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건네는 환경에 대한 질문, 김상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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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건네는 환경에 대한 질문, 김상연 개인전
31일까지북구 첨단과학산단 물류센터
대형공간이 만든 기획 ‘검은 심장’
(주)엠에스엘 메세나 모델 제시
“동료 작가들 도전 물꼬 텄으면”
2022년 10월 11일(화) 20:55
광주 북구 첨단과학 국가산업단지 물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김상연 작가의 ‘검은 심장’전.
‘상상 그 이상.’

예측을 벗어난 문화현장은 언제나 흥미롭다. ‘검은 심장’을 주제로 광주 첨단과학 국가산업단지 물류센터(첨단연신로 77번길 20)에서 열리고 있는 김상연 작가의 전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전시 타이틀 ‘공장 미술제’(31일까지·오전 10시~오후 7시)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던 모습을 ‘뛰어넘는’ 전시다.

“일단 스케일과 규모로 압도하고 싶었다”며 의도를 숨기지 않은 김 작가의 말처럼, 작품설치에만 한달 반이 걸린 이번 전시는 규모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직원 휴게실, 차가 세워진 실내 주차장, 제품이 쌓여있는 물류 창고, 마당이 모두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특히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층고가 10m에 달하는 물류창고 천정에 매달린 대형 검은 고래와 그의 대표작인 수십점의 ‘존재’ 시리즈, 신작이 망라된 ‘검은 심장’ 섹션이 인상적이다.

상상 밖의 전시는 공간을 흔쾌히 내어주고 제작비를 지원한 메세나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광주문화재단의 문화동행 광주 문화예술 기부금 매칭 사업을 통해 (주)엠에스엘(대표 김해명)이 참여, 메세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김 작가의 이번 전시는 ‘공간’이 만들어낸 기획이다. 지역의 유휴 공간은 어디에나 있다. 누군가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따라 생명을 얻는다. 전시 공간은 ‘있는 그대로’ 활용하며 문화를 입히는 방법을 택했다.

“광주 작가의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규모 있는 작업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광주비엔날레 등 지역의 중요한 행사에서 광주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형 전시를 늘 생각해왔죠. 일단 저질러야 한다는 마음이었고, 이번에 기회가 돼 전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중국미술대학 판화과 석사 과정을 마친 김 작가의 작품을 집대성 현장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그의 트레디드 마크인 ‘수인판화’와 설치 작품 등이 어우러졌고, 신작도 나왔다. 공간은 그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했다. 전시 제목 ‘검은 심장’ 역시 공간을 보고 착안한 제목이다.

“내면 세계를 담아온 흑백작업과 환경 문제 등 사회와 연결된 작업들이 결합된 현장입니다. 공장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현장이자,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지요. 인간 욕망이 발현되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공장에서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환경문제 등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자는 의도도 담았습니다. ”

김상현 작 ‘나는 너다’ (부분)
휴게실에서 만나는 ‘나는 너다’는 280개의 조각 회화 작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린다.

“‘나’라는 한 인간의 존재를 형성하는 건 타인, 애장품, 음식 등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한 인간을 묘사하는 걸 자전소설, 평전이라고 할 때 이번 작품은 ‘이미지 평전’이라고나 할까요. 세밀한 기록화가 소설이라면, 제 작업은 시라고 할 수 있죠. 인물 뿐 아니라 중요 ‘장소’나 ‘사건’도 작품의 소재로 삼아볼 생각입니다. 형식은 판화와 핸드페인팅을 결합한 ‘수인회화’라 할 수 있습니다.”

11m에 달하는 설치작품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는 플라스틱, 어망 등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인 쓰레기를 기본 재료로 태양열 라이트와 영상 작업을 포함한다. 전시장 밖 설치작품은 수백개의 플라스틱 용기로 이뤄진 8m 높이의 ‘욕망의 오벨리스크’다. 끊임없이 커져만 가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낸 작품인데, 바로 앞 공사현장의 크레인과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작정하고’ 준비한 기획이다. 동료 선후배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도전’을 멈추지 말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저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안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고착화되고 말죠. 표현과 생각이 더 다양해져야하고, 그게 작가에게는 큰 자산입니다. 전시장을 찾은 선후배들이 일단 반가워하더군요. 더 넓은 공간에서 선후배 동료들이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도 유휴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해명 회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우선 대형 휴게실이 지속적인 문화공간으로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를 잘 모르지만 관심은 조금씩 갖고 있었죠. 언젠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들렀다 우리 건물 옥상도 참 좋은 공간이지 싶었는데 이번에 작품 설치 과정에서 점점 변해가는 공간을 보며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전시장으로 변한 휴게실을 보고 간 통기타 그룹이 자연스레 찾아와 공연을 열기도 하더군요.”

김 회장은 “기업은 예술과 결합해야 창의성이 나온다”며 “공간을 비워두기 보다는 좋은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좋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서로 마음을 나눌 때 회사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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