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겨 찍은 시대정신…오월 예술의 정수 ‘목판화’를 보다
‘오월예술 2024’ 기획 목판화전, 5월 1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민주항쟁도’·‘도청앞 분수대에 모인 군중’·‘태풍대비’등 전시
‘광주민주항쟁도’·‘도청앞 분수대에 모인 군중’·‘태풍대비’등 전시
![]() 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5월 19일까지 ‘새겨 찍은 정신’을 주제로 목판화 전시를 연다. |
초창기 판화는 복제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로 인해 ‘예술’이라기보다는 복제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미술 장르가 확대되고 도구나 기법 등이 다변화되면서 판화가 발하는 독특한 분위기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었다. 오늘날 판화는 독립된 장르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으며 자료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판화 가운데 목판화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목판화에 사용되는 나무 종류도 다양하다. 소나무를 비롯해 오동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지닌 특성을 고려한 작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목판화 하면 ‘80년대’를 떠올릴 수 있다. 민중미술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다량의 복제와 현장성, 그리고 시대적 화두가 목판화가 지닌 특성과 맞아떨어졌다.
‘새겨 찍은 시대정신’을 주제로 한 오월예술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오는 5월 19일까지 ‘오월예술 2024’ 기획 일환으로 목판화전을 연다.
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목판화 75점을 볼 수 있으며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창작단과 11명의 작가들이 출품했다. 개인 작가로는 김봉준을 비롯해 김억, 김진수, 안한수, 이상호, 이준석, 전정호, 조진호, 홍선웅, 홍성담, 홍성민 등 11명이다.
김준기 관장은 “이번 참여 작가들은 민중미술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작가들”이라며 “주체가 말해주듯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현재 시립미술관은 560여 점 목판화를 소장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연계돼 있어 당대 역사의식을 가늠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형상을 찍어내다1-그날’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초점화한다.
무엇보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창작단의 ‘도청앞 분수대에 모인 군중’이 눈에 띈다. 옛전남도청 분수대를 배경으로 열린 집회는 민주화를 위한 열망, 연단에 선 이의 호소, 나부끼는 깃발 등을 담고 있어 역동적이다. 5월 그날의 절박함이 흑백의 대조 속에 선명하게 구현돼 있어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김진수의 ‘광주민주항쟁도’는 당시 광주의 의분과 절망 등이 압축적으로 묘사돼 있다.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남을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의 정신이 투영돼 있다.
이준석 작가의 ‘만행’은 공수부대원이 쓰러진 시민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가격하는 장면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의, 아니 이미 주검이 돼 버린 이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여전히 참혹하다.
2부 ‘형상을 찍어내다2-삶’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환기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경제성장은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는데 도시빈민, 농촌 문제, 환경파괴, 역사와 민족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작품들이 주는 사실성, 현장성은 마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함평 출신인 안한수의 ‘태풍대비’는 태풍이 몰려오는 시간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의 풍경을 역동적으로 묘사했다. 너울거리는 파도 속에서 사력을 다해 배를 끌어올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핍진한 ‘삶’ 그 자체다. 치밀한 칼질의 반복, 빗살과 파도를 정밀하게 구현한 것에서 작가의 성실성과 장인정신의 단면을 엿볼수 있다.
김봉준 작가의 ‘통일해원도’를 보고 있으면 절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싶어진다. 통일을 염원하며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는 한마당은 모든 이념과 차이를 넘는 대동세상을 희원한다.
변길현 학예실장은 “목판화는 일반 회화와 달리 나무가 주는 결에 따라 색다른 심미적인 미감을 선사한다”며 “이번 전시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가장 생생하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 위주로 선별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무엇보다 목판화 하면 ‘80년대’를 떠올릴 수 있다. 민중미술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다량의 복제와 현장성, 그리고 시대적 화두가 목판화가 지닌 특성과 맞아떨어졌다.
‘새겨 찍은 시대정신’을 주제로 한 오월예술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오는 5월 19일까지 ‘오월예술 2024’ 기획 일환으로 목판화전을 연다.
김준기 관장은 “이번 참여 작가들은 민중미술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작가들”이라며 “주체가 말해주듯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현재 시립미술관은 560여 점 목판화를 소장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연계돼 있어 당대 역사의식을 가늠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창작단 작 ‘도청앞 분수대에 모인 군중’ |
무엇보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창작단의 ‘도청앞 분수대에 모인 군중’이 눈에 띈다. 옛전남도청 분수대를 배경으로 열린 집회는 민주화를 위한 열망, 연단에 선 이의 호소, 나부끼는 깃발 등을 담고 있어 역동적이다. 5월 그날의 절박함이 흑백의 대조 속에 선명하게 구현돼 있어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김진수의 ‘광주민주항쟁도’는 당시 광주의 의분과 절망 등이 압축적으로 묘사돼 있다.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남을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의 정신이 투영돼 있다.
이준석 작가의 ‘만행’은 공수부대원이 쓰러진 시민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가격하는 장면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의, 아니 이미 주검이 돼 버린 이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여전히 참혹하다.
2부 ‘형상을 찍어내다2-삶’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환기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경제성장은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는데 도시빈민, 농촌 문제, 환경파괴, 역사와 민족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작품들이 주는 사실성, 현장성은 마치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함평 출신인 안한수의 ‘태풍대비’는 태풍이 몰려오는 시간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의 풍경을 역동적으로 묘사했다. 너울거리는 파도 속에서 사력을 다해 배를 끌어올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핍진한 ‘삶’ 그 자체다. 치밀한 칼질의 반복, 빗살과 파도를 정밀하게 구현한 것에서 작가의 성실성과 장인정신의 단면을 엿볼수 있다.
김봉준 작가의 ‘통일해원도’를 보고 있으면 절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싶어진다. 통일을 염원하며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는 한마당은 모든 이념과 차이를 넘는 대동세상을 희원한다.
변길현 학예실장은 “목판화는 일반 회화와 달리 나무가 주는 결에 따라 색다른 심미적인 미감을 선사한다”며 “이번 전시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가장 생생하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 위주로 선별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