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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정유진 코리아컨설턴트 대표
생존을 위한 가족의 취미생활
2024년 04월 29일(월) 00:00
남녀의 첫만남이 주선된 자리에서 상대방의 취미를 꼭 물어보던 시대가 있었다. 왜 상대방의 취미를 물어야만 했을까. 그건 나와 맞는 사람인지를 짐작하기 위함이 크다. 반면 취업이나 진학 등과 관련한 면접에서도 의례 취미생활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이때 취미를 물어보는 이유는 평소 시간의 활용 방법,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 대인관계 등을 파악해 보고 싶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꼽은 윈스턴 처칠은 취미 예찬론자였다. 그는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벽돌 쌓기, 정원 만들기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그가 가장 애정한 취미생활은 그림 그리기였다. 애연가이면서도 애주가였던 그가 쓴 에서이 책 ‘취미로서의 그림 그리기’에서 그는 자신의 취미생활의 유익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취미생활을 한 이유가 남다르다. 그는 나름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취미생활을 택했다. 평생 우울증을 앓아온 그는 스스로 ‘검은개’라 부른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했다. 그는 취미생활 덕분에 좋아하는 글쓰기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9번의 장관과 2번의 총리 임기를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다. 아울러 아마추어 작가로서 사후 소더비 경매에서 약 30억원을 호가하는 그림을 그린 작가가 되기도 했다.

흔히 취미생활은 무력감과 우울감을 예방할 수 있는 활동으로 추천되곤 한다. 한 개인이 취미 활동을 함으로써 온전히 그 활동에 몰두하면서 뇌를 쉬게 해주고 스트레스 해소 및 신체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은퇴 후 무력감을 느끼고 TV만 시청하던 아버지를 아들과 가족이 나서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소셜 미디어를 하도록 했다.

‘나의 손자를 위한 그림 그리기’란 내용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손자들을 위해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고 할머니는 글을 쓰기 시작한 이 취미생활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신박한 생각과 특별한 재능이 더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꾸준하게 해온 활동에서 비롯되었음이 빛난다.

최근 조사 자료에 의하면 가족 간 하루 평균 대화 시간에 대해 가장 높게 응답한 시간이 30분 미만이라고 한다. 이 짧은 가족 간의 대화 시간에 비해 개인의 TV시청 1일 평균은 약 3시간 정도,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무려 약 8시간이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국민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에서 여가시간에는 개인별 미디어 이용시간이 가장 많으며 40대 이상은 미디어 이용시간이 무려 70%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식당에서 마주 앉은 남녀 또는 가족이 대화 없이 핸드폰을 보며 온라인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은 채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취미 생활이 있다면 분명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미칠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해야 할 취미가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몸을 쓰는 활동과 연결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취미 생활 하나로 이런 통계 수치와 가족간의 대화 부족의 해결책이 되어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펜데믹 이후 4차 산업과 인공지능(AI)의 급진전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사회에서는 취미생활은 인류의 생존에 더 긴밀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의 취미가 개인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듯이 가족의 취미는 어쩌면 가족의 생존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그리고 UN에서 지정한 ‘세계 가정의 날’이 연달아 있는 5월은 그야말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달이다. 누군가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대화가 필요할 때라고 곧잘 답을 한다. 대화가 부족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가족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가족 구성원간 서로 대화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굳이 대화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가능한 활동부터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직 가족의 취미 생활이 없다면 오는 가정의 달 5월을 핑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