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클릭, 문화현장-아시아문화박물관
최고의 콘텐츠 몰입감…아시아 문화놀이터
‘ACC 라이브러리파크’ 리모델링
전시관·도서관·아카이브센터 구성
상설기획전·영상·체험콘텐츠 제공
역피라미드형 계단식 공연장 인기
광주 출신 작곡가 정추 선생 특별전
‘ACC 라이브러리파크’ 리모델링
전시관·도서관·아카이브센터 구성
상설기획전·영상·체험콘텐츠 제공
역피라미드형 계단식 공연장 인기
광주 출신 작곡가 정추 선생 특별전
![]() 광주 출신 작곡가 정추(1923~2013)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 ‘나의 음악, 나의 조국’전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
소문난 문화도시에는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복합공간들이 많다. 고단한 일상으로 지친 시민들에게 이들은 예술의 향기로 삶의 피로를 씻어주는 도심 속 쉼터이기 때문이다. 광주에선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rture Center, ACC) 아시아문화박물관(아시아문화정보원)이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라이브러리파크’로 더 친숙한 이 곳은 지난 2021년 새로운 이름을 달고 시민들 곁으로 되돌아왔다.
ACC의 지하 3층에 들어서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동선이 인상적인 도서관에는 책을 읽거나 소장 자료를 검색하는 이들이 눈에 많이띈다. 여느 도서관의 답답한 열람실에서 찾기 힘든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근사한 카페에 온 듯하다. 방문객들은 개방식 서가에 비치된 아시아 각국의 문화예술 서적들을 골라 시야가 트인 자리에 앉아 자유롭게 읽는다.
도서관 옆에 자리한 북라운지는 책과 함께 하는 휴식공간이다. 은은한 조명과 담백한 질감의 테이블, 감각적인 소파가 어우러진 이곳은 아시아문화와 관련된 도서, 잡지, 신문 등을 열람할 수 있는 ‘북 카페’이기도 하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한가롭게 자료를 살펴보는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 같다.
특히 북라운지에서 옆으로 눈을 돌리면 대나무 정원이 펼쳐진다. 원래는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지하층의 습도를 조절하고 햇빛이 드나드는 통로였지만 아름다운 풍광 더분에 ACC의 ‘숨은’ 명소로 떠올랐다. 얼핏 보면 바깥에 꾸민 실외 공간 같지만 정기간행물 코너에 유리벽과 천장을 설치하고 통로 외벽에 대나무를 심어 자연의 일부처럼 연출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도서관의 진가는 ‘콘텐츠’에서 돋보인다. 바로 ‘맛있는 책을 골라주는’ 북 큐레이션(2023년 1월~2024년 2월)이다. 아시아문화예술관련도서와 추천도서로 나뉘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다양한 매력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먼저 아시아문화예술관련도서는 아시아 도서와 건축(2023년 1~2월), 아시아 극과 영화(3~4월), 아시아 향신료와 음식(5~6월), 아시아 언어와 소리(7~8월), 인니문화(11~12월), 아시아 그림과 시(2024년 1~2월)의 순으로 진행된다. 추천도서는 새해맞이 삶의 지표를 비롯해 책장에서 만나는 음악이야기(2023년 3~4월), 책장에서 만나는 현대역사 이야기(5~6월), 휴가와 여행(7~8월), 시민 북큐레이션(9~10월), 영화와 원작 소설의 만남(11월~12월), 편지로 전하는 사랑의 인사(2024년 1~2월)로 꾸며진다.
도서관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공간은 바로 계단식 공연장이다. 공간 재구성을 통해 지하 3~4층을 잇는 역피라미드형으로 설계한 계단식 공연장이다. 이 곳에서는 계단에 걸터 앉아서 멍을 때리거나 강연이나 소규모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MZ세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15년 ‘ACC 라이브러리파크’라는 간판을 달고 도서관과 기록관, 박물관을 통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지만 백화점식의 전시구성과 불편한 동선으로 ‘한산한’ 날이 많았다. 지금의 달라진 모습은 2021년 5월, ACC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말 그대로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의 문화 보고이다. 희귀문서에서부터 도서, 공연, 전시, 디지털 아카이브 등 수십 여 만점의 자료들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문화와 역사,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과 상설전은 ACC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광주 출신의 작곡가 정추(1923~2013)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 ‘나의 음악, 나의 조국’(3월22~5월28일)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추 선생은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났지만 굴곡진 역사로 인해 러시아로 망명했으며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조국’이 학교 역사상 최초 만점을 받아 ‘검은 머리 차이콥스키’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음악인류학자’ 정추의 기록과 음악을 통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조명하는 자리다. 정추는 삶의 연대기가 말해주듯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잊혀져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존경받는 작곡가로, 고려인 가요 채록을 통해서는 한민족음악을 지키고자 했던 민족음악연구 선구자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성장 배경에 초점을 맞춘 1부에서는 1923년부터 1946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예술가 집안의 내력을 엿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들이 흥미롭다. 2부(1946~1958)는 음악의 길로 나아가는 시기를 담았다. 1946년 형을 따라 월북한 정추는 평양 국립영화촬영소 음악감독으로 일한 후 국비장학생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작곡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알렉산드로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한국적인 선율을 연구하고 한민족 정서를 담은 ‘조국’을 발표하는 등 활동의 폭이 넓어진 시기였다. 마지막 3부는 1959년부터 2013년까지 음악인류학자로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를 보여주고 있다.
