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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행성이 달려온다 - 이광소 지음
‘시를 쓴다는 것은 기존의 신전을 허무는 것’
60여 편 수록...활달하면서도 호방한 감성 등 담아
2024년 04월 08일(월)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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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시인들 저마다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겠다.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을 글로 형상화하는 것, 지나온 시절을 감성적인 시각으로 그리는 것 등 다양하다.

전주 출신 이광소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은 ‘고정관념을 부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시인의 생각은 일찍이 모리스 블랑쇼의 “신전을 짓기 이전에 우선 신전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신전을 건립하는 것보다 기존의 신전을 허무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이광소 시인이 최근 ‘불타는 행성이 달려온다’(시인광장)을 펴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활달한 상상력과 자신만의 언어로 창작을 하는 시인은 오래 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부문 당선을 했으며 지난 2017년에는 ‘미당문학’ 문학평론에 당선돼 평론활동도 겸하고 있다.

이번 시집 제목 ‘불타는 행성’은 그의 시 세계만큼이나 이색적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신전을 부수는 것”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철책에 갇혀 있던 말이/ 어느 날 철책을 뚫고 탈출했다/ 나는 당황했다/ 말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간간이 들리는 말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발작국은 어느 때는 케냐 다나브 난민 캠프를 달릭/ 어느 때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쓰러진 콩고 남서부 지역을 달리고…”

위 시 ‘마이산(馬耳山)’에 와서는 시인의 시적 세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활달하면서도 경쾌하다. 신화적인 상상력, 설화적인 감성 등이 화자의 심상과 잘 연계돼 새로운 감흥을 선사한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불타는 행성은 새로운 공간계로 나를 싣고 달린다. 그곳에 새로운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