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길에서 만난 ‘진짜 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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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길에서 만난 ‘진짜 마을이야기’
화순군 문화재위원 심홍섭 씨 ‘산골 이야기’ 13일 출판회
2022년 12월 11일(일) 19:25
전라도 길 위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늘 따뜻했다. 끼니 때면 허물없이 불러들여 밥상 한 자리에 앉혀 놓고 수저를 쥐어줬다. “한번 잡솨봐”하며 믹스 커피를 내주고, “물찌지만 맛나, 가져가서 잡사”하며 감과 고구마 줄기를 챙겨주곤 했다. 날이 저물면 밤길 걱정에 자고 가라는 말을 건네는 이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진짜 마을 이야기’였다. 그 곳에 뿌리 박고 살아온 이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그는 마음을 빼앗겼고 성실히 기록했고, 사진으로 남겼다.

화순군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심홍섭씨가 펴낸 ‘산골 이야기’(상상창작소 봄)는 그가 수년간 발품을 팔아 적어 내려간 전라도 마을 사람들의 개인사(史)이자 마을사(史)다. 그의 성실한 취재 덕분에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를 이야기들은 ‘기록’으로 남게됐고,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때의 어른들과, 그 시절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책은 ‘꽃 피는 마을’, ‘산골에서 부르는 노래’, ‘사람 냄새나는 아름다운 마을들’, ‘항상 사람이 그리운 곳’ 4개 챕터로 나눠 산골 마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흥 금계마을에서 시작한 여정은 곡성 가곡마을, 고창 반암마을, 함평 기동마을, 광양 신답마을, 김제 용화마을, 해남 송정마을, 무주 봉길마을, 완주 오성마을, 무안 배뫼마을 등 광주·전남북을 아우르는 전라도 25개 마을로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죽제품 덕에 도라꾸로 돈 싣고 다녔던” 영화로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산강 하구댐 들어선 뒤로 그 맛나던 숭어맛을 못본다”며 아쉬워한다. 또 배우자와의 만남을 수줍게 이야기하고, 자식 자랑을 하며 즐거워한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문화재 전문위원답게 각 마을의 의미있는 장소와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날 것 그대로의 마을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은 생생함을 더한다.

저자는 “삶의 터전을 산에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란 것이 자연을 거역하지 않는 진솔한 삶의 표본이었다”며 “도시화에 과정에서 소멸되고, 빈집은 늘어가지만 그들은 춘삼월이 되면 새싹을 틔우는 새순처럼 땅을 파고 거름을 내놓으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책은 월간 ‘전라도 닷컴’에 10여년간 연재한 글들을 엮었다. 심 전문위원은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으며 ‘화순의 자랑거리’, ‘화순의 누정 기행’, ‘화순의 마을과 사람들’ 등을 펴냈다.

13일 오후 7시 커피홀 베이커리(화순군 학포로 2735-1)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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