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도보통지’ 정조의 정치적 이상과 시대정신을 담다
  전체메뉴
‘무예도보통지’ 정조의 정치적 이상과 시대정신을 담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최형국 지음
2023년 04월 21일(금) 19:00
흔히 조선의 정조는 개혁의 군주로 평가된다. 왕권 강화, 수원화성 축조 같은 외적인 치적 외에도 조선의 문화를 꽃피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반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정조의 실용적 치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예’ 부분이다. 조선의 최고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가 정조시대에 완성됐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정조는 문과 무를 병용하는 전략이 국운을 장구하게 하는 계책임을 절감했다. ‘무예도보통지’는 그런 정조의 정치적 이상과 시대정신을 담은 병서다.

수원시립공연단 무예 24기 전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형국 박사가 펴낸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는 정조의 리더십과 최고의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를 조명한 책이다. 말 그대로 무예를 그림과 해설로 풀어 설명한 종합 서적이다.

최 박사는 그동안 무예와 관련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펼쳤다. 그 가운데 ‘정조, 무예와 통하다’는 2021년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정조가 즉위 초반에 발표한 ‘경장대고’의 핵심인 민산, 인재, 융정, 재용 같은 4대 개혁 과제는 그의 정치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정조는 백성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민산), 능력 있는 인재를 키워 나라를 살찌우고(인재), 군사제도를 강화해 국방력을 키우고(융정), 재물의 씀씀이를 분명히 해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한다(재용)는 정치적 이상향을 실천하고자 했다.”

조선시대 한양의 경비를 담당한 훈련도감은 도성 안팎에 다섯 곳의 분영을 유지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북일영이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저자에 따르면 무예는 가장 전투적인 인간의 몸짓이다.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 칭한 것은 그만큼 전쟁이 많았음을 전제한다. 전쟁을 통해 인간은 강인해지고 발전했다는 견해다. 또한 저자는 “아이러니하지만 완전한 파괴는 또 다른 변혁을 만드는 시험의 장이기에 전쟁은 인류의 문화 속에서 늘 함께했다”며 “그런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인간적인 몸짓의 강화로 무예가 발전했다”고 강조한다.

무예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무예도보통지’는 실용과 위민이 사상을 근간으로 한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한계를 딛고 보위에 오른 정조는 왕권 강화가 시급한 과제였다. 군사제도 개혁, 군권 장악은 집권 토대를 닦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정조가 군사제도를 개혁했던 또 다른 이유는 외세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16~17세기 양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겪으며 국방은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병자호란 패배는 조선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성리학적 질서가 무너지는 충격을 안겼다. 인조가 삼전도에 나와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고구두’는 물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볼모로 끌려간 사건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이는 성리학적 질서의 붕괴를 의미했다.

국방, 다시 말해 무기와 전술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조정에서는 군사제도를 개편하고 무예를 모아 표준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적의 무기와 무예라 할지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면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이 유연성은 위민이라는 실용성으로 연계된다. 무예를 전문으로 하는 군사들 외에도 일반 백성들도 써먹을 수 있게 배려를 했다. 무예 동작까지 그렸기 때문에 그림만 보면 따라 할 수 있도록 편찬을 한 것이다.

‘무예도보통지’에는 24기이 무예가 수록돼 있다. 보병 무예 18기와 기병 무예 6기가 더해졌다. 권1에 장창을 비롯해 죽장창, 기창, 당파, 기창, 낭선이 담겨 있으며 권2에 쌍수도와 예도, 왜검, 교전이 수록돼 있다. 권3에는 제독검, 본독검, 쌍검, 마상월도 등이 실려 있다.

저자는 “정조는 지식을 단순히 머릿속에만 머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쉼 없이 현실에 적용하려 애썼다”며 “고전에 담긴 지식과 철학은 오늘의 현실을 비추어 늘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물과사상사·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