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중동지역에서 전해오는 설화 등을 엮은 이야기책이다. 여기에는 동화, 우화, 민담 등 다채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원래 명칭은 ‘천일야화’다. 세헤라자드 여인이 왕의 폭정을 중단시키기 위해 1000일간에 걸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서사의 기본 줄거리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당일 끝나지 않고 그 다음날까지 이어지게 되고 결국 왕의 폭정이 멈춰지게 된다.

낙타 모양의 소금과 후추 통

‘아라비안 나이트’를 모티브로 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ACC)이 진행하는 ‘아시아문화박물관 특별전시-천일야화의 길’(8일부터 올해 말까지)이 그것. 전시는 주요 판본을 비롯해 가상현실, 문화콘텐츠 등으로 구현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안재연 학예연구사는 “이버 전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천일야화’ 기원부터 전승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있는 기회”라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번역사는 물론 아랍의 사회와 풍속 등을 아시아 문화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 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모두 8개 주제로 진행된다.

1~2장은 ‘천일야화’의 전승 역사, 주요 판본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와 페르시아에서 온 이야기가 지배 세력 부침에 따라 유럽으로 전해졌다 다시 아랍으로 역수입한 과정 등이 소개된다. 우리나라 근대 최초의 한글 번역 소설인 ‘유옥역전(1895)’이 ‘천일야화’를 번역했다는 내용도 볼 수 있다. 방정환이 ‘천일야화’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등 4편을 잡지 ‘어린이’에 소개해 시 ‘열려라 참깨’를 ‘열려라, 콩’, ‘닫혀라, 팥’으로 번역했던 일화를 만날 수 있다.

‘천일야화’를 모티브로 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부분도 있다. 3장은 화자인 세헤라자드의 변신 모습을 초점화한다. 18세기 페르시아 소녀에서 21세기 열정적인 여성으로 변모해가는 이색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어 4장은 이미지, 나 회화, 우표, 엽서 등 이색적인 자료로 재현된 아랍을 만나는 코너다.

5장에서는 디지털 체험공간. 주인공을 선택해 전통 의상에 색을 칠하고 스캔할 수 있다. 일명 ‘라이브스케치’는 ‘세헤라자드’를 비롯해 ‘하늘을 나는 목마’, ‘신바드의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을 토대로 디지털 체험이 가능하다.

6장에는 아랍어 전집 ‘천일야화’ 등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으며, 유럽에 처음 ‘천일야화’를 소개한 18세기 프랑스인 앙투안 갈랑의 번역본도 만난다. 7장은 텐트, 흙집, 물담배, 커피 등 아랍인들의 다양한 사회풍속과 연관된 자료 등이 비치돼 있다.

끝으로 3D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현실 공간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공간도 있다. 8장은 ‘라마야나’, ‘마나스’, ‘천일야화’를 감상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무인 안내기 VR 전시는 누리집을 통해 인터넷 감상도 가능하다)

개막식은 8일 열리며 주한이라크공화국대사관이 기증한 전통 이라크 남성 의상도 전시된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천일야화의 길’ 전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천일야화’의 역사와 내용을 다채로운 콘텐츠로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라며 “ACC는 앞으로도 연구 조사한 결과물을 토대로 관람객들에게 아시아의 문화와 풍습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