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시험능력주의·양극화 얼룩진 한국사회의 민낯
2022 김승옥 문학상 수상 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편혜영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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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의 작가 김승옥의 이름을 딴 ‘김승옥 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상이다. 1960년대 한국 소설의 빛나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 김승옥의 등단 오십주년을 기념해 2013년 KBS순천방송국에서 제정한 문학상으로 2019년부터 순천시의 지원으로 문학동네가 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윤성희의 ‘어느 밤’,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문진영의 ‘두 개의 방’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왔다. 수록작품은 대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 후보작이었던 김연수의 ‘진주의 결말’ 등 모두 6편이다.
올해 심사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를 포함한 총 26개 문예지의 171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작 ‘포도밭 묘지’는 1990년대 함께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4명의 친구가 이후 삶의 현장에서 ‘고졸 출신 여성 청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저마다 꿈을 품고 세상에 나온 친구들 중 한 친구는 누구보다 빨리 외로운 죽음에 도달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아르바이트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처지를 전전하는 등 평탄치 않은 삶을 보낸다.
시험능력주의, 학벌신분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수상작에 대해 김화영 평론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반항과 항의의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은 일곱명의 심사위원이 진행한 첫 투표에서 최다투표를 차지했고 결국 대상 수상작이 됐다.
김연수·김애란·구병모·문지혁·백수린·정한아 등 작가들의 작품은 바로 현대한국문학의 오늘을 보여준다.
김애란의 ‘홈파티’는 걱정과 동정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을 탐욕스럽게 관음하는 상층계급의 기만을 폭로한 작품으로 청년의 좌절과 심화된 양극화로 얼룩진 2020년대 한국에서 밀려난 이들이 다시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통쾌한 반격을 그리고 있다.
김연수의 ‘진주의 결말’은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떠안은 여자의 마음을 분석하던 범죄심리학자가 분석이 결코 가닿치 못하는 인간의 영역에 이르는 소설이다.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어릴 적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가까스로 벗어났던 화자가 자신과 한국 사회에 그 사고가 남긴 흔적을 소설과 논문으로 쓰려다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이 들어 얻은 독신생활의 평온을 만끽하던 중 딸 내외가 떠맡긴 앵무새를 맡게 된 한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백수린의 ‘아주 환환 날들’, 방황하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만나는 정한아의 ‘일시적인 일탈’도 실렸다.
<문학동네·1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왔다. 수록작품은 대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 후보작이었던 김연수의 ‘진주의 결말’ 등 모두 6편이다.
올해 심사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주요 문예지와 웹진, 독립문예지를 포함한 총 26개 문예지의 171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상작 ‘포도밭 묘지’는 1990년대 함께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4명의 친구가 이후 삶의 현장에서 ‘고졸 출신 여성 청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저마다 꿈을 품고 세상에 나온 친구들 중 한 친구는 누구보다 빨리 외로운 죽음에 도달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아르바이트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처지를 전전하는 등 평탄치 않은 삶을 보낸다.
김연수·김애란·구병모·문지혁·백수린·정한아 등 작가들의 작품은 바로 현대한국문학의 오늘을 보여준다.
김애란의 ‘홈파티’는 걱정과 동정이라는 가면을 쓴 채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을 탐욕스럽게 관음하는 상층계급의 기만을 폭로한 작품으로 청년의 좌절과 심화된 양극화로 얼룩진 2020년대 한국에서 밀려난 이들이 다시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통쾌한 반격을 그리고 있다.
김연수의 ‘진주의 결말’은 아버지를 죽인 혐의를 떠안은 여자의 마음을 분석하던 범죄심리학자가 분석이 결코 가닿치 못하는 인간의 영역에 이르는 소설이다.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어릴 적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가까스로 벗어났던 화자가 자신과 한국 사회에 그 사고가 남긴 흔적을 소설과 논문으로 쓰려다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이 들어 얻은 독신생활의 평온을 만끽하던 중 딸 내외가 떠맡긴 앵무새를 맡게 된 한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백수린의 ‘아주 환환 날들’, 방황하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만나는 정한아의 ‘일시적인 일탈’도 실렸다.
<문학동네·1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