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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변신, 문화를 품다…도서관은 진화 중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공공도서관’
인문학부터 문화예술까지 욕구 충족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도서관’ 건립
미래도서관, 책 중심 정보개발 주력
2023년 02월 07일(화) 00:00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꿈나무도서관에서 개최한 ‘그림책 100권 읽기 챌리지’에 참여한 어린이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을 읽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이용하는 공공 도서관은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지는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다. 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며 공감을 키우는 공간이다.”

미국 공공도서관 사서 출신인 ‘도서관 여행자’ 박기숙씨는 최근 펴낸 ‘도서관은 살아있다’(마티 刊)에서 도서관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제 도서관은 책만 빌려 보는 곳이 아니라 인문학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건립중인 ‘광주 대표도서관’을 비롯한 광주·전남의 이색 도서관에 대해 살펴본다.

◇“도서관에서 만난 그림책 한권에 마음 동요”= “항상 그림책은 애들만 본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도서관 그림책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그림책 한 권을 들려줬는데 내 마음이 동요됐습니다. ‘이게 뭐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책은 희망을 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주었는데 내 자신이 성장한다고 그럴까, 뭔가 변화되는 느낌이 들고 내 자신이 힐링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림책을 읽다보면 내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생각이 들고,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50대 후반 여성 A씨는 지난해 봄, 그림책에 매료됐다.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에서 접한 그림책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읽어주던 때와 다른 ‘울림’을 줬다. 기분이 우울한 적에 도서관을 찾아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위로받으며 힐링할 수 있었다.

광주시 서구 어린이생태학습 도서관이 지난해 9~12월 10회에 걸쳐 진행한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그림책 페어런팅(Parenting·육아)’을 비롯해 풍암호수도서관과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 북구 일곡도서관 등지에서 진행하는 그림책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 들으며 매력적인 그림책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다. A씨는 깊은 인상을 남긴 그림책으로 ‘프레드릭(Frederick)’(작가 레오 리오니)과 ‘마음여행’(작가 김유강), ‘연남천 풀다발’(작가 전소영)을 꼽았다.

“이제, 새 마음이 생겼으니 마음자리 크기에 맞게 잘 가꾸어 보렴. 너의 하루는 반짝반짝 빛이 날거야.”

‘마음여행’에서 ‘마음요정’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나선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음여행’의 ‘나’와 ‘프레드릭’의 들쥐 ‘프레드릭’ 캐릭터는 자신과 닮은꼴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림책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철학적인 ‘연남천 풀다발’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읽는다.

A씨의 관심사는 이소영 미술칼럼니스트의 ‘교과서에 없는 명작, 아웃사이더 아트이야기’(북구 일곡도서관)과 이생진 시인 등을 비대면 줌(Zoom)으로 만나는 ‘시인과 함께 하는 힐링인문학’(광산구 첨단도서관)을 찾아 들을 정도로 그림책에서 그림, 시 필사(筆寫)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도서관 그림책 관련 프로그램을 들으며 그림책 3권을 창작한 열정 넘치는 8살 터울 사회언니가 ‘롤 모델’이다.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걸 다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그림책을 통해서 그림을 좋아했던 어릴 적 나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그림책에 관련된 프로그램은 안 놓치고 계속 해보고 싶어요. 도서관 프로그램은 알면 알수록 너무 알차고 좋습니다.”

도서관이 변모하고 있다. 과거 시험·취업 공부를 하던 독서실이나 책만 빌려보던 도서관의 모습을 탈피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사회 구성원, 어른과 청소년·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소통·향유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문학 강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미국 작가 앤지 토머스는 6살 때 어머니에게 이끌려 도서관에 처음 갔다. 공원에서 2명의 마약상이 총격전을 벌이는 걸 본 이튿날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그날 눈앞에서 본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뷔작으로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을 다룬 ‘당신이 남긴 증오(The Hate U Give)’를 쓸 수 있었던 밑바탕은 도서관에서 비롯된 셈이다.

