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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8월 03일(수) 01:00
우리나라 헌정사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언론에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약식 회견’을 일컫는다.

‘도어스테핑’의 사전적 의미는 취재원이 인터뷰를 꺼리거나 인터뷰 시간을 내어주지 않을 때, 다소 무례하지만 사전 동의 없이 취재원 집 앞에서 대기해 취재하는 방식을 말한다. ‘도어스텝’은 집 앞에 있는 계단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선 꼭 집 앞이 아니더라도 출근길 사무실 입구 등 중요 장소에서 취재원을 기다리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기자들의 취재 방식으로, 대통령의 행위를 이르는 용어는 아닌 셈이다.

국립국어원은 ‘도어스테핑’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출근길 문답’ ‘약식 문답’을 선정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뒤 시작된 ‘출근길 문답’은 새로운 대국민 소통 방식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했다.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에 가까웠고, 대통령 발언은 대부분 대변인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소탈한 면모를 볼 수 있고, 국민과의 소통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출근길 문답은 바닥을 드러냈고,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통’에 대한 의욕만 앞세웠을 뿐 소통의 질과 내용은 형편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을 처음 해 봐서”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지지율 하락은) 별 의미 없다”라는 등의 정제되지 않는 즉흥적 답변이 잇따랐다. 정책과 관련해서도 주무 부처와 엇박자가 나는 답변으로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들의 질문 시간과 수는 제한됐고, 민감한 질문은 아예 답변하지 않으면서 ‘대국민 소통’이 아닌 사실상 정치적 퍼포먼스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불통’이다. 국정 현안을 숙지하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국정 철학과 정책 지향점을 정제된 언어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싶다.

/cki@kwangju.co.kr