:00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 등 2004년 참여정부때부터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지역 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 전체 인구수의 50%를 넘었다. ‘도쿄 일극화’라고 알려진 일본의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34.4%, 영국과 프랑스는 25% 수준이다. 한국의 수도권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가운데 가장 크다.

이처럼 수도권 일극체제 속에서 지방의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구, 자본, 물류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에서는 젊은 층이 떠나고 공장들은 텅 비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122곳(53.3%)이다. 비수도권 불균형 발전을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간 지방은 물론 국가 존립마저 어려워질 것 같다.

특히 전남은 지난해 목포, 순천, 광양, 무안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 모두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이중에서 11개 군은 소멸위험지수가 0.2 이하인 소멸고위험지역이다. 이제는 우리 지역의 농촌과 중소도시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 인구 규모마저 붕괴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 과제 중 하나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지역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공이관을 이전하더라도 지역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상반기 계획 수립, 하반기 순차적 추진’을 못 박았던 지난해 초와 거리가 있다. 당장 공약을 이행하기보다 지난해 7월 밝힌 정책 유보 태도를 유지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성장거점 육성’은 정부 12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초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도 ‘상반기 계획 수립, 하반기 순차적 추진’이 명시됐다. 그러나 7월에 국토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비수도권 지역 간 갈등’을 이유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2024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11월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에 2차 공공이관 지방이전 계획을 아예 넣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수도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인 혁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수도권 집중화 완화(긍정)와 인접지역 공동화 유발(부정) 등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혁신도시가 ‘수도권 집중화’ 속도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2005년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서 2011년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역전 시점은 9년 늦춰진 2020년이었다. 공공기관이 한참 이전하던 2011~2016년 사이 수도권으로의 유입(+)이 줄어들고 지방으로의 유출(-)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도시 조성으로 잠시 멈춘듯 했던 수도권 인구 집중은 2020년대 들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억제하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가 사라진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청년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현실이 우리나라 ‘저출산과 성장잠재력 훼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연구결과이다. 전남도에서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논리 마련과 함께 전남발전연구원을 중심으로 민간단체 및 지역대학과 연계해 유치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농·수협 중앙회 등 주요 기관 유치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법이다.

국가적 재앙인 지방 소멸에 대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에서 대책 마련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5·18민주화운동 제44주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여야 지도부는 함께 일어서서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여야가 5·18의 대승적 정신으로 지역 소생을 위한 공공기관 2차 이전에 합의하고 거점혁신도시 육성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