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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운림산방 구름숲, 수묵비엔날레 묵향... 진도에 스며든다
新전남관광여지도 <4> - 남종화의 산실, 수묵화의 수도가 되다
한폭의 그림같은 운림산방
소치 허련선생의 작품·예술 감상
하늘 담은 운림지 앞 차분한 힐링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그윽하고도 화려한 수묵의 대향연
K컬처 매력 느끼고 다양한 체험도
2023년 09월 11일(월) 19:15
남종화의 성지로 알려진 진도 첨찰산 아래 ‘운림산방’. 소치 허련 선생이 말년에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다.
전남의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기도 하다. 묵향(墨香) 가득한 수묵작품을 만날 수 있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기 때문이다. ‘물드는 산, 멈춰선 물- 숭고한 조화 속에서’를 주제로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와 진도에서 펼쳐지는 비엔날레 소식을 전하고 한국 ‘전통남화의 성지’라 불리는 진도 운림산방으로 초가을 나들이를 떠나본다.

운림산방 소치2관에서는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허련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남종화의 성지 ‘운림산방’

이곳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 풍경 때문인지, 하늘을 담은 연못 ‘운림지’ 때문인지, 연못 뒤로 펼쳐진 듬직한 바위산 첨찰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풍경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 복잡했던 생각들도 사라지고 그저 편안해지는 것 같다.

150년 전 소치 허련 선생도 그러했으리라. 노년에 고향인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남은 여생을 보내며 때로는 초가지붕 마루에 걸터앉아 운림지를 내려다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리라.

진도 첨찰산 아래에는 그림 같은 풍경의 ‘운림산방’이 자리한다.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1808~1893) 선생이 말년에 거처하며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다. 한국 전통남화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첨찰산 주위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산골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루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치 허련 선생이 기거했던 초가. 1982년 소치의 손자인 남농 허건에 의해 복원된 모습이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은 해남으로 건너가 초의선사에게 학문과 인격을 수양하고 녹우당의 화첩을 보며 그림을 익혔다. 초의선사의 소개로 추사 김정희에게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배우면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갔다. ‘소치’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내려준 아호다.

헌종(조선 24대왕)의 총애를 받으며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았던 허련의 작품은 산수가 주를 이루지만 시문과 글씨에도 능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남겼다. 이후 미산 허형-남농 허건·임인 허림-임전 허문 등 후손들이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남화의 맥을 이어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초 찾은 운림산방. 9월부터 시작되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앞두고 말끔하게 단장된 분위기다. 폭염 경보가 내려졌음에도 휴가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운림산방을 찾은 여행객들이 제법 많다. 아이들은 매표소에서 구입해 온 먹이를 잉어들에게 나눠주며 신이 났다. 땡볕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나무그늘 아래는 선선해서 제법 둘러볼만 하다.

운림산방은 소치 1관(소치기념관), 소치 2관, 고택, 화실, 운림사, 운림지(연지)로 이뤄져 있다. 첨찰산을 배경으로 자연유산과 역사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나 국가지정명승 제80호로 지정돼 있다.

차분하게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연못을 돌아 소치화실로 발길을 잡았다. 정갈한 방안에는 그림을 그리는 허련의 형상이 놓여있다. 화실과 뒤편 초가는 1982년 소치의 손자인 남농 허건에 의해 복원된 모습이다.

소치1관은 허련의 작품들과 예술인생, 교우관계, 명사들의 평가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여러 명사들과 주고받은 한시첩, 서책을 볼 수 있으며 소치 일가의 다큐를 담은 실감 콘텐츠도 관람할 수 있다.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소치2관. 2~5대까지 후손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3월 새롭게 단장한 소치2관은 2~5대까지 후손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실과 실감 콘텐츠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대 미산 허형, 3대 남농 허건, 임인 허림, 4대 임전 허문, 5대 허진, 허은, 허청규, 허재, 허준 등 소치 일가 직계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소치 작품을 미디어 아트화한 공간과 대나무 정원의 홀로그램, 소치가 운림산방을 그린 선면산수도 포토존 등이 갖춰져 있다.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진도 운림산방 소치2관.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통 수묵의 그윽함과 현대 수묵의 화려함을 함께 엿볼 수 있는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와 진도 등 ‘예향’ 전남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예향 남도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프로젝트 ‘남도문예 르네상스’ 선도 사업으로 지난 2018년 처음 개최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주제는 ‘물드는 산, 멈춰선 물- 숭고한 조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산’과 흐르는 ‘물’의 속성이 서로 교차되고 중첩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전통화의 가장 큰 주제인 산수화를 재해석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올해 비엔날레는 19개국 19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전통수묵과 현대수묵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진다. 특히 수묵화의 대중화, 브랜드화, 세계화를 통해 ‘K-컬처’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MZ세대 대학생과 어린이 80여 명이 참여해 전통수묵의 발전과 계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수묵의 현대적 재해석 작품인 백남준의 수작 ‘머리를 위한 선’과 구한말 황실의 작품 공개 등 흥미롭고 귀한 작품을 전시해 비엔날레 격을 높인다.

주 전시관은 목포와 진도에서 운영된다. 1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산-물, 바람-빛’을 주제로 대표적 중견 수묵작가와 세계적 해외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현대수묵Ⅰ’, 세계화를 위한 국제레지던
목포문화예술회관.
시가 ‘목포는 항구다’의 주제로 16개국 작가와 교류해 운영된다. 특별전 ‘대한제국 수묵유사전’에서는 구한말 황실의 유묵, 서화, 글씨 등이 공개된다.

2전시관 노적봉 예술공원 미술관에서는 유명 중견작가와 젊은 뉴웨이브 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풍경은 같은데 산수가 다르다’를 주제로 수묵의 재료성과 현대성을 재해석한다. 3전시관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에서는 ‘미래는 수묵시대’를 주제로 한국화 전공 30여 명의 대학생 작품을 전시하는 ‘대학 수묵제’, 전국 60여 명의 초등학생 작품을 전시하는 ‘어린이 수묵제’가 개최된다.

4전시관인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이 ‘운림, 구름이 스미는 검은 숲’의 주제로 전시된다.

5전시관은 진도 운림산방 소치 1관과 2관이다. 문인화적 풍모를 보여주는 수묵 대가들의 산수화와 미디어 아티스트 6인의 인터렉티브형 전시가 ‘화담/지자요수 인자요산’을 주제로 운영된다. 6전시관인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영·호남 작가 교류전인 ‘묵연’전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광양도립미술관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해남 대흥사에 특별전시관이 마련된다. 순천에서는 지난 4~5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수묵, 정원을 담다’ 특별전을 개최한데 이어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간 2차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8월부터 10월까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조우’를 통해 수묵의 특별함을 선보인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작으로 구성된 전시는 김환기의 ‘무제’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40여 작가의 작품 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해남 대흥사 호국대전에서도 ‘산처럼 당당하게 물처럼 부드럽게’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비엔날레 기간동안 ‘수묵 놀이교실’, ‘나도 수묵화가’, ‘농담 속 수묵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사 기간동안 수묵비엔날레 입장권 하나로 목포 해상케이블카, 진도 운림산방,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여수 예술랜드, 해남 공룡박물관 등 전남도내 61개소 유명 관광지와 연계 할인도 진행한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