ACC가 수집한 아시아문화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한 상설전은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다. ‘아시아적 정체성과 경험의 증언’(상설전시실)을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아시아 근현대 건축:국가형성과 건축가’, ‘아시아 이주·정착:중국인들의 이주’ 등 5개의 소주제로 나눠 도서·문서·사진·건축모형·영화·유뮬 등의 고전적 매체는 물론 신기술 융합콘텐츠 기반의 가상현실 영상도 다루고 있다.
ACC 배재훈 학예연구사는 “다양한 영상자료와 체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은 아시아의 문화를 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가 낮았지만 근래 이용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 연장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시민들의 도심 속 쉼터로 자리잡고 있는 북라운지 모습. <사진제공·ACC> |
하지만 도서관의 진가는 ‘콘텐츠’에서 돋보인다. 바로 ‘맛있는 책을 골라주는’ 북 큐레이션(2023년 1월~2024년 2월)이다. 아시아문화예술관련도서와 추천도서로 나뉘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다양한 매력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먼저 아시아문화예술관련도서는 아시아 도서와 건축(2023년 1~2월), 아시아 극과 영화(3~4월), 아시아 향신료와 음식(5~6월), 아시아 언어와 소리(7~8월), 인니문화(11~12월), 아시아 그림과 시(2024년 1~2월)의 순으로 진행된다. 추천도서는 새해맞이 삶의 지표를 비롯해 책장에서 만나는 음악이야기(2023년 3~4월), 책장에서 만나는 현대역사 이야기(5~6월), 휴가와 여행(7~8월), 시민 북큐레이션(9~10월), 영화와 원작 소설의 만남(11월~12월), 편지로 전하는 사랑의 인사(2024년 1~2월)로 꾸며진다.
![]()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명소로 떠오른 계단식 공연장. |
하지만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15년 ‘ACC 라이브러리파크’라는 간판을 달고 도서관과 기록관, 박물관을 통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했지만 백화점식의 전시구성과 불편한 동선으로 ‘한산한’ 날이 많았다. 지금의 달라진 모습은 2021년 5월, ACC가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말 그대로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의 문화 보고이다. 희귀문서에서부터 도서, 공연, 전시, 디지털 아카이브 등 수십 여 만점의 자료들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문화와 역사,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과 상설전은 ACC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광주 출신의 작곡가 정추(1923~2013)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전 ‘나의 음악, 나의 조국’(3월22~5월28일)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추 선생은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났지만 굴곡진 역사로 인해 러시아로 망명했으며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조국’이 학교 역사상 최초 만점을 받아 ‘검은 머리 차이콥스키’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음악인류학자’ 정추의 기록과 음악을 통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조명하는 자리다. 정추는 삶의 연대기가 말해주듯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잊혀져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존경받는 작곡가로, 고려인 가요 채록을 통해서는 한민족음악을 지키고자 했던 민족음악연구 선구자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성장 배경에 초점을 맞춘 1부에서는 1923년부터 1946년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예술가 집안의 내력을 엿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들이 흥미롭다. 2부(1946~1958)는 음악의 길로 나아가는 시기를 담았다. 1946년 형을 따라 월북한 정추는 평양 국립영화촬영소 음악감독으로 일한 후 국비장학생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작곡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알렉산드로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한국적인 선율을 연구하고 한민족 정서를 담은 ‘조국’을 발표하는 등 활동의 폭이 넓어진 시기였다. 마지막 3부는 1959년부터 2013년까지 음악인류학자로 열정을 불태우는 시기를 보여주고 있다.
ACC가 수집한 아시아문화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한 상설전은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다. ‘아시아적 정체성과 경험의 증언’(상설전시실)을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아시아 근현대 건축:국가형성과 건축가’, ‘아시아 이주·정착:중국인들의 이주’ 등 5개의 소주제로 나눠 도서·문서·사진·건축모형·영화·유뮬 등의 고전적 매체는 물론 신기술 융합콘텐츠 기반의 가상현실 영상도 다루고 있다.
ACC 배재훈 학예연구사는 “다양한 영상자료와 체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은 아시아의 문화를 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가 낮았지만 근래 이용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나 연장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