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와 의대 정원 확대- 김종선 광산구 의사회장, 고려인 광주진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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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와 의대 정원 확대- 김종선 광산구 의사회장, 고려인 광주진료소장
2023년 06월 21일(수) 21:30
매주 화요일 저녁에 운영되는 무료 진료소인 고려인 광주진료소에는 자원봉사하는 의대생들이 있다. 봉사하는 착한 의대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필수 의료 기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필수 의료에 지원하는 것은 루저(looser)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힘든 과를 지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부모님 의견에 따라 자신이 평생 진료할 과목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충격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광산구 백신센터를 세팅하는데 참여했던 필자는 의대생의 백신센터 봉사를 기획했다가, 학업 이외의 활동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항의로 기획을 포기한 적도 있으니,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의사는 사위는 시켜도, 아들은 안 시킨다는 말이 있었다. 환자의 죽음을 마주하는 수련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의대 과별 빈부 격차가 생겼다, 건강보험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필수 의료는 저수가와 힘든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고, 건강보험과 관계가 적은 진료과는 저수가와도 관계가 없고, 수련 과정이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다.

저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은 인기 과를 더 인기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기 과는 저수가와 관계없는 비급여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가의 정상화는 진료과별 빈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어,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루저라는 말은 없어질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께서 선거 때 약속했던 저수가의 정상화를 과감하게 실천했으면, 지금의 필수 의료 분야의 붕괴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제부터 필수 의료 인재를 양성한다 해도,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고려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늦었지만, 적정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언론에서 ‘응급실 뺑뺑이’란 자극적인 말로 응급실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1차 치료를 하고, 전문 과로 배치를 하는 플랫폼과 같은 곳이다. 응급실이 포화가 되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수요(환자)가 많아서 포화이거나, 공급(진료 의사)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119에서 응급 환자를 후송할 때, 권역응급 의료센터(대학 병원)로 전원하는 이유는 사실 환자나 보호자의 민원과 관계가 있는 경우도 적지않다. 코피 환자를 보다가 ‘뇌피’(뇌출혈) 환자를 못 보게 되는 응급 의료센터이다. 응급 의료센터는 편의점과 같이, 원하면 드나들 수 있는 편의 의료센터가 아니다.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표라는게 있다. 이에 맞춰 환자를 분류해서 적정한 병원으로 후송하게 하면, 응급 의료 체계는 완성된다.

정치권에 부탁하고 싶다. 119 대원에게 면책 특권을 주고, 매뉴얼대로 응급 환자를 이송할 수 있게 법적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내 판단으로는 당신은 경증이니 동네 병원에 가야 한다”라고 구조사가 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카카오맵, T맵처럼 응급 의료 지도가 있어야 한다. 119를 부르면 중증도 1단계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중증도 5단계 환자는 무슨 병원으로 응급 의료 지도에 맞추어 신속하게 이송되어야 한다. 지도(맵)를 관리하는 사람은 월별, 일별로 진료과별 의료진, 수술 여건을 파악하고, 부족한 진료과가 있으면, 미리 채울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 만성적으로 부족한 진료과의 의료진은 광주시에서, 전라남도에서 직접 타 지역 의료진을 스카우트하고, 미충족 진료과 의료진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필수 의료 진료 의사의 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의사를 충분히 양산하면, 남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로 가지 않겠냐는 단순한 논리와 의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시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백 세의 건강과 행복을 중요시하는 시대이다. 의대를 온 학생들이 본인의 건강과 행복을 지역 사회에 희생해야 하는 필수 의료로, 전공 분야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필수 의료는 환자의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치료 중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를 가지게 된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의료 소송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소송이 치료 위축으로 결론이 나선 안 된다.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넌 환자만 열심히 봐, 나머지는 내가 다 책임질게”라고 하는 지역 사회의 공감대 및 합의가 필요하다. 수술하는 의사는 평생을 수술할 수가 없다. 필수 의료를 수술하는 의사가 60세까지 수술을 하면 본인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에 맞는 보상을 아까워해서는 필수 분야 의료를 충족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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