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 갖기- 이창수 광주 남구 주민행복담당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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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 갖기- 이창수 광주 남구 주민행복담당관 팀장
2023년 03월 29일(수) 00:15
지난달 문을 연 남구 인문학 아카데미는 시·음악·철학·역사 네 과목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한다. 시가 12회, 음악·철학·역사는 각각 8회, 총 36회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11월 2일 마감한다. 시가 다른 수업보다 횟수가 많은 이유는 주민 수요가 더 많아서다. 강의실은 수업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남구청 8층 대회의실과 6층 중회의실 봉선 2동 행정복지센터를 사용한다. 강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교수가 두 분, 대학 강사가 한 분, 첼리스트 한 분이다.

수강생 모집 홍보는 구청 홈페이지, 남구신문,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플래카드를 달아 많은 사람이 보게 했으며 과목당 50명씩 선착순으로 뽑았다. 수강생 모집에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전화로는 등록을 받지 않았고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수강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했다. 인터넷 활용에 익숙하지 않는 연령층은 등록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 조기 마감된 것을 보면 인터넷 활용 유무가 수강생 모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 연령층은 50·60·70대 순이고 다음으로 40·20·30대, 80대가 두 분이다. 수강은 한 사람당 두 과목으로 제한했는데 되도록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교실 문은 남구 주민에만 한정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분들 모두에게 고루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다.

시 수업은 우리 지역 대표 문인들의 작품을 다룬다. 학생들의 창작물을 두고 토론하는 시간도 있다. 나중에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수정과 퇴고를 거쳐 작품집을 발간하고 가을에는 각자의 시 한 편을 액자에 담아 푸른길공원에서 전시할 계획도 있다.

음악 수업은 서양 음악사다.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영상과 실제 연주로 보여 줄 것이다. 공연 경험이 풍부한 첼리스트가 진행하는 서양 음악사는 남구 인문학아카데미의 특색이라 하겠다.

철학은 논어를 중심으로 하며 수강생들의 집에 보관된 고문서나 병풍 등을 사진으로 찍어 오면 그 내용을 해석해 주려 한다. 수강생들과 포충사와 지산재 등 남구를 대표하는 문화재를 방문해 주렴이나 편액을 해석해 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힘들게 찾아가 봤지만 한자를 몰라 그 의미를 알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 문화재의 의미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수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역사 수업은 호남 정신의 구심점이자 광주민주화의 출발지인 포충사의 유래와 그 주역들을 다룬다. 고경명과 그의 두 아들인 종후·인후, 의병장 안영, 유팽로 등과 팔도 의병장 김덕령,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에서 큰 공을 세운 정충신도 포함된다. 8월에는 포충사에서 출발해 구례 석주관 피아골 연곡사를 거쳐 이순신 장군의 순국지인 남해 충열사를 거쳐 진주성까지 둘러보는 역사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 진주성에 있는 창열사에 들러 우리 지역 출신으로 진주성 2차 전투에서 순국한 의병들의 활약을 간접적으로나마 떠올려 보고 그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갖는다.

역사적으로 호남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호남이 없었으면 국가도 없다”는 말로 호남의 자존심과 긍지를 높여 주었다. 호남 사람들은 임진·정유왜란은 물론 한말 의병 전쟁과 일제 강점기에도 앞장서 싸웠다. 교전 횟수도 타 지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희생도 컸다. 해방 이후에도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인권을 신장해왔다.

광주가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호남의 피와 땀으로 우리나라가 지켜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남구 인문학 아카데미는 선조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배우고 계승 발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문학 수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 대한 전통과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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