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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검사표의 역사와 발달 - 마양래 보라안과병원 원장
2023년 08월 16일(수) 22:00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시력검사표를 이용해 시력을 측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럼 안과에서 가장 기본인 시력 검사에 이용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시력검사표는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발달했을까.

시력검사표가 발달하기 전, 옛날 사람들은 별을 이용해 시력을 측정했다. 7개의 밝은 별이 국자 모양을 하고 있는 북두칠성 별자리를 자세히 보면, 끝에서 두 번째에 쌍둥이별이 있다. 이 두 개의 별이 선명하게 두 개로 보이면 시력이 좋고, 한 개로 보인다면 시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 시간이 흘러 오늘날 우리는 시력검사표를 이용해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시력검사표의 시작은 1843년 독일의 안과의사 ‘하인리히 퀴흘러’가 시력 검사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검사자가 외울 필요없는 읽는 차트를 만들게 되면서이다.

이후 1862년 네덜란드 안과의사 ‘허먼 스넬렌’이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 격자 안에 들어가는 도형 또는 문자체를 발명해 시력측정에 사용하면서 표준화된 시력검사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스넬렌 차트에는 문제가 있었다. 글을 모르는 어린이와 문맹인은 글자가 보일지라도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09년 프랑스 안과의사 ‘애드먼드 란돌트’가 도입한 ‘란돌트 고리’(Landolt Ring)를 이용한 검사법이 국제안과학회에서 인정받아 시력검사표의 국제 표준이 정립된다.

란돌트 고리는 쉽게 말하면 ‘C’자 모양의 구멍 뚫린 원이다. C자 모양으로 시력을 잴 수 있는 비밀은 고리의 트인 곳에 숨어 있다. 이 고리를 5m 떨어진 거리에서 볼 경우, 시력이 좋은 사람은 기호의 트인 곳을 뚜렷하게 인식해 고리 모양으로 보는 반면,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트인 부분이 보이지 않아 단순히 원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원리이다. 이처럼 어느 방향이 뚫려있는 지를 확인함으로써 어린이나 문맹자도 시력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51년 최초의 시력표가 발명되었다. 국내 최초로 발명된 ‘한천석 시력표’에는 란돌트 고리와 더불어 숫자와 한글 기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시력 검사표는 숫자 2부터 7까지 6개의 숫자와 일곱 개의 한글, 일곱 개의 그림 기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시력검사표의 기호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시력인데도 모양이 헷갈려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은 것들로 엄선된 것이다. 이밖에 현재는 1997년 안과의사 진용한 박사가 개발한 ‘진용한 시력표’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력검사표는 0.1에서 2.0까지의 시력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최고 시력은 2.0인 걸까? 그렇지 않다. 흔히 시력이 좋다고 알려진 몽골인들은 넓은 초원에서 멀리 보는 생활을 하는 환경 덕분인지, 시력을 측정해 본 결과 평균 시력이 3.0으로 나왔고, 심지어는 8.0이라는 놀라운 측정 결과가 나온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시력검사표의 최고 값이 2.0까지만 나와 있는 것은 시력검사의 목적이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한 시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낮은 시력을 교정하기 위함으로 그 이상의 시력을 측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력검사표의 역사,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안과에서는 혁명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만큼, 안과 치료와 시력 보조도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꼭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어도 한 번쯤은 해보는 시력검사. 다음 시력검사를 받을 때는 시력검사표에 숨겨진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자신의 눈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