광주·전남지역에 자리한 공공도서관들은 전형적인 도서대출 외에도 유아·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서관은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책을 만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광주 도서관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인문학 강연(작가와의 만남) ▲독서동아리 ▲전시·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롭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디지털 터치스크린으로 책을 검색하는 ‘실감서재’(실감콘텐츠 체험관). /연합뉴스
우선 인문학 강좌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동구 인문학당)와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산수도서관), 문요한 정신과의사·작가(북구 운암도서관), 김진명 작가(서구 상록도서관), 김동식 소설가(광양 중앙도서관) 등을 초청해 2023년의 트랜드와 이태석 신부의 ‘섬김의 리더십’, ‘자기돌봄의 심리학’,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답하다’, ‘글쓰기로 바꾼 인생’에 대한 북 토크로 이뤄졌다. 화제의 신간을 펴낸 작가로부터 직접 책 이야기를 듣고, 글쓰기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 달간 책 한권 함께 읽기’(광산구 첨단도서관)와 같은 독서 프로그램은 매월 책 한 권씩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며 책과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은 도서관이용자들의 잠재된 재능을 끄집어내고, 다문화가정과 정보취약계층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림책 전문 도서관인 광산구 이야기꽃도서관에서 진행한 특화 프로그램 ‘창작 그림책만들기 심화반’ 수강생들은 8개월 동안의 프로그램을 마친 후 ‘나만의 창작 그림책’을 펴냄으로서 작가가 된다. 또한 타 도서관 그림책 관련 참가자들은 동화구연 지도사와 그림책 교육지도사 등 자격증을 취득해 보다 전문적인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구례군 ‘홍당무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4~8월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활동서비스를 펼쳤다. ‘동시로 노래하는 토요일’이라는 주제로 매주 토요일마다 작은 도서관에 모여 함께 동시를 노래하고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체험활동을 통해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유례없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도서관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게 만들었다. 하지만 도서관들은 ‘비대면’을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의 소통창구를 새롭게 마련했다. 광산구 첨단도서관이 지난해 11월 3회에 걸쳐 줌(Zoom)으로 진행한 ‘시인과 함께 하는 힐링 인문학’이 대표적이다. 이생진·김을현·기윤희 시인과 수강신청을 한 15명의 시민들이 줌을 통해 시에 대해 소통할 수 있었다.

광주 소재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프로그램은 광주광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나 각 구(區) 통합 홈페이지, 광주시교육청 통합 도서관에서 검색해 수강신청하면 된다.

광주시 서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연면적 1만 1296㎡)규모의 ‘광주 대표도서관’이 오는 2024년 들어선다. 광주천과 어우러진 ‘광주 대표도서관’ 조감도. <광주시 제공>
◇ “미래 도서관은 책 중심의 사회적 복합문화공간”= 잘 만든 도서관 하나는 한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는다. 설계과정에서 주 이용자인 노숙자를 고려한 미국 시애틀 중앙 도서관과 시민들로부터 20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모은 핀란드 헬싱키 오디(Oodi) 도서관, 청소년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전주 ‘우주로 1216’의 사례는 눈길을 끈다. ‘광주 대표도서관’ 건립 착공식이 지난해 11월 광주시 서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서 열렸다. 국제 설계공모를 거쳐 세르비아 출신 건축가 브라니슬라프 레딕의 설계로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1만1286㎡)로 지어진다.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소각장이 2024년에 어떠한 모습의 도서관으로 새롭게 탈바꿈할지 기대를 모은다.

디지털정보화 시대에 미래의 공공도서관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해마다 도서관은 늘고 있지만 국민 1인당 연 독서량은 줄고 있는 추세다. 반면 책과 같은 활자매체 대신 스마트폰 등 IT기기로 대신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도서관을 줄여 학생 독서실로 만들고, 작은 도서관 지원을 끊겠다는 시대적 역행도 일어나고 있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관 지식문화사’(동아시아)에서 “모든 도서관은 지식정보와 지역주민에 기대어 발전과 변용을 거듭하는 유기체다”며 “책 중심의 지식정보 개발에 주력해야 지식문화의 타임캡슐과 지적 놀이터로서의 구심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며 미래 공공도서관의 모습을 이렇게 그린다.

“…본질적 기능을 무시한 공간적 심미성 추구, 정체성을 호도하는 창조공간, 디지털 포퓰리즘은 에토스토 파토스도 아니라 시류에 편승한 가벼움의 극치일 뿐이다. 미래 공공도서관의 로고스는 책 중심의 사회적 복합문화공간이다. 책과 사람, 문화와 학습, 준비와 휴식이 공존해야 한다. 그런 도서관을 기대한다.”

또한 ‘도서관 여행자’ 박기숙씨는 ‘도서관은 살아있다’를 통해 “도서관은 책의 성지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을 짓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동사를 제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맨해튼비치 공공도서관 계단 벽에 적혀있는 문구다.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관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 창작하고, 만들고, 경험하고, 묻고, 토론하고, 검색하고, 찾고, 쉬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