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과 그리스도인의 시험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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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과 그리스도인의 시험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11월 17일(금) 00:00
수능시험을 앞두고 교회마다 수험생들의 이름을 기록한 현수막을 예배실 앞에 걸어 두고 기도에 여념이 없다. 수험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로서 며칠 전부터 약간의 긴장감이 생기는 듯하다. 아들한테는 긴장하지 말고 평소와 같이 하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놓고 말이다. 아들은 평소와 같이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시험 당일 교복을 입는다고 한다. 일상과 다를 것 없이 모의고사 보는 것처럼 하겠다는 의미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모든 과목에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수학에서 몇 점이라도 더 올려서 등급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기대하며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른다. 이 제도는 1994년도 대학입시부터 정식 시험이 치러졌고 명칭도 정해졌다. 그 첫 시험을 나도 치렀는데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해에는 시험을 총 2회에 걸쳐서 치렀고 그중 좋은 성적을 가지고 대학에 지원하도록 했다. 나는 그 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였다. 핑계라면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하필 시험장에서 나에게 지정된 좌석은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자리였다. 그 때문에 온 몸이 간지럽고 시험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고 힘들었다. 결국 가고 싶어 하던 대학은 떨어지고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지난 9월 모의고사를 치른 날 아들이 귀가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런저런 말로 이번 시험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을 쏟아 내었다. 특히 수학의 경우 객관식에 비해 주관식이 더 어렵기 때문에 평소대로 객관식 먼저 풀기 시작했는데 그간 보아온 시험보다 어려웠다는 것이다. 급기야 시간이 없어서 주관식은 손도 못댄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험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주관식이 많이 쉬워서 그것부터 풀었더니 평소보다 시험을 잘 보았다고 했다. 아들은 아쉬워하며 그런 부분들을 체크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수능을 보기 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서 잘 되었다고 수능시험 볼 때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풀어 보면 좋겠다고 위로해 주었다.

“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학과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담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또한 “내신이나 수능 등급이 어떻든 점수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은 많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가고 싶은 곳에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초점입니다”라고 지난 입시 설명회에서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아들이 원하는 진로나 가고 싶어 하는 학과보다는 대학 간판에 연연하고 있었다. 비인기 학과여도 그 대학에 가는 게 좋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녀들의 입시 때 만큼이나 간절하게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서, 행복을 위해서, 꿈과 비전을 향해서 살아 가기를 기도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 보는 객관적인 안목과 테스트를 통해 자기 신앙 점검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첫 시험은 구약성경 창세기 22장에 등장하는데 1절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하며 시작된다. 독자인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황당한 요구이었지만 그는 순종하였고 완전하게 통과하며 믿음의 조상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사실 그 시험은 아브라함과 아들인 이삭이 동시에 치르는 시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기를 죽이려 하는 아버지의 광기어린 행동에도 아들 이삭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의 갈라디아서 5장 22절과 23절에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부분들이 삶에서 많이 드러날수록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아니겠는가. 수능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기뻐하듯 우리도 신앙의 성적표를 들고 기쁨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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