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남산단 변화가 필요하다] <4> 파리 스테이션F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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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남산단 변화가 필요하다] <4> 파리 스테이션F 가보니
“지역 연고 뛰어넘은 조직·맞춤형 창업지원 본받아야”
2017년 낡은 철도기지 3만4000㎡ 규모 창업거점 변신
IT 기업 1000개사 몰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업종 무관 예비·여성·취약계층 창업지원사업 30개 운영
2023년 07월 30일(일) 18:20
프랑스의 한 기업가 자비에르 니엘은 지난 2017년 3500억원을 출연해 3만4000㎡에 달하는 파리의 낡은 철도기지를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에프로 탈바꿈시켰다. 역사 창고가 1000개사 넘는 창업기업 지원 공간으로 바뀐 모습.
미국에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촌이 있다면 프랑스 파리에는 ‘스테이션 에프’(Station F)가 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곳은 전 세계 1000개 넘는 창업기업이 모인 ‘혁신 창업거점’의 본보기로 불려왔다.

이곳에서는 창업벤처 생태계를 이루는 창업자와 투자자, 대학·연구소, 기업 등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개방됐다.

지난 2019년 인천 송도가 1호로 선정된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파크’는 파리 스테이션 에프를 본떠 만들었다.

스테이션 에프는 30여 개의 자체 운영 창업지원 사업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네이버, LVMH 등 대기업이 입주해 27개 이상의 특화업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스타트업 파크 조성지로 선정된 대전과 충남 천안, 부산 등 우리나라 여러 자치단체가 본보기로 삼는 창업공간이 스테이션 에프이다.

유럽 최대 규모 창업 박람회인 ‘비바 테크놀로지’가 열린 지난달 중순 찾은 스테이션 에프에는 수많은 국적과 인종, 연령대가 한데 모인 ‘실내 공원’과 같은 인상을 줬다.

파리 국립도서관과 맞닿아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센강이 흐르는 스테이션 에프는 원래 낡은 철도기지였다.

지난 2017년 기차역(Halle Freyssinet)이 있던 이 자리에는 3만4000㎡(1만285평) 규모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가 들어섰다.

스테이션 에프는 2016년 처음 박람회를 시작한 ‘비바 테크놀로지’와 함께 유럽 창업 생태계 상징으로 급성장해왔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창업가가 몰려드는 스테이션 에프의 출발은 프랑스의 기업가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을 두고 얘기할 수가 없다. 프랑스 통신사 프리(FREE)의 창업가 자비에르 니엘은 3500억원을 출연해 ‘유럽의 실리콘밸리’를 탄생시켰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창업가와 창업 전문가, 벤처투자사, 투자자들이 한데 모여 스스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스테이션 에프는 ‘셰어 존’ ‘크리에이트 존’ ‘칠 존’ 3개 구역으로 나눠 창업가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명사 강연 등이 열리는 ‘마스터 스테이지’.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motte)는 310m에 달하는 역사 창고를 ‘셰어 존’ ‘크리에이트 존’ ‘칠 존’ 3개 공간으로 나눠 새로 단장했다.

셰어 존에는 회의실과 광장, 스테이션 에프 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3개 층이 마치 벽돌처럼 쌓인 것 같은 크리에이트 존은 창업 프로그램별로 구역을 구분했다. 3개 층에 구역별로 36~60개 책상을 배치했다. 셰어 존과 크리에이트 존과 달리 스테이션 에프를 찾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칠 존은 ‘맛집’이 즐비한 휴식공간이다. 칠 존을 제외한 스테이션 에프를 찾아가려면 한 달이나 적어도 수 주 전에는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스테이션 에프는 40명 안팎 인력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IT 부서원이 7명으로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괄 1명과 커뮤니티 운영 8명, 시설 관리 9명, 프로그램 운영 6명, 인사 1명, 사업 개발 4명, 경영 지원 6명 등이 일하고 있다.

스테이션 에프는 한 해 30개 넘는 창업 지원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업종에 관련 없이 예비·초기 단계·취약계층·여성 창업기업 지원대상을 선정해 이들의 출발을 돕고 있다.

주요 직영 사업은 예비 창업, 초기 창업, 취약계층 창업, 여성 창업으로 나뉜다.

다양한 종류의 맛집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스테이션 에프 안 식당.
‘예비 창업’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설립 과정 전반을 설명하고, 기업가 정신·사업계획서 제작 지원 교육 등을 펼친다.

‘초기 창업’ 대상 기업은 스테이션 에프에 입주할 기회를 얻는다. 전문가와 일대일 상담을 받거나 길드(조합) 등 다양한 단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이션 에프는 창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해마다 30개사 선정해 1년간 맞춤형 상담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 창업가들을 위한 특화 창업지원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원은 6개월간 진행되며, 입주 공간과 일대일 상담 등을 제공한다.

스테이션 에프가 진행하는 30개의 직영 사업 말고도 민간 지원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네이버, LVMH 등 대기업과 인큐베이터(육성 전문가)가 입주해 27개 이상의 특화업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크라우드웍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 정예나(34) 대표.
지난 5월부터 스테이션 에프 지원 기업에 선정된 ㈜크라우드웍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 정예나(34) 대표는 “스테이션 에프와 인연을 맺은 한 달 만에 파리에서 90곳 넘는 고객과 연계될 수 있었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지능정보산업협회 선정 ‘인공지능(AI) 유망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크라우드웍스는 지난 2020년 광주시와 AI 산업 육성 협약을 맺고 광주 사무실을 내기도 했다.

그는 “영어가 기반이 아닌 국가에서 IT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지역적 연고라는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서 창업 첫발을 떼야 한다”며 “새로운 인력을 발굴하고 귀중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스테이션 에프의 조직화·맞춤화된 지원 체계는 여러 창업가에게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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