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문국 역사문화전시관’ 준공을 축하하며 -진창현 선생을 현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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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문국 역사문화전시관’ 준공을 축하하며 -진창현 선생을 현창하다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재일교포 사업가
2023년 03월 23일(목) 22:00
1973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와카미야 지로가 기고한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지향하는 진창현 통나무집 바이올린’을 읽고, 나는 재일동포 1세의 업적이 세계로 소개되었다는 점에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인간은 시련이 있을 때 번쩍이는 법이다. 재일동포라는 마이너리티의 핸디캡이 자극되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며 시련을 넘겼다. 재일동포를 둘러싼 모든 조건이야말로 오히려 강점이 된다. 감성을 연마하는 원천이다. 가난하면 둔해진다는 삶의 방식은 내 철학에는 어긋난다”라는 그의 말은 재일동포인 나를 강하게 고무시켰다.

진창현(1929년~2012년) 선생과 같은 꿈을 갖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동기가 되었다.

2012년 5월 13일 진창현 선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였다. 여한이 없다. 행복하고 감동적인 인생이었다. 감사하다.”는 말과 미소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경북 김천 출신의 재일교포인 진창현(2029~2012) 선생은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제작자 콩쿠르’에서 6개 종목 중 5개 종목에서 금메달 수상한 데 이어 1984년 미국 바이올린 제작자협회로부터 무감사(無監査) 제작자의 특별 인정을 받고 마스터 메이커(Master Maker) 칭호를 받은 장인이다.

2017년 정월 민단신문에서 ‘진창현씨의 유품은 고향인 김천시에 기증’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부인 이남이 여사는 “연말에 김천시를 방문해 계약서를 체결하였다. 2019년 준공하는 감문국 역사문화전시관에 코너를 마련해 영구 보존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14세 중학교 2학년 때 고향을 떠나 간난신고 끝에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해질녘에 둥지로 돌아가듯이, 고향에 비단을 장식하는 실로 경사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2023년 3월 9일 이남이 여사께서 ‘긴자백점(銀座百点) 2023 No.820’ 책자를 보내왔다. 긴자 하이쿠(俳句)에서 가작으로 뽑힌 이남이 여사의 하이쿠가 실려 있었다. 여사는 ‘하나 또 없네 / 몇 개씩 떡이 주는 / 떡국의 그릇’이라는 사랑의 구절로 절절히 진창현 선생을 추모하였다. 동봉된 서한에는 “오랜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3월 30일에 기다리던 ‘감문국역사문화전시관’이 준공 개관합니다. 친구 대표로서 하 선생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니 한 문장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새삼 2001년의 일이 떠오른다. 광주시립미술관 주최 제1회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 ‘빛’전을 축하하기 위해 손수 제작한 제1 바이올린 ‘광주호’를, 이듬해에는 제2 바이올린 ‘대구호’, 비올라 ‘한라호’, 첼로 ‘백두호’ 등 현악기 4종을 “하 선생님과 함께 젊은 청년들에게 사랑과 희망과 용기, 그리고 꿈을 나도 전하고 싶다”며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이후 ‘빛’전은 사라사테가 작곡한 ‘지고이네르바이젠’의 콰르텟(사중주) 연주로 개막하였다. ‘예술은 나라를 창조하고 사람을 만든다. 국가는 예술에 봉사하라’는 그의 신념은 오는 3월 28일 개막하는 제23회 ‘빛’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진창현 선생 사후 1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를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어, 가곡 ‘봉선화’ ‘황성의 달’ ‘빨간 잠자리’ 등을 연주했다. 또한 같은 해 진창현 선생의 일본 고향인 기소초에 기증된 바이올린 ‘기소호’로 추모 콘서트가 열리는 등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한일 두 나라에서 개최됐다.

이남이 여사는 오는 30일 준공 기념으로 유품인 2012년작 바이올린 ‘김천호’를 김천시에 기증하신다고 한다. 덕행의 고향 김천시에서 빛을 발하고 한일 양국에서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울려 퍼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평화를 연주하고, 행복을 연주하고, 한일 우호를 연주하고 청년들에게 꿈을 연주하며 울려 퍼질 것이다. ‘빛’을 비추면, 그 빛은 빛을 더해 돌아온다. 나는 친구의 명예를 영원히 연주로 축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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