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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2023, 길 위에서 길을 찾다-걷고 싶은 길
싸목싸목 숲길·두근두근 해안길…걸음마다 가슴이 뛰네
해남 두륜산 ‘장춘숲길’-아홉굽이 숲길·9개 다리 지나며 힐링 속으로
바다 따라 걷는 ‘서해랑길’-광활한 갯벌·환상적 일몰 보며 낭만 속으로
진도 ‘미르트레킹길’-보배의 섬 다도해 감상하며 온가족 행복 속으로
2023년 01월 08일(일) 22:00
서해랑길 23코스 무안 낙지공원 해송숲길을 걷고 있는 방문객들.
◇해남 두륜산 명품숲 ‘장춘숲길’= 예전부터 한번은 꼭 걷고 싶었던 길, 해남의 명산 두륜산의 명품숲길로 알려진 장춘숲길을 찾았다.

장춘숲길은 대흥사 매표소에서부터 일주문까지 4㎞에 이르는 산책로로, 편백나무와 측백나무, 동백나무, 삼나무 등이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붉은 꽃과 푸른 잎사귀가 사계절 봄과 같아서 ‘봄이 오래 머물러간다’는 의미로 ‘장춘(長春)길’이라고 부르며, 굽이굽이 아홉 굽이 숲길과 9개의 다리가 있어 ‘구곡구교’라고 한다.

사계가 뚜렷한 장춘숲길에는 충절을 상징하는 동백꽃나무가 많은데 기온이 낮아 봄에 꽃이 많이 피기 때문에 춘백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연두빛 녹음을 이루고 여름에는 숲 동굴을 체험할 수 있다. 가을단풍은 남도에서 가장 우아함을 자랑하고 겨울에는 산죽이 일품이다.

‘진짜 걷기 좋은 길’, ‘명품 중의 명품 숲길’, ‘여행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숲길’, ‘오솔길 위 힐링의 시간’ 등 장춘숲길을 소개하는 수식어도 유독 많다. 어느 여행가의 개인 블로그에 소개된 ‘걸으면 행복해지는 장춘숲길’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지난 2021년에는 ‘걷고싶은 전남 숲길’ 최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고 돌아서니 두 갈래 길이 보인다. 길이 나뉘었다기 보다는 왼편은 자동차 도로, 오른쪽은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도보로 대흥사까지 찾아가는 산책로다. ‘천년고찰 대흥사를 걸어서 가는 이곳 산책로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편백나무의 향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과 함께 매표소에서부터 대흥사까지 찾아가는 그림지도가 그려진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장춘숲길 동백꽃나무는 낮은 기온탓에 봄철 꽃이 많이 피어 춘백(春栢)으로 유명하다.
급할 일도 없고, 길을 걷고자 찾아왔으니 당연히 발길은 산책로로 향한다. 안내표지에는 ‘산책로’라고만 적혀있지만 이곳이 오늘의 행선지인 ‘장춘숲길’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이번에는 Y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평지, 오른쪽은 살짝 경사진 오르막길이다. 장춘숲길은 오른쪽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은 동백나무숲길이 한참 이어지다가 어디쯤부터는 하늘높이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이 이어진다. 편백숲은 모두 세 곳에서 만날 수 있다. 흙길과 나무데크로 걷기좋게 포장돼 있어 비오는 날에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비오는 날이면 편백나무 피톤치드 향이 진해지고 왠지 더 운치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길을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도 보인다. 그러고보니 장춘숲길에는 유난히 벤치가 많다. 험난한 길이 아님에도 곳곳에 쉼을 주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배려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호젓함을 즐기며 사색에 잠기기에도 적당한 장소다.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박자박 발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솔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대흥사가 눈앞에 보인다. 장춘숲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대흥사까지의 장춘숲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에 가까운 산책로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천천히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에서 인천 강화까지 1800km 연결되는 국내 최장 트레일이다. 서해랑길의 시작인 해남 땅끝탑.
◇서쪽의 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 서쪽의 바다(海)와 함께(랑) 걷는 길 ‘서해랑길’. 동해안의 종주 트레일 ‘해파랑길’과 남해안 종주 트레일 ‘남파랑길’과 함께 ‘코리아둘레길’에 포함된 걷기 여행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광활한 갯벌과 환상적인 일몰을 만날 수 있다.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 땅끝탑에서 인천 강화도 강화평화전망대까지 서해안을 따라 109개 코스로 연결된다. 해안 종주길의 막내격이지만 전체 길이가 1800㎞나 되는 국내 최장 트레일이다.

