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가을, 국악의 향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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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가을, 국악의 향연 속으로
변신하는 國樂 더 신명난다, 대중화 이끈다
타악그룹 ‘얼쑤’, 타악 기반 전통공연·축제 등 화려한 퍼포먼스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 함께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공연 ‘문턱’, 서양악과 국악 크로스오버
전남도립국악단 ‘그린국악’ 현대적·대중적 연주, 명인·명사 특집
2023년 10월 16일(월) 18:50
지난 7월 광주 대표 브랜드 공연인 ‘광주상설공연’ 무대에 오른 ‘국악이상’.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음악’(?), ‘나이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 듣는 음악’(?). 우리의 음악 ‘국악’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객석에 앉아 가야금 연주를 듣거나 명인의 판소리를 감상하는 데서 벗어나 함께 즐기고 연주하는 새로운 K-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국악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광주예술난장 굿판’ <얼쑤 제공>
◇남녀노소가 즐기는 “우리의 음악” 국악의 대중화= “둥두두두 둥두두두 두둥두둥두두두” “깡깡 까강강 까강까강 까강강~” “뿌우우~ 뿌우우우~” 각각의 음을 내던 북과 장구, 꽹과리, 태평소가 어느새 하나로 합쳐지자 어느새 신명나는 한판 무대가 펼쳐진다. 구경하던 관객들은 공연팀과 하나가 되어 어깨춤을 들썩이거나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춘다.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악그룹 ‘얼쑤’의 공연은 언제나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즐거움을 안겨준다. 전통문화연구회 ‘얼쑤’는 북, 장구 등 전통 타악을 기본으로 전통 공연과 창작 공연, 축제, 놀이마당 등을 공연하고 다양한 타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기업이다. 관객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통해 전통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얼쑤’하면 화려한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지난 9월 16일 전통문화연구회 얼쑤의 주관으로 광주 남구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에서 펼쳐진 ‘광주예술난장 굿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태평소의 역동적인 리듬과 사물놀이의 신명난 공연, 푸른길앙상블의 ‘브라스 밴드’ 공연, 전통연희놀이연구소의 팔목중놀이 ‘덩딱 어흥’ 등이 한판 굿은 우리의 국악이 얼마나 흥이 넘치고 재미있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한해 농사를 거둬들이며 수확의 기쁨과 풍요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풍물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나눴다. 그 때문인지 오늘날까지 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면 유독 국악 공연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딱딱하고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인식되어 온 국악에 대한 이미지는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K-팝을 필두로 한 K-문화가 세계화의 흐름을 타면서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다양한 변화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가 흐름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재일한국인 뮤지션 양방언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주제곡으로 작곡한 ‘프런티어’가 대중적인 서율과 국악기의 매력을 더하면서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고 국악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 댄스컴퍼니가 만든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는 단연 화제를 모으며 세계인은 물론 국내에서도 한국음악, 국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한때 TV만 켜면 국악이 ‘판’을 치던 때가 있었다. 2021년 국악을 중심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jtbc의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소리꾼들의 방송 출연이 잦았다. 당시 ‘국악 전성시대’, ‘국악 르네상스’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국악 전공자들의 활약도 국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송가인, 양지은, 홍지윤, 김다현, 김태연 등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의 상당수가 국악 전공자들이었으며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물론 국악계의 인재들이 전통 국악 대신 트로트로 전향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점도 사실이지만 방송에서 당당히 본인들의 음악적 재능의 뿌리에는 국악이 있었음을 자랑스러워하며 국악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 특별공연 ‘문턱’에 참여한 김단비밴드 래인 공연. <나랩 제공>
◇재즈, 클래식, 락, 연극과의 콜라보레이션= 국악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는데는 타 장르와의 조화가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공연이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이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전통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경계없이 어우러지며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이어온 여름 음악축제로, 지난 2010년 축제 시작 이래 지금까지 7만6000여 명의 관객이 여우락 페스티벌을 찾았다.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로 이뤄진 국악팀이다. 주로 국악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하며 활동하고 있다. 나랩이 최근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보헤미안 소극장과 함께 기획한 2023 공연문화활성화 기획시리즈를 통해서다.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은 지난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둘째 금요일에 광주 보헤미안 소극장에서 문화예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춘 특별한 공연 ‘문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첫 무대로 해금예술가 김단비밴드 래인(김단비, 정관영, 장유진)이 ‘해금이 흐르는 노래’를 주제로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8월에는 세 여성국악인으로 꾸려진 ‘보통 아닌 그녀들’의 ‘전체관람가’ 공연, 9월에는 포크뮤지션 조재희와 해금예술가 김단비의 무대 ‘이방인’ 공연이, 10월에는 국악하는 재즈피아니스트 정관영과 이색 타악기를 연주하는 허청화가 ‘NINANO(니나노)’를 주제로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이어졌다.

전형적인 공연장이 아닌 살롱을 연상케 하는 소극장에서의 국악 공연은 장소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서양악과 국악의 크로스오버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는 11월 10일에는 젊은 국악인 장유진과 신예 작곡가 최경아가 ‘담다’를 주제로, 마지막 무대인 12월 8일에는 나랩이 ‘문턱’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다.

전남도립국악단 사물 공연.
◇국악의 편견을 깬다= 대중들에게 보다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무대 중 하나가 전남도립국악단의 ‘그린국악’이다. ‘그린국악’은 전남도립국악단이 진행하는 토요 가무악희(歌舞樂嬉)로, 노래와 춤, 연주, 연희로 대변되는 도립국악단의 정체성과 환경 위기라는 인류의 과제를 주제로 지속가능한 공연문화 정착과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실혀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매주 토요일 무안 남도소리울림터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그린국악은 전통국악에서 한 단계 벗어나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국악 무대를 펼친다. 지난 3~5월 시즌1에 이어 6~8월 시즌2를 선보였다. 시즌2에서는 대중적인 연주와 명인·명사 특집으로 꾸몄다. 시즌 3은 9월부터 12월까지 ‘지구를 위한 국악을 그리다’를 주제로 진행중이다. 강원국 작가와 함께하는 ‘국악으로 인문학하기’(9월)에 이어 10월에는 도립국악단 기획공연 ‘신화같은 힘살, 푸른고래 가무악회’(7일), 여순사건 75주년 특집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14일), 남도소리울림터 기획공연(21일), 전남도립어린이국악단 국악 뮤지컬 ‘사람이 되고 싶은 도깨비’(28일) 공연이 준비돼 있다.

11월에는 정호승 시인의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강연과 함께하는 국악공연(18일),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와 국악공연(25일)이 이어진다.

도립국악단의 ‘그린국악’은 대중화를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중장년층을 주요 관객으로 2006년부터 유지해오던 기존 토요공연에 변화를 주면서 2022년부터 관객층을 넓힌 ‘그린국악’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국악으로 21세기 감수성을 담아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도립국악단은 이와함께 쿵이·모리·취타 등 ‘국악프렌즈’를 활용한 굿즈 상품도 출시하면서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국악단의 홍보 등을 위해 지난 2018년 만들어진 캐릭터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굿즈 제작 사업에 돌입해 국악단의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5종의 캐릭터를 출시했으며, 이름은 국악의 장단이나 악기 등에서 유래했다. 국악단은 이들 캐릭터를 활용해 부채와 수건, 캐리어 택 등 MZ 세대가 선호할 만한 상품들을 출시해 왔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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