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300년 왕조의 흥망성쇠…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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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300년 왕조의 흥망성쇠…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2023년 05월 26일(금) 00:00
19세기 러시아 민중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일리야 레핀의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 <구글 아트 프로젝트 제공>
11명의 인부들이 몸에 밧줄을 감고 배 한척을 끌고 있다. 얼굴과 옷차림 모두 검어 더욱 힘겨워 보인다. 이미 증기선의 시대가 왔지만 러시아 선주들은 여전히 인력으로 배를 하류에서 상류로 끌어올렸다. 증기기관대신 농부나 도망 노예를 쓰는 편이 더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속담에 “말에게는 멍에, 배 끌기에는 밧줄”이라고 할 정도였다. 1870~1873년 일리야 레핀이 유화로 그린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 작품에는 러시아 혁명 전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고달픈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일본 독문학자 나카노 교코가 쓴 ‘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300년 흥망성쇠를 그림과 함께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유명 그림을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4번째 책이다. 앞서 합스부르크와 부르봉, 영국 편을 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는 1613년 즉위한 첫 번째 차르(황제) 미하일 표도르비치부터 1917년 혁명으로 하야한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까지 304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했다. 왕조의 뿌리는 14세기 초 프로이센 땅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귀족 호빌라 가문이다. 저자는 ‘폭군 이반과 그의 아들 이반, 1581년 11월 16일’(일리야 레핀 작) 작품으로 로마노프 왕조의 시작을 설명한다. 로만 유리예비치의 딸은 이반과 결혼했지만 14년 후 독살된다. 이후 이반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다음 차르(러시아 황제)가 될 같은 이름의 27살 아들을 지팡이로 때려죽이고 만다. 이후 기나긴 권력다툼 끝에 1613년 7월 미하일 로마노프가 차르 자리에 오르게 된다.

19세기 러시아에서 “차르는 태양이고, 나머지는 어디까지나 그 아래다‘ 할 정도로 로마노프 왕조의 권위는 막강했다. 저자는 표토르 대제와 엘리자베타 여제, 타라가노바 황녀, 예카테리나 2세, 모로조바(귀족 부인), 라스푸틴 등 로마노프 왕가를 대표하는 인물과 역사적 사건 주인공을 소재로 한 명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소한 로마노프 왕가와 러시아 역사를 들려준다. 그중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후 12차례 채찍질을 당하고, 시베리아로 추방된 ‘우글리치 교회 종’ 이야기가 흥미롭다. 미하일 로마노프 등극 전 실권자였던 보리스 고두노프가 사람처럼 똑같이 ‘가짜정보를 전했다’는 이유로 교회 종을 처벌한 것이다.

300여년 러시아를 통치한 로마노프 왕가의 마지막 차르는 니콜라이 2세이다. 그는 22살 황태자시절 일본을 방문했다가 비와 호수 인근마을 오쓰에서 테러를 당했다. 범인은 경찰이었는데 ‘오쓰 사건’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황제는 일본을 미워해 러일전쟁을 일으켰다는 설도 있다. 일본화가가 그린 ‘쓰시마 해전’ 등 러일전쟁 관련 그림은 당시 전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에 실린 로마노프 왕가의 황제를 그린 인물화 외에 ‘안나 여제의 광대들’, ‘이단 사제의 처형’등 역사적 사건을 그린 기록화가 현재의 사진처럼 글에 생동감을 안겨준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은 ‘아우스터리츠 전투’(프랑수아 제라르 작)와 ‘틸지트에서의 나폴레옹 1세와 프로이센의 루이제 왕비의 접견’(니콜라 고스 작) 그림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합스부르크나 부르봉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로마노프 왕조 흥망사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의 명화와 함께 즐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경arte·1만6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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