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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신건강 주치의’ 이시형 박사 “잘 늙는 방법은 항노화가 아니라 순노화죠”
예향 초대석
40대 때 디스크·퇴행성 관절 고생
자연의학·예방의학 관심 공부
건강 유지 비결 생각보다 단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명상
‘나는 아직도 현역이다’는 마음
점잔 대신 소년의 눈으로 세상 봐야
2023년 03월 20일(월) 17:50
이시형 박사의 문인화
‘국민건강 멘토’ ‘국민 주치의’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이시형 박사(㈔세로토닌문화 원장)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과의사이자 뇌 과학자, 자연의학 전문가이다. 100세 시대에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올해 아흔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으로 글쓰기와 NGO 활동, 대중강연, 유튜브 ‘이시형 TV’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신인류가 몰려온다’(특별한서재)를 펴낸 이 박사를 서울시 강남구 ㈔세로토닌문화 연구실에서 만나 3년 뒤 진입하는 ‘초고령 사회’에 대한 처방과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문화운동, ‘멋지게 나이 드는 지혜’에 대해 물었다.

◇‘장수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신인류=“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가 된다. 우리는 2026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하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시형 박사는 최근 출간한 ‘신인류가 몰려온다’에서 초고령 사회의 노인들을 ‘신인류’(Super Ager)로 호칭한다. 2021년 9월 기준 연령대별 인구수 통계를 보면 80대 180만 명, 90대 26만 명, 100세 이상 1만1000여 명이다. 또한 ‘평균수명’이 83세인 반면 ‘건강 수명’은 이보다 10년 가량(여성 74세·남성 71세) 짧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자칫 생활습관병(고혈압·당뇨·암·간질환·비만) 때문에 인생 마지막 10년을 건강치 못한 상태로 살다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이 박사는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10년 간극을 ‘장수의 늪’이라고 표현한다. ‘일생 최후의 10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드는’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신간을 통해 그는 3년 뒤 들어서게 되는 ‘초고령 사회’에 대해 개인 또는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지 화두를 던진다.
1934년생인 이 박사는 올해 만 89세이다. ㈔세로토닌문화 연구실에서 처음 뵌 이 박사의 첫 인상은 여전히 젊은 에너지를 발산했다.(현재 이시형힐링아카데미 총장, ㈔세로토닌문화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의미치료학회 회장 등 여러 직책을 갖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시형 박사’로 호칭했다.)

▲정치권에서 지하철 적자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 무임승차 연령(만 65세 이상)을 상향시키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박사님은 일부러 지하철을 유료로 타고 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유료 승객입니다. 경로석 근처도 안 갑니다. 출입문 앞에 서서 갑니다. (좌석에) 앉은 젊은이가 갈등을 느끼지 않도록 제 나름대로 표현하는 겁니다. 저 자신한테도 하나의 긍지죠. ‘나는 아직도 현역이다!’ 그 말은 우리가 사회에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10년 사이를 ‘장수의 늪’으로 표현하셨습니다.

“‘기대 수명’은 83세인데 ‘건강 수명’이 73세입니다. 통계학적으로 10년은 우리가 앓다가 죽는 그런 환경이 됐습니다.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를 하자는 그런 뜻으로 ‘장수의 늪’이라고 이름을 지었거든요.”

▲한국은 3년 후인 2026년에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합니다. 개인적으로 건강과 경제력, 좋은 인간관계를 갖춰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초고령 사회’에 대한 민·관·학계의 대비를 강조하시는데 앞서 2010년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어떻게 준비를 했나요?