109개 코스의 시작은 해남 땅끝탑이다. 해남을 지나 진도~영암·목포~무안~함평·영광~신안 구간까지 30개 코스가 전남에 해당된다. 1코스부터 차례대로 걷는 것도 좋지만 발길 닿는대로 가까운 곳을 찾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랑길은 밀물 때와 썰물 때에 따라 달라지는 코스가 있다. 대부분 정규 노선을 따라가면 되지만 신안의 27코스, 충남 서천의 58코스, 충남 보령의 60·62코스, 충남 서산의 78코스는 만조 때 우회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 서해랑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코리아둘레길’ 어플인 ‘두루누비’를 다운받아 이용하면 된다.

초겨울에 찾아간 곳은 23코스의 중간쯤인 무안 송현리 마을의 조금나루 해변이다. ‘두루누비’ 어플을 찾아보니 23코스는 운남면 연리 운남 버스정류장에서부터 현경면 용정리 봉오제 버스정류장까지 19.5㎞로 소요시간은 6시간30분, 쉬운 코스라고 안내돼 있다.

조금나루해변은 마을 끝에 툭 튀어나온 4㎞가 넘는 긴 백사장이 갖춰진 해수욕장이다. 과거에는 조금(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에 한 번씩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돼 여름 피서철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이라 인적이 드물다. 바닷물이 가득 들어왔을 때도, 물이 빠져나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낼 때도 조용하기만 하다. 새해를 맞아 일년의 계획을 세우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행에 제격일 듯 하다.

조금나루 해변을 지나 현경면을 향해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낙지공원이다. 낙지공원은 세발낙지의 고장으로 유명한 무안의 낙지를 알리기 위해 조성된 캠핑 공원이다. 공원 한가운데에 14m 높이의 대형 낙지 모양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타고 올라 잔잔한 서해를 바라보는 것도, 전망대와 연결된 낙지다리 미끄럼틀을 타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낙지공원 양쪽으로는 해송숲과 백사장이 길게 이어져 있다. 친구들과 함께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대학생들이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백사장과 해송숲을 거닐고 있다. 일몰 시간에 맞춰간다면 낭만적인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곳은 도로명이 ‘노을길’로 명시돼 있기도 하다. 23코스 인근에서는 싱싱한 활어회와 무안의 특산물인 산낙지 등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다도해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진도 미르 트레킹길.<진도군>
◇다도해 감상하며 거니는 진도 ‘미르트레킹길’= 보배의 섬 진도에는 걷기좋은 길이 많다. 접도 웰빙 등산로를 비롯해 쏠비치 해안산책로, 첨찰산 난대숲길, 아리랑길, 미르 트레킹길까지 자연을 벗삼아 싸목싸목 걸어볼 수 있는 길들이다.

미르 트레킹길은 임회면 굴포항에서 국립진도자연휴양림까지 7.1㎞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는 손꼽히는 명소이기도 하다.

해안길이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오솔길로 이어져 있는데 마치 용이 승천을 준비하고 있는 형상 같다고 해서 ‘미르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미르는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2021년 걷고 싶은 전남 숲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트레킹길을 포함한 미르길 총 길이는 19㎞가 넘는다. 1코스는 헌복동~죽림 시앙골(1.5k㎞)까지, 2코스는 죽림 시앙골~탑립~귀성(4.6㎞), 3코스 귀성~중만(2.1㎞), 4코스 굴포~동령개(6㎞), 5코스 동령개~남동(3㎞), 6코스 남동~서망(2.5㎞)까지 이어진다.

해안길은 2시간 이내로 산행할 수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무엇보다 국립진도자연휴양림이 인근에 있다 보니 하룻밤 묵어가며 차분히 쉬어가고 싶은 탐방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인근에는 배중손 사당, 남도진성, 국립남도국악원 등 둘러볼 곳도 많다.

의신면 사천리에 위치한 첨찰산 난대숲길은 숲길을 걸으며 힐링·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역시 ‘걷고 싶은 전남 숲길’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함께 산자락에 쌍계사, 운림산방, 소치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첨찰산 산길을 따라 금계리 가계해변 회동관광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아리랑길’이다. 오래전 주민들이 바다와 읍내를 오갔던 길을 복원한 곳으로, 길 모양이 마치 진도아리랑의 굽이치는 가락과 닮았다고 해 ‘아리랑길’이다. 아리랑길은 진도읍 향토문화회관에서 공설운동장~운림산방 꼬부랑 숲길~삼별초 역사관~운림예술촌 벅수길~운림산방·소치기념관·진도역사관~두목재~첨찰산 기상대~회동관광지까지 16㎞에 이른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