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사학 탄압으로 왜곡된 학교 역사 - 오미화 전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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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사학 탄압으로 왜곡된 학교 역사 - 오미화 전남도의회 의원
2023년 03월 29일(수) 22:00
‘대한 독립 만세!’의 함성이 들릴 것 같은 3월이다.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삼일절이 올해 104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엔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일제는 조선의 정체성을 말살시키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고 민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행해졌던 일들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바로 내 고장 영광군 법성포초등학교 이야기다.

법성포초등학교 동문들은 학교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2018년 교육부에 졸업 횟수 변경을 청원했었다. 결과는 불가였다. 청원서는 영광교육지원청에서 심사했는데, 변경 불가의 이유가 “졸업 횟수를 변경해 얻는 이익보다 이에 따른 절차가 복잡하고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학교의 첫 시작을 우리 조상들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세운 기점으로 바로 잡자고 하는 일을 어찌 ‘이익과 혼란’으로 단정 지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올바른 학교의 역사관을 수립해 자긍심을 높이자는 일이 이익을 따질 문제인지 의아스럽다.

법성포초등학교는 일제 침략에 맞서 전개한 항일 의병 운동의 영향으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던 시기인 1908년 사립 법성포보통학교로 개교되었다. 이 사실은 일제 강점기에 발간된 ‘조선교육대관’이나 1916년 2월 23일자 ‘매일신보’ ‘법성포보교와 유교(有校)’ 제목의 기사 그리고 광복 이후에 발간된 ‘전남교육사’ 등 여러 문헌과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법성포초등학교가 올해로 개교 115년을 맞게 된다. 그러나 법성포초등학교는 기원을 일제 당국이 법성포공립보통학교로 전환한 1920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졸업횟수는 102회로 되어 있다.

일제는 1919년 법성포 독립 운동의 진원지를 사립 법성포보통학교로 지목했다. 그리고 이듬해 비협조적인 학교 탄압을 강화하고자 법성포에 있는 사립 보통학교 두 곳을 모두 폐교 조치하고 법성포공립보통학교로 재개교시켰다

사립 법성포보통학교의 교지와 교사 그리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학생들을 그대로 승계하였고 학교 이름은 법성포공립보통학교로 개칭했다. 즉, 대한 제국 시대의 사립 법성포보통학교가 일제 강점기에 법성포공립보통학교로 바뀌었고, 사립 11회 졸업생이 공립 1회 졸업생으로 둔갑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법성포초등학교로 이어지면서 일제의 의도대로 1920년 이전의 학교사가 단절된 것이다.

법성포초등학교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역 주민들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학교였다. 그리고 학교 출신들은 일본의 총칼에 맞서 맨손으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항거했던 선배들이었기에 일제 강점기 때 단절된 학교의 역사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법성포초등학교의 졸업 횟수 변경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지워진 역사를 되찾자는 의미이다. 아울러 역사관·국가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의 학생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일제의 식민지 교육 정책으로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고 단절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학생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더더욱 뒷짐 지고 서 있으면 안 된다.

필자는 법성포초등학교의 사례처럼 일제에 의해 역사를 잃어버린 학교는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전남교육청은 학교 연원에 관한 사항을 법성포초등학교 한 건으로만 한정 짓지 말고 왜곡된 학교사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지난 청원을 처리했던 것처럼 해당 지역 지원청으로 이첩시키거나 일선 학교의 자율 결정 등으로 처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수집과 현장 조사를 비롯해 전문적 식견이 많이 필요하다. 전남교육청은 왜곡된 학교사 해결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구성과 심층 조사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현 정부는 수십 년간 투쟁해 받은 대법원 확정 판결의 법적 권리를 짓밟고 인권을 무시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전도된 굴욕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범 국가인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 실현되어 우리 민족에게 남겨진 참혹한 상처가 아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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