“일본은 ‘고령 사회’뿐만 아니라 ‘초고령 사회’ 에 대한 계획 까지도 도쿄대 천재들에게 영(令)을 줘서 준비를 했고요. 이제 ‘초고령 사회’에 들어가 있지만 계획은 다 돼 있습니다. 저도 (‘초고령 사회’ 대책을) 공부하러 몇 번을 일본에 갔는데도 그 사람들은 아주 준비가 돼 있더라고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확실하게 이제 국가 어젠더(의제)로서 나라에서 (저출산과 고령사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게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소식(小食)·다동(多動)·명상이 건강유지 비결”=올해로 아흔 살인 이시형 박사의 건강유지 비결은 뭘까? 듣고 보면 건강비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요약하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명상하는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께 잠자리에 든다. 잠이 부족하다 싶으면 낮잠을 20분 정도 취한다. 새벽에 일어나면 발바닥과 온몸을 꾹꾹 누르고 맨손체조를 한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1864~1910)의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문장으로 묵상을 한다. 아침으로 사과·당근 착즙주스를 마시고 생야채를 조금 먹는다. 하루 종일 먹는 밥량은 한 숟가락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금 먹고 많이 움직여요. 그게 건강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계속 하는 겁니다. 좀 시시한 거라도, 별것도 아닌데 저거 해가지고 뭐 할까 싶어도 하여튼 계속하는 겁니다. 저는 50년간 이걸 했습니다. 저도 20대, 30대는 황소같이 먹었죠. 자기 나이에 따라서, 자기 컨디션에 따라서 적절히 조절을 해야 됩니다.”

세로토닌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민건강 멘토’ 이시형 박사.
이 박사는 40대 후반 무렵 허리 디스크와 퇴행성 무릎 관절로 인해 고생하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 그 무렵 펴낸 ‘배짱으로 삽시다’(1982년)에서 이 시기를 “야생마처럼 날뛰던 동적인 시대에서 정적인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묘사했다. 이때부터 자연의학과 예방의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박사는 1980년대부터 5년마다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심하며 테마를 정한 후 연구에 매진해 왔다. 지난 2020년부터 ‘면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마침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면역’의 중요성을 더 한층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2020년 9월 펴낸 ‘면역혁명’(매일경제)에서 “지금처럼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는 백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병원이나 의사중심의 치병(治病)시대에서 개인중심의 예방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2년 첫 저술 ‘배짱으로 삽시다’를 시작으로 최근 ‘신인류가 몰려온다’에 이르기까지 배짱, 여성, 청소년, 세계화, 건강과 관련된 120여권의 책을 펴냈다.

◇ “세로토닌(Serotonin) 적인 삶 살아야”=이 박사가 원장을 맡고 있는 ㈔세로토닌문화(2009년 설립)는 세로토닌 운동을 통해 한국사회를 새롭게 개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NGO이다. ‘마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으로 보복 운전과 묻지마 살인, 우발적 방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세로토닌이 생성되는 조건으로 크게 ▲태양빛을 받으며 20여분 걷기 ▲북치기와 같은 리드미컬한 운동 ▲스킨십 ▲명상 등 네 가지를 꼽는다.
경북 영주시에 모듬북을 기증하는 (사)세로토닌문화 이시형 박사 (2023년 2월).
이에 따라 ㈔세로토닌문화는 전국 중학교 2학년생과 군인들을 대상으로 모듬북을 기증하고 있다.

이 박사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최근 7.8의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돕기 모금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앞서 1999년 8월 지진발생 당시도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등과 ‘한국-터키(튀르키예) 친선협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아 모금운동을 펼쳐,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인들을 적극 도운 적이 있다.

그는 “잘 늙는 방법이란 항(抗)노화가 아니라 순(順)노화가 답이다”고 말한다. 일찌감치 유언서를 작성해 장기와 시신기증 서약을 해뒀다. 여든 살에 문인화에 도전했고, 대금도 익히고 있다. 이 박사는 유전학의 ‘자동 유도장치’ 개념으로 “유전자는 그 목표나 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늙지도, 병들지도, 죽지도 않는다”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뒷짐을 진채로 세상사쯤은 이미 다 꿰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점잔을 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두근거리는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볼일이다”고 강조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