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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에 전해진 ‘광주의 아픔’
정동년 1주기 추모 광주 방문
5·18 항쟁 시민 관점서 다룬 다큐
정찬주 작가의 장편 ‘광주아리랑’
유족 김길자 여사 등으로부터 받아
2023년 05월 31일(수) 19:50
소설 ‘광주 아리랑’을 전달받은 전우원(가운데) 씨가 김길자 여사(왼쪽), 구제길 광주시민단체총연합 대표와 포즈를 취했다. <구제길 제공>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및 광주일보 창사 68주년 기념으로 광주일보에 연재돼 출간된 정찬주 작가의 장편소설 ‘광주 아리랑’(전2권)을 전달받아 눈길을 끈다.

우원 씨는 최근 정동년 씨 1주기 추모식(5월29일)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들렀으며 추모식 전날 광주 풍암지구 인근 모 식당에서 광주시민단체총연합 구제길 대표, 80년 당시 희생당한 고(故) 문재학(고1) 학생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 등으로부터 소설 ‘광주 아리랑’을 전달받았다.

구 대표는 “정동년 씨 1주기 추모식 전날 우원 씨와 만나 식당 앞에서 ‘광주 아리랑’을 전달했다”며 “우원 씨에게 ‘80년 당시 광주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을 꼭 읽어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광주에 내려와 직접 사죄를 해준 우원 씨에 대해 광주시민들은 ‘감사는 물론 용기있는 행동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소설을 전달 받은 우원 씨는 ‘소설을 꼭 읽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초 구 대표는 소설 10질을 준비해 갔지만 우원 씨가 이동 상의 어려움 등을 들어 1질만 받았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구 대표는 ‘광주 아리랑’을 영문 번역을 해서 미얀마 등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전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우원씨에게 전달된 ‘광주 아리랑’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2020년 5월까지 총 31회까지 연재된 소설이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광주 5·18을 노동자와 빈민, 시민들의 관점에서 다큐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당시 항쟁에 가담했던 광주 시민들의 입장에서 팩트를 기반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그렸다. 정찬주 작가는 80년 5월 14일부터 27일까지 광주의 실상을 옴니버스 형식을 차용해 장편소설 방식으로 담아냈다.

우원 씨가 소설을 전달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정찬주 작가는 “전두환 일가 중 유일하게 참회하고 있는 우원 씨의 손에 들릴 줄이야!”라며 감회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죽 괴로웠으면 아무 죄도 없는 어린 손자가 전씨 일가를 대신하여 참회하게 됐을까 싶어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연재를 마쳤을 당시 정 작가는 집필 기간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 그만큼 광주의 아픔과 상흔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방증한다. “광주 선후배들에게 졌던 오래 된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내 나이 70 직전에 썼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더 나이 들면 정신이 흐려질 것 같았고 세월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연재할 수 있도록 지면을 배려해준 광주일보사에 감사드린다.”

‘광주 아리랑’ 삽화는 제19회 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정기 화가가 맡았다. 이 작가는 매 회당 부담이 가는 작업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의 이야기기를 어떻게 해야 누가 되지 않을까, 심리적 부담이 컸다”며 “그리고 소설은 끝났지만 현실에서는 진실을 규명해야하는 과제가 있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문학계 인사는 “이번 ‘광주 아리랑’ 전달을 계기로 5·18진상이 밝혀지고 당시 관련자들의 참회가 잇따랐으면 한다”며 “역사는 언젠가 5월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