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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 북유럽의 파리…안데르센이 살아 숨쉰다
<14> 덴마크 코펜하겐(상)
도심 가로지르는 ‘새로운 항구’ 뉘하운
알록달록 건물들과 어울린 동화 마을
연극배우 꿈꾸던 14살 안데르센
18년간 코펜하겐에 머물며 창작 활동
‘왕의 정원’ 등 곳곳에 안데르센 흔적
2023년 02월 19일(일) 17:05
코펜하겐 시청사 옆의 안데르센 동상. 도로 건너편의 티볼리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소박한 삶을 즐기는 휘게의 발상지, 동화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는 곳…. 눈치 빠른 이라면 금방 떠오르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바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다. ‘상인의 항구’라는 쾨벤하운(KØBENHAVN, 덴마크어)뜻의 이곳은 쾌적한 거리와 모던한 건축물, 아기자기한 카페등이 즐비해 마치 ‘북유럽의 파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코펜하겐을 조금 더 깊숙히 들여다 보면 뉘하운을 중심으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미적 감각이 풍기는 도심과 평범한 시민들의 슬로우 라이프를 엿볼 수 있는 공원이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코펜하겐은 도보로 여행이 가능할 만큼 아담하다. 중앙역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는 트램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하면 하루에 주요 명소들을 둘러 볼 수 있다. 특히 코펜하겐에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는 특별한 곳이 있다. 도심을 가로 지르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뉘하운(Nyhavn)이다. 1763년 개통한 운하의 양옆에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서 동화속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뉘하운의 건물들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니게 된 건 지리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 새벽 일찍 바다로 고기잡을 떠난 어부들이 컴컴한 밤에 돌아오면 자신들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페인트칠을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름다운 대상으로만 여겼던 집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코펜하겐 관광1번지인 뉘하운의 전경.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18년간 살았던 ‘창작의 산실’이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뉘하운을 가장 먼저 찾는 건 안데르센 때문이다. 덴마크가 배출한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은 뉘하운과 깊은 인연이 있다. 생애의 중요한 시기를 20번지, 67번지, 18번지를 옮겨다니며 18년간 뉘하운에서 살았다.

사실, 그의 동화적인 상상력은 뉘하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제로 1681년에 지어진 9번지는 뉘하운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안데르센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문 ‘창작의 산실’이다. 특히 안데르센은 뉘하운의 20번지에 머물면서 ‘부싯기통’(The Tinder Box), ‘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Little Claus and Big Claus), ‘공주와 완두콩’(the Princess and the Pea)를 탄생시켰다. 화려한 건물과 푸른빛의 운하,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세계적인 거장의 숨결이 깃들어서인지 거리의 나무와 꽃, 돌 하나도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코펜하겐 여행은 ‘안데르센’의 흔적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덴마크의 제3도시인 오덴세(Odense)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은 14살이던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처음 코펜하겐에 왔다. 이 때문에 코페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오덴세는 코펜하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코펜하겐 중앙역에 가면 1시간 단위로 오덴세로 향하는 기차편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안데르센~코펜하겐~오덴세’를 코스로 묶은 관광상품이 핫하다.

뉘하운을 지나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두번째 코스는 도심에 자리한 코펜하겐 시청사다. 연중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시청사 앞 광장은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잠시 쉬어가는 ‘만남의 광장’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이곳을 빠지지 않고 들르는 이유는 건물 옆에 세워진 안데르센 동상 때문이다.

코펜하겐을 여행하다 보면 광장, ‘왕의 정원’ 등 도시 전역에 안데르센의 ‘분신’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청사 옆의 동상은 ‘간판’ 격이다. 1965년 헨리 러코우 닐슨(Henry Luckow Nielsen)이 제작한 동상은 왼손에는 지팡이, 오른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여서인지 그의 빛바랜 무릎은 아이들이 올라 탄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코펜하겐 랑겔리니 해변가에 설치된 인어공주 동상.
인상적인 건 동상의 시선이다. 정면이나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티볼리 놀이공원을 향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으로 불리는 이 곳은 안데르센의 절친이었던 게오르그 카르스텐센이 1843년 왕가 소유의 정원을 개조해 만들었다.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안데르센의 동심이 엿보인다.

이밖에 ‘왕의 정원’(Kongens Have)의 북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안데르센 동상도 빼놓을 수 없다. 1880년 조각가 오거스트 V 소뷔에( August V. Saabye)가 제작한 동상은 마치 독서를 읽고 있는 것 처럼 한손에 책을, 다른 한손은 누군가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는 자상한 할아버지를 닮았다.

‘안데르센 투어’의 절정은 코펜하겐 랑겔리니 해변가의 바위에 앉아있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동상이다. 중앙역에서 도보로 1시간 거리인 이 곳은 일년 내내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덴마크의 국민 브랜드인 칼스버그 맥주의 창업자인 J.C 야콥센의 아들이자 예술품 수집가였던 칼 야콥센이 1909년 덴마크 왕립발레단의 시연한 ‘인어공주’를 관람하고 큰 감명을 받아 1913년 조각가 에드바르드 에릭슨(Edvard Eriksen)에게 동상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갖고 인어동상을 찾은 관광객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진다. 동화나 사진으로만 접했던 인어공주의 ‘실물’이 너무나 평범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높이 1.25m, 무게 175㎏ 동상은 관광객들의 기대와 달리 아담하다. 하지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인어공주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코펜하겐을 상징하는 스타다.

안데르센의 동화속 주인공인 인어공주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기도 했다. 조각가 에릭센이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하여 건립된 동상은 50년이 지난 후 부터 머리와 팔이 잘려나가고 붉은 색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등 여러 차례 수난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2003년 코펜하겐시는 전 세계 관광객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인어공주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대규모 파티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인어분장을 한 100명이 코펜하겐 시내를 돌아 다니다 마지막 코스인 동상 주변의 바다로 뛰어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인어공주가 코펜하겐의 아이콘이자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숨쉬고 있는 판타지라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이처럼 코펜하겐은 안데르센의 도시다.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로 한해 수백 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것처럼 덴마크에게 안데르센은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브랜드이다.

/코펜하겐=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