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여장성 예술로 장성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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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불여장성 예술로 장성만한 곳이 없다
장성문화예술공원
조각·시·서화 등 200여 작품
임권택 시네마테크
황룡강 플라워터널 ‘야경 명소’
이이남 미디어 아티스트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
2022년 11월 27일(일) 20:00
장성호 관광지 장성문화예술공원과 임권택 시네마파크만 둘러봐도 예술이 장성만 한곳이 없다는 ‘예불여장성(藝不如長城)을 실감할 수 있다. 황룡강 플라워터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 ‘축령의 사계’. <장성군 제공>
계절은 어느덧 소설이 지났고,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여유를 갖는 편이 낫다. 맑은 공기 마시며 바스락거리는 낙엽길을 걸으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던 일상 속 고민도 슬며시 실마리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경치 좋은 곳을 걷는 것도 괜찮겠지만, 사색의 여정에 예술의 향기가 더해진다면 감히, 완벽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장성은 초겨울 감성 여행지로 적격이다. 장성호 관광지에 자리 잡은 100여 점의 조각 작품만 느긋하게 감상해도 하루가 알차게 느껴질 정도다. 해가 진 뒤 황룡강 플라워터널에 가면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장승업의 ‘군마도’가 있는 조각품.
◇문학과 미술의 만남…장성호에 안긴 장성문화예술공원

웅장한 규모를 지녀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장성호의 북쪽 끝자락으로 차를 몬다. 장성호 관광지(장성군 북하면 쌍웅리 273)에는 널찍한 잔디밭과 공연장 그리고 보석 같은 예술작품을 품은 장성문화예술공원이 있다.

주차하고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남쪽을 바라보니 드넓은 호수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1970년대 장성호가 조성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북상면은 이제 사람들의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 장성군은 북상면수몰문화관을 조성해 마을의 소중한 기억들을 한 데 모았다. 올 초부터 이어진 가뭄 탓에 호수 바닥까지 물이 마르며 마을 다리 등 옛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누군가에겐 오랜 친구처럼 반가울 듯싶다.

장성문화예술공원 입구의 오르막길로 발걸음을 돌린다. 걸음걸음마다 코끝에 맴도는 향긋한 들풀 내음과, 와락 달려드는 초겨울 산바람이 청량하다. 길의 초입에서 반기는 이는 의외로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자취다. 그가 쓴 ‘장성에 이르러’는 다산이 열여덟살 때 화순 현감인 아버지를 뵈러 가던 길에 장성을 거치며 쓴 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녘으로 내려올수록 기후가 따뜻해진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를 새긴 조각은 최동원 작가의 작품이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소재로 한 조각작품.
◇임권택 시네마테크, ‘문불여장성’ 보석 같은 문화유산

언덕에 이르니 길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편을 선택하면 임권택 시네마테크로 향하게 된다. 장성에서 태어난 임권택 감독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임권택 시네마테크에 가면 짧게 편집된 그의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100여 편에 이르는 필모그래피(영화 참여 작품을 적은 목록)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로 난 길에는 뜻깊은 작품과 글귀들이 가득하다. 장성에 왔으면 ‘문불여장성’을 꼭 찾아봐야 한다. 학문은 장성만 한 곳이 없다는 뜻으로 흥선대원군이 남긴 글귀다. 청백리와 훌륭한 학자들을 여럿 배출한 ‘선비의 고장’ 장성군의 전통과 자부심이 다섯 글자에 힘있게 실려 있다. 글씨는 서예가 이동익, 조형은 이원경 작가가 맡았다. 가로수에 살짝 가려져 있어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잘린 안중근 의사의 손 조형은 대한독립 네 글자를 피로 써 내려가는 선생의 모습이 절로 연상되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조형에 새겨진 글씨는 ‘국가안위노심초사’,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운다는 뜻이다. 조영국 조각가의 작품이다. 언덕 정상에 이르니 반가운 시가 가득하다. 김소월의 ‘산유화’, 김수영의 ‘풀’, 박목월의 ‘나그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등 아름다운 시어들이 조각 작품에 새겨져 있다.

캔버스에 담긴 모습만 봤던 명화들도 조각되어 색다른 감흥을 전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부터 장승업의 ‘군마도’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예술작품이 조각가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장성문화예술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시 56편, 서(書) 11편, 화(畵) 22편, 어록 13편이다. 텍스트와 조각을 따로 헤아리면 200여 개 작품에 이르니, 감상에만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정약용의 시 장성 이르러 가 새겨진 조각작품.
◇장성 황룡강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를 만나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차를 돌려 황룡강으로 향한다. 강변에 지어진 공설운동장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장성읍 기산리 447-1)에 다다르니 시선 머무는 곳마다 온통 황금 노을이다. 전남 지역 어디를 가도 노을이 아름답지만, 장성의 노을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선명하면서도 입자가 곱고 촉촉한 ‘광질’(光質)을 지녔다. 첫눈에 반하기보단 오래 바라보며 스며드는 매력이다.

주차장과 맞닿은 곳에 수변공원 플라워터널이 있다. 장성군이 최근에 설치한 경관 조명 시설 덕에 ‘야경 명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광섬유와 LED 조명이 화려한 ‘빛의 게이트’, 커다란 책 모양 조형물 ‘미르의 서재’, 홀로그램으로 연출된 ‘웨이브 게이트’ 등이 이어진다.

특히, 공원 중심부에 설치된 ‘축령의 사계’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이어서 각별한 관심이 간다. 축령산 모양의 조형물에 나비, 파도, 꽃, 눈, 물고기 등의 이미지가 환상적인 구도와 색감으로 연출된다. 이이남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과 앤어워드 디지털콘텐츠 그랑프리 수상 등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다.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을 강변 산책로에서 감상하자니,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렌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앞으로도 축령산, 황룡강, 장성호 등 장성군이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에 문화·예술의 가치를 더해가겠다”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과 황룡강을 소나무 가로숲길로 연결하고, 장성호 수변 백리길을 완성하는 등 관광자원 간 연계성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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