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생명운동이다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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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생명운동이다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3년 10월 06일(금) 00:00
추석 명절 연휴와 임시공휴일까지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나고 또는 좋은 인연과 담소도 나누는 시간이 지났다. 경제 얘기, 집안 얘기, 다양한 주제의 사람 사는 이야기 중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주제중의 하나였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수확량은 늘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농업은 화학영농으로 일관하여 왔다. 이로 인해 많은 증산효과를 보았으나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과 이에 따른 퇴비 사용량의 상대적 감소로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떨어지고 산성화됨으로써 식물의 내병성이 약해지고 이에 따른 병충해의 피해가 늘게 되었다. 이 병충해를 막아 보겠다고 사용하는 각종의 농약은 그나마 익충이나 유익한 박테리아를 전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줄기와 열매와 뿌리에 농약이 묻어 옮겨지고 일부 침투성 농약은 식물체 내에 흡수되어 그 독성이 우리 몸에 직접 전달되거나 가축을 통해 간접으로 전달되어 축적되게 된다.

농약은 병충해 퇴치 목적만 아니라 착색, 생산촉진 제초, 유통 과정의 신선도 등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 이러다 보니 농약의 일차적 피해자는 농약을 직접 살포하는 농민들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57%의 농민이 농약 중독 증세를 경험하였다 한다.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은 토양을 산성화 시킨다. 딱딱해진 토양은 비료를 흡수하지 못해 비료를 뿌려도 70% 이상이 유실된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비료를 뿌리고 비료의 기운으로 자란 농산물은 병충해에 더욱 약해지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면 토양의 유효 박테리아가 전멸하여 토양은 더욱 척박해진다. 이로 인해 수확량은 점점 떨어지니 남는 것은 한숨이고 처지는 것은 병뿐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 한다.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먹거리가 기본이다. 지금 우리가 겪은 건강 문제는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먹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의 문제다. 못 먹어서 고혈압이 오거나, 당뇨가 오거나,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못 먹을 것을 먹은 탓이 많다는 얘기다. 나쁜 공기, 나쁜 물, 나쁜 음식, 이것이 문제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이 이 지경이니 어떻게 안심하고 먹을 음식물을 구할 수 있겠는가.

그 길이 비록 어렵다 하더라도 뜻이 간절하면 열릴 수밖에 없다. 그 첫째는 원(願)을 세우는 일이다. 무공해 음식을 먹겠다는 지극한 원을 세우는 것이다. 무공해 농산물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무공해 농업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아진다. 무엇 때문에 농사를 짓는가, 모두 먹고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옛날에는 자기 식구 먹고 살 자급의 농사였으나 지금은 시장에 내다 팔아 가계를 운영할 돈을 만들기 위한 농사를 짓는다. 그러니 자기 먹을 것도 아닌데 돈만 된다면 농약이 무슨 상관이냐, 하게 된다.

이제 농약의 독성을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일부이지만 구분 경작을 한다고 한다. 자기 가족 먹을 것과 시장에 내다팔 농사를 구분해 짓는다고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가 가져다준 농심이다. 하지만 농약을 안 해도 시장에 팔 농산물이 돈이 된다면 농약을 할 사람이 없다. 농약해서 두 가마 생산할 것, 농약 안하고 한 가마 생산했는데 그 값이 같다고 한다면 농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 무공해 농산물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농약 안 하는 삶이 수지맞게 하는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농민 스스로가 기꺼이 무공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비자가 생산자의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말 무공해 농산물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농심이 멍들어 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그래서 믿음(信)이 필요하다. 원(願)이 10분이면 믿음(信)이 10분이다. 이 믿음을 이어가는 길, 이것이 생명운동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바로 다른 영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약자가 있다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무분별한 환경 오염은 이제 농산물뿐만이 아닌 수산물 먹거리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가오는 명절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이 맛과 더불어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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