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에 쌀쌀맞은 정부 … 양곡법 또 거부될까
  전체메뉴
쌀값에 쌀쌀맞은 정부 … 양곡법 또 거부될까
민주당 등 야당 본회의 직권회부 속 정부는 부정적 기류 여전
농도 전남 농민들 “양곡관리법은 쌀값 안정 최소한 안전장치”
법 통과 땐 쌀 매입·보관에 연간 3조 원 막대한 예산 부담도
2024년 05월 07일(화) 20:13
<광주일보 자료사진>
농민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쌀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쌀값 안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직권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기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쌀 경지면적을 대폭 감소시켜 다른 작물로 대체하게 하거나, 농지를 정부 및 지자체가 대거 매입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생산 억제 없이는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과 그에 따른 정부 부담 증가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은 논·밭 경지면적(23년 27만 4000㏊)과 쌀 생산량(73만 7000t) 모두 전국 1위이며, 농가 인구(27만8000명)는 전국에서 2위인 ‘농도’(農都)이다. 전남도와 도의회, 농민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쌀 과잉생산을 구조적으로 막고, 쌀값 폭락 시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양곡관리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쌀 한 가마니(80㎏)당 2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물거품이 된 만큼 양곡관리법을 통해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회부, 오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 29일) 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다시 양곡관리법이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의 본회의 직권회부를 의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 정부가 미곡의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관리양곡을 판매하는 등의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개정안의 핵심인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한다”는 내용보다 정부 매입 의무를 완화했다는 게 야당 입장이다.

정부는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도 쌀 소비는 줄고 생산은 계속 늘어 재고가 많은데 양곡법으로 남아도는 쌀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직불금도 주고 남는 쌀도 다 사준다고 하면 누가 벼농사를 안 짓겠냐”고도 했다. 송 장관은 양곡법이 통과될 경우 쌀 보관비만 연간 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매입비와 합친 총비용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전남도, 지역 농민들은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신정훈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정말 희한한 논리”라며 “생산 단계에서부터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해서 과잉 생산을 막자는 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적정 생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철저한 수급 관리를 하라는 취지이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4㎏로, 1인당 쌀 소비량은 1984년 130.1㎏ 이후 39년 연속 감소 추세다.

신 의원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쌀값 폭락을 벼농사를 짓는 농민과 쌀을 많이 안 먹은 국민에게 돌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당장, 벼 생산량 감소에도 소비량은 더 크게 줄고 있어 매년 15만∼20만t이 초과 생산되는 실정인데도 시장격리 등 정부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격리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난해 전남 농협 RPC 등의 벼 매입량은 52만 8000t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2월 내놓은 벼 재배 면적 감축(1만㎡) 및 수확기 전 쌀 수급 안정대책 발표로 적정 가격 형성을 유도하겠다는 ‘쌀값 안정 정책’도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전남도는 이같은 쌀 과잉 생산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을 비롯, 논 타작물 재배사업 국고지원 부활 등 쌀 적정 생산 및 소득보전을 위한 실질적 정책 시행 등 양곡관리법과 유사한 정책을 건의해왔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민 삶은 물론 대한민국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남도 관계자는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공공비축물량을 토대로 해외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는 등 쌀 수급문제 만